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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사목] 교회와 노동5: 국가의 축일은 모든 국민이 참여하며 쉴 수 있는 법정휴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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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1-15 ㅣ No.1052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ㆍ가톨릭평화신문 공동 기획] 교회와 노동 (5) 국가의 축일은 모든 국민이 참여하며 쉴 수 있는 법정휴일로


베드로 형제가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에 참여할 수 없는 이유

 

 

“노동법에 있는 법정휴일은 ‘주휴일’과 ‘노동자의 날’ 두 가지뿐입니다. 주휴일은 일주일을 개근해 근로한 경우 주당 1일 이상을 유급휴일로 하는 날을 말합니다. 보통 일요일을 주휴일로 하는 경우가 많죠. 물론 평일 중 하루를 주휴일로 쉴 수도 있습니다. 근로자의 날은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5월 1일입니다.”

“노무사님! 설이나 추석 명절, 크리스마스 등 달력에 빨간 날로 표시된 것들도 다 법정휴일 아닌가요?”

“아닙니다, 노동자에게는요.”

“그럼 달력에 왜 빨간 날로 되어 있는 거예요?”

휴일에 관한 내용을 설명하는 노동법 강의 때 이 같은 질문을 자주 듣는다. 노동자와 직장인들에겐 쉬는 날도 아닌데, 왜 달력에는 휴일이라며 빨간색이 칠해져 있을까.

휴일이란 처음부터 노동의 의무가 없는 날이다. 그러니까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휴일이다. 그럼 법정휴일은 무엇일까? 법령에 따라 노동자에게 의무적으로 부여해야 하는 휴일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달력상 쉬는 날인 빨간 날은 관공서 공무원들에게 해당하는 휴일이다. 사업장 휴일은 주휴일과 5월 1일 노동자의 날을 제외하고 노사 간 협약과 계약에 따라 달라진다.

 

 

빨간 날은 많은데 법정 휴일은 두 종류

노동자에게 법정휴일은 두 종류뿐이다. ‘주휴일’과 ‘노동자의 날’. 그렇다면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기된 날들은 무엇일까?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한 공휴일이다. 즉 관공서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공무원들의 휴일이다. 법령으로 공무원들을 쉬도록 한 것이다. 이날들은 노동자에게 법적으로 보장되는 휴일과 다르다. 회사에서 이러한 날을 쉬고 있다면 단체협약, 취업규칙(사규 등), 근로계약 등에 따라 노사 간 휴일로 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휴일을 ‘약정휴일’이라 한다. 노조가 있는 회사나 대기업처럼 공휴일을 모두 약정휴일로 정한 회사도 있고, 중소기업이나 영세한 기업처럼 설 연휴와 추석 연휴 등 일부만 약정휴일로 정한 회사도 있다. 아예 약정휴일로 정하지 않아 모든 공휴일이 근로일인 곳도 있다.

그런데 공휴일을 약정휴일로 정하지 않았는데도 쉬는 회사가 있다. “노무사님, 다른 어린이집은 공휴일을 모두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하고 있다는데, 우리 어린이집도 그렇게 하면 안 되나요?”

한 어린이집 원장 수녀님의 질문이다. 다른 어린이집에서 유급휴가 대체 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니 이 어린이집도 그 제도를 활용하고 싶다는 것이다. 유급휴가 대체 제도를 도입하면 빨간 날을 모두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것으로 할 수 있다. 마치 공휴일을 모두 휴일로 지급하는 것처럼 보인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제2조에서 정하고 있는 공휴일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모두 15일(10의 2호, 11호 제외)이다. 올해는 대체공휴일까지 포함하면 평일 공휴일이 15일 있다. 이 날을 모두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하면, 2~3년 차 노동자에겐 사실상 남는 연차휴가가 없다. 사용할 휴가가 하나도 없게 된다는 말이다. 4~5년 차 노동자는 사용할 수 있는 연차휴가가 1일 남는다. 연차휴가 제도가 유명무실해지는 순간이다.

 

 

휴식은 노동자들의 권리

가톨릭 교회는 사회교리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권리이며, “공공 권위는 경제적 생산성을 이유로 시민들에게서 휴식과 하느님 예배를 위한 시간을 빼앗지 않도록 보장할 의무가 있다. 고용주들도 피고용인들에 대해서 같은 의무가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종교 자유와 모든 사람의 공동선을 존중하면서 주일과 교회의 축일들이 법정공휴일로 정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 근로기준법 제 55조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 30조.

 

 

민족의 명절은 관공서 공휴일

국가의 축일을 기념하기 위해 법률로 지정한 날인 국경일 뿐 아니라 민족의 명절은 전 국민이 함께 기념하며 쉬어야 하는 날이다. 그럼에도 국가는 관공서 노동자에게만 이날들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아직도 판매직과 서비스직뿐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약정휴일로 지정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이는 노동조건이 열악한 기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격차를 벌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가정ㆍ문화ㆍ사회생활을 영위할 충분한 휴식과 여가를 누릴 기회가 줄어 인간다운 삶과 사회 참여 기회를 상대적으로 박탈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관공서 노동자든 일반 회사 노동자든, 대기업 노동자든 중소기업 노동자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러니 국가의 축일인 공휴일에는 신분에 의한 차별을 받지 않고 다 같이 기념하고 축하하며 쉬면 좋지 않을까? 휴일과 관련한 강의 끝자락엔 보통 이런 말로 끝맺는다.

“어린이날이나 설ㆍ추석 명절에 편의점이나 마트 같은 데서 일하시는 분들 중엔 휴일 근로수당을 받으면서 일하는 분들이 별로 없어요. 그냥 일하는 날이니까 일하는 거예요. 다른 집처럼 어린이날 아이들 데리고 어디 놀러 가지도 못하고, 명절에 고향은 둘째 치고, 차례도 제대로 못 지내고 나와서 일하는 거예요. 대체휴일이요? 이런 분들한테 그림의 떡이고, 다른 나라 이야기지요.”

지난 7월 참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발표한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공휴일 민간 적용’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언제부터일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성탄절에 회사 눈치 안 보고 가족들과 함께 예수님 성탄을 기뻐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주휴일이란?

주휴일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1주 동안 일하기로 한 날을 개근한 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 주어야 하는 유급휴일을 말한다. 근로기준법 제55조(휴일)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 한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0조(주휴일) 법 제55조에 따른 유급휴일은 1주 동안의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자에게 주어야 한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공휴일은 아래와 같다.

일요일, 국경일 중 3·1절, 광복절, 개천절 및 한글날, 1월 1일, 설날 전날, 설날, 설날 다음날(음력 12월 말일, 1월 1일, 2일), 석가탄신일(음력 4월 8일), 5월 5일(어린이날), 6월 6일(현충일), 추석 전날, 추석, 추석 다음날(음력 8월 14일, 15일, 16일), 12월 25일(성탄), 「공직선거법」 제34조에 따른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 기타 정부에서 수시 지정하는 날.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11월 12일, 손창배 노무사(바오로, 함께하는 노무법인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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