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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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각기 다른 형태의 봉사와 직무(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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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1-06 ㅣ No.498

[레지오와 마음읽기] 각기 다른 형태의 봉사와 직무(비교)

 

 

동메달과 은메달을 받은 선수 중, 누구의 행복감이 더 클까? 아무래도 좋은 결과를 얻은 은메달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행복감이 은메달 선수들의 그것보다 더 높았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 모두의 마음속에 비교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즉 동메달을 딴 선수는 4등 선수와 비교하여 “적어도 메달은 땄다”는 만족하는 마음이었고, 은메달 선수는 금메달 선수와 비교하여 “거의 ~ 할 뻔 했는데”라는 아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과정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우리들 안에도 있다. 즉 우리는 우리들이 거둔 객관적인 성취를 그냥 객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가정(假定)한’ 성취와 비교, 해석하여 주관적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그 평가는 결국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미국 코넬대학교 심리학 연구팀이 1992년 하계 올림픽 중계자료를 바탕으로 한 연구에서 밝혀진 것이다.

 

비교하는 마음이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TV를 자주 보는 남성(혹은 여성)들이 TV속 젊고 매력적인 여성(혹은 남성)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이들과 비교하여 자신의 이성친구나 배우자를 그리 매력적으로 보지 않게 된다거나, 내 자식(혹은 내 남편이나 아내)을 이웃집 또래(남편 혹은 아내)와 비교하여 자신도 모르게 가족들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거나, 대부분을 1등급으로 받는 학생이 남과 비교하여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고 자살하는 등, 작게는 불평으로 크게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대체로 나보다 잘난 사람과의 비교는 부러움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그 부러움은 부러움으로 끝나지 않고 부러움의 대상이 내 안에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기준에 맞지 못하는 자신이나 자신의 처지를 보면서 좌절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전문성에 대한 신뢰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남에게 자신의 경력을 늘어놓는다거나 자랑을 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그 행위가 나는 의도하지 않더라도 듣는 사람에게 자신감을 잃게 하거나 자신을 비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비교의 횟수 많을수록 행복감 낮아

 

그렇다면 나보다 못난 사람과의 비교는 괜찮을까? 혹 만족감이 높아지고 자신감이 향상되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하여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프레임’-21세기북스-의 저자) 교수가 중심이 된 연구팀은 3주간에 걸친 실험을 하였다. 실험은 학생들이 매일 자신을 남들과 얼마나 자주, 어떤 영역에서 비교하는 지를 체크하면서 그 날의 행복 정도를 평가하게 하는 것이었다. 실험 결과 비록 객관적으로 자기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했다 하더라도, 비교의 횟수가 많을수록 행복감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비교는 비록 자신보다 못한 사람과 할지라도 자신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더구나 나보다 못한 사람과의 비교는 자만심을 느끼게 하여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하니,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남과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루즈벨트는 “비교는 기쁨을 앗아가는 도둑이다”라고도 했다.

 

S자매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구가 큰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최선을 다해 나름대로 최고의 교육을 시켰다. 하지만 아들은 중학생이 되면서 일탈을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상담을 통해 그녀는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녀는 가난한 가정에서 몸이 약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일해야 했던 엄마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몸이 약해 집안일조차 도움이 되지 못하였고 엄마는 힘들어서인지 늘 불평이 많았다. 그런 가정에서 언니는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왔지만 그녀는 그렇지 못하였는데, 엄마는 그런 그녀를 늘 언니와 비교하며 다그쳤다.

 

비교를 당하는 것이 싫어 자라면서 비교를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한 그녀였지만, 내면의 열등감이 자신도 모르게 모든 것을 비교하게 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엄마의 기준이 남들과 비교하여 좋은 엄마여서, 자신의 교육방법과 남들의 교육방법을 수시로 비교하고 그에 따라 아들을 대하는 태도도 변덕스러웠다. 게다가 유독 적응이 빠르지 못했던 아들을 나름대로 참아내며 비난이나 꾸중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 자신도 모르게 다양한 형태로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였음이 드러났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과거나 미래의 자신’과 비교해야

 

우리는 비교하지 않고 살 수 없다. 하다못해 물건을 살 때도 비교를 해야하고, 어떤 일을 할 때도 경중을 따지고 비교하여 우선 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비교가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을 남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한 가지 능력으로 비교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으니 조심해야한다. 우리는 자신을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나 미래의 자신’과 비교해야한다. 즉 과거보다 내가 나아지고 있는지, 미래의 꿈에 내가 얼마나 근접하고 있는지를 비교하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레지오에서도 필요한데 활동 보고 시, 단원의 성격이나 그 단원에게 시간이 많고 적음의 상황에 따라, 보고 내용이나 횟수는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한다. 그러니 보고하는 단원이나 듣는 단원 모두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특별히 단장은 각 단원이 처한 상황을 배려한 발언으로 그 분위기를 강화시켜 주어, 단원들이 비교로 인하여 열정을 잃지 않도록 해야한다. 뿐만 아니라 Pr. 사업보고를 할 때도 다른 Pr.과 비교하여 사업 내용이나 횟수를 평가하기 보다는, 그 팀의 작년 보고와의 비교가 우선시 되어야 하며 그래야 그 Pr.의 문제점을 찾아내기 쉽다.

 

세상에 모든 걸 다 잘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단순하게 ‘있는 그대로’ 나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즉 내가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은 잘 해내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모습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느님의 모상으로 모두 귀한 존재이고, 나아가 다양한 능력과 다양한 방법으로 하느님 사업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님의 영은 서로 다른 지체들에게 극히 다양한 은사(恩赦)들을 주시어, 신비체 안에서 각기 다른 형태의 봉사와 직무를 맡도록 우리들을 초대하신다.”(평신도 그리스도인 20) (교본 89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1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한국독서치료협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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