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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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독신 고집하는 나, 신앙적으로 바람직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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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7-24 ㅣ No.406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독신 고집하는 나, 신앙적으로 바람직할까요?

 

 

질문

 

별로 결혼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수도성소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혼자 사는 것이 편안하고 좋습니다. 그런 저를 하느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요? 결혼 생활이 제게는 너무 맞지 않는 것 같은데, 신앙적인 가르침에 따르면 별로 바람직한 삶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답변

 

성경에서 독신 문제에 대해 가장 직접적으로 언급한 내용이 바오로 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이 모든 것을 다스리시는 시간이 오면 현재의 모든 삶이 변화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 가지고 있는 신분 상태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라고 권유합니다. 특히 독신 생활이 걱정도 따르긴 하지만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서는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성적인 욕망으로 인한 죄를 지을 것 같으면 결혼을 하는 것도 좋다고 권고합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의 깊은 뜻을 잘 알아서 독신이든 결혼이든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독신도 좋고, 필요하다면 결혼도 좋다’라는 뜻은 결국 각자의 상황에 맞추어서 살라는 뜻 같아 보입니다.

 

1967년부터 ‘행복의 조건’을 연구한 조지 베일런트(George E. Vaillant) 교수는 1930년대 말에 입학한 2학년생 268명의 삶을 72년간 추적하여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즉, 행복의 조건 7가지는 ‘고난에 대처하는 자세(성숙한 방어기제), 교육, 안정적인 결혼생활, 비흡연, 적당한 음주, 규칙적인 운동, 적당한 체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행복은 사람의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 행복의 조건 7가지를 50대 이전에 얼마나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특히 행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사랑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근래 들어 젊은 층에게서 결혼은 점차 선택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혼자라도 충분히 사람들과 사랑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도 삶의 하나의 방식이라고 느껴집니다. 개인마다 행복을 느끼는 특수성이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경제적인 이유’, ‘육아문제’, ‘직업에 대한 불안정성’, ‘개인적인 열등감과 수치심’ 등과 같은 이유라면 ‘선택’이라기보다는 왠지 어쩔 수 없는 ‘포기’ 같아 보입니다. 결혼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해결해 나갈 수도 있는 문제를 혼자서만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충분히 생각해 보실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물리학에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 1927)의 ‘불확정성의 원리’가 있습니다. 이 원리의 핵심은 양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위치를 측정하는 순간 속도를 놓치게 되고, 속도를 측정하는 순간 양자는 위치를 바꿔 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한 가지를 선택하는 순간 나머지 하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결혼과 독신은 동전의 앞뒷면 같아서, 동전의 앞뒷면 중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면은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결과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혼을 통해서 사랑과 소속의 욕구가 충족이 된다면, 자유의 욕구를 그만큼 충족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독신으로 살게 되면 자유의 욕구가 충족될 수는 있겠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랑과 소속의 욕구가 충족되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혼이 됐든, 독신이 됐든 어떤 것도 다 좋을 수가 없고, 다 나쁠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인생의 정답을 누가 알겠습니까. 결혼이든, 독신이든지 간에 선택한 삶을 한번 살아 보시는 수밖에요. 살면서 누구라도 문제가 없을 수는 없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마다 해결책을 찾으면 됩니다. 다만, ‘결혼이냐 독신이냐’로 걱정만 하다가 좋은 시간이 다 지나갈까 염려됩니다. 차라리 ‘지금-여기(here and now)’ 있는 주변 분들과 인생을 즐기시면서 살아보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면 그때 가서 결혼을 고민해도 충분할 듯합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7년 7월 23일, 황미구 원장(상담심리전문가 ·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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