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환경] 찬미받으소서: 파멸로 가는 여섯 단계(Six Steps to Hell)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2-01 ㅣ No.1346

[찬미받으소서] 파멸로 가는 여섯 단계(Six Steps to Hell)

 

 

지난여름 AFP 통신에 따르면 인도 북서부 사막지대 라자스탄 주(州) 팔로디 마을에서 최고 기온이 51℃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1956년 50.6℃를 기록한 뒤 60년 만에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이라는 기사였습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1994년 이후 22년만에 가장 심한 폭염이라고 연일 보도되었고, 실제로 지난 8월, 경북 영천시 기온이 39.6℃로 관측되었습니다.

 

수년 전 영국 가디언(Guardian)지에서 ‘파멸로 가는 여섯 단계’(Six Steps to Hell)라는 제목의 기후변화 시나리오 기사를 보았습니다. 기상학자들에게 의뢰해 지구가 1도부터 6도까지 올라가는 단계마다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현재 지구의 평균 온도 0.75도를 기준으로, 1도가 오르면 해수면의 온도 상승으로 북극 빙산이 현저히 줄어들고 녹아든 이산화탄소로 바닷물이 산성으로 바뀌어 해양 먹이사슬이 붕괴됩니다. 2도가 오르면 그린란드의 빙하는 모두 사라지고 유럽의 폭염이 더욱 심해져 수십만 명이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물종 가운데 3분의 1은 멸종 위기에 처합니다. 이 2도가 임계점이자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갑자기 폭발하는 지점)입니다. 그래서 지난 해 12월 프랑스 파리 기후협약에서 2도를 지키고, 나아가 1.5도까지 지구 온도를 내리자고 각국 정상들이 의결한 것입니다. 2도까지만 지켜내면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만약 인류가 2도를 지켜내지 못하고 3도가 오르면 아마존의 열대 우림에 산불이 번져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지구 온난화는 가속화되고, 한층 강력해진 허리케인으로 수억에서 수십억 명의 환경 난민이 발생합니다. 4도가 오르면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 층이 녹아 내려 얼음 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대기에 노출되고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터키는 사막화되고 스위스의 여름 기온은 48도까지 치솟습니다. 5도가 오르면 고압 저온 상태로 묻혀 있던 폭발성 기체인 메탄하이드레이트가 해수 온도의 상승으로 다량 방출되어 지구 곳곳에서 지진과 해일이 발생합니다. 마지막 단계인 6도가 오르면 지구상의 생물 95%는 멸종 상태가 되고 지구는 생명체가 없는 행성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2016년 여름 우리는 그 파멸의 시작을 보았습니다.

 

그 여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찬물로 몸을 씻고 속옷을 빨았습니다. 속옷은 빨랫비누로 빱니다. 속옷이 몇 장 안 되기도 하지만 세탁기에 돌리려면 모아 한꺼번에 돌려야 하니 손빨래가 제격입니다. 빨래를 하고 베란다에 널어놓으면 아침이면 다시 입을 수 있습니다. 어머니는 이웃에 사십니다. 몇 해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우리집 가까이로 이사 오셨습니다. 아침마다 어머니 댁에 들러 차려주신 아침밥을 먹고 출근합니다. 아버지 덕분에 아침마다 집밥을 먹는 호사를 누립니다. 어머니 댁에는 에어컨이 없습니다. 선풍기가 한 대 있습니다. 지난여름 그 혹독한 더위에도 어머니는 에어컨 없이 살았습니다. 혹여 걱정이 된 동생과 저는 에어컨 한대 놓아드리려 했지만 일없다며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더우면 선풍기를 틀고 수건에 물을 적셔 얼린 수건을 목에 걸고 계십니다. 선풍기도 오래 돌리면 더운 바람이 나온다며 잠시 돌리고는 이내 부채질입니다. 가스 불을 켜 음식을 만들면 집안이 더워지니 가급적 불을 쓰지 않는 냉국과 푸성귀 반찬으로 밥상을 차립니다. 안방은 낮에 볕이 들어 더워 밤이면 그늘진 작은 방에서 주무십니다. 그렇게 어머니는 누진세 폭탄 걱정 없이 별 탈 없이 올 여름을 지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핵발전소 25기가 가동 중이고 3기가 건설 중이며 8기가 건설 계획 중입니다. 우리나라 핵발전소 밀집도는 전 세계 1위입니다. 방사능 덩어리 핵폐기물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물질의 독성이 사라지는 기간은 100만년입니다. 감히 느껴지지도 않는 시간입니다. 우리나라 석탄 화력발전소는 현재 53기가 가동 중이고 11기가 건설 중이고 9기가 건설 계획 중입니다.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증가율은 OECD 나라 가운데 1위입니다. 석탄 화력은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 초미세먼지의 주범입니다. 고등어와 삼겹살 직화구이가 원인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핵발전소와 석탄 화력발전소가 포화 상태입니다. 우리가 지난여름 더위에 틀어댄 에어컨은 결국 인류를 파멸로 향하게 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인류가 생태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나쁜 소비습관은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한 습관이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걱정합니다. 그 예로 프란치스코 교종은 냉방기 사용의 증가를 이야기합니다. 에어컨과 같은 냉방기를 판매하고자 하는 ‘시장’은 더 많은 수요를 자극하고 있지만, 지구 밖에서 이 세상을 관찰하는 이가 있다면 이런 ‘자기 파괴적 행동’을 보고 몹시 놀랄 것이라고 교종은 말합니다.(『찬미받으소서』 55항) 우리가 점점 빠져들고 있는 이 파멸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려면 ‘공동의 계획을 가진 하나의 세상’(One World with a Common Plan)을 만들어야 합니다.(『찬미받으소서』 164항) 그리고 이 엄청난 오염과 기후변화를 유발시키는 화석연료, 특히 석탄과 석유를 대체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 개발을 더욱더 많이 해야 한다고 교종은 말합니다. 핵에너지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시스템의 변화입니다.

 

변화는 손빨래를 하고 에어컨 대신 선풍기, 선풍기 대신 부채를 부치며 더위에 맞서지 않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방식일 겁니다. 얼마 전 아침밥상에서 어머니는 외할머니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어머니 어릴 적 외할머니가 마당에 버리는 뜨거운 물을 뿌릴 때면 “저리 가라 저리 가라”하시며 천천히 뿌렸답니다. 땅 밑에 살아가는 지렁이 같은 생명들이 뜨거운 물에 데지 말고 피하라는 할머니의 걱정이자 배려였다고 어머니는 이야기합니다. 그런 배려의 마음을 갖고 살았던 사람들이 많았던 세상은 지금처럼 덥지 않았습니다. 뭇 생명은 연관되어 있기에 함부로 쓰지 않고,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 돌봄의 마음들이 다시 많아져야 우리는 지옥의 길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모든 피조물은 서로 관련되어 있기에 사랑과 존경으로 소중히 다루어야 합니다. 살아 있는 피조물인 우리는 모두 서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모든 지역은 이 가족을 돌보아야 할 책임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42항)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계간지 분도, 2016년 가을호(Vol. 35), 맹주형 아우구스티노(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사무국장)]



2,057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