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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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이제 교회는 이미 낙태를 한 적이 있는 여성들에게 특별히 말합니다(생명의 복음 99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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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9-14 ㅣ No.1336

[생명사랑] “이제 교회는 이미 낙태를 한 적이 있는 여성들에게 특별히 말합니다”(생명의 복음 99항)

 

 

“정녕 당신께서는 제 속을 만드시고 제 어머니 배 속에서 저를 엮으셨습니다. 제가 오묘하게 지어졌으니 당신을 찬송합니다…. 제가 아직 태아일 때 당신 두 눈이 보셨고 이미 정해진 날 가운데 아직 하나도 시작하지 않았을 때 당신 책에 그 모든 것이 쓰였습니다.”(시편 139,13-16)

 

 

우리나라의 낙태는 공식적으로 2005년 한해 342,433건, 2011년의 실태조사에서는 168,738건으로 추정하여 5년 동안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정으로 최근 5년간 우리 사회의 낙태가 감소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행해지는 낙태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매우 힘들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낙태는 형법상 불법한 행위이며 따라서 낙태를 시행한 병원이 공식적으로 낙태시술을 보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실태조사 이외에 파악되지 않는 낙태시술은 추정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낙태를 반대하는 생명운동 단체에서는 한국에서 매년 자행되는 낙태는 150만 건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를 인구비례로 보면 우리나라의 낙태 건수가 독일의 20배,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11배, 일본의 9배, 미국의 6배나 많습니다.

 

 

천주교 신자라고 낙태를 적게 한다고 말할 수 없어

 

이 같은 상황에서 종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생명의 가치와 존엄성을 근본가치로 가르치지 않는 종교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종교가 낙태문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즉 낙태는 종교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종교별 낙태행위에 대한 이해가 다른 것도 사실입니다만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낙태를 덜할 것이라는 추론은 단지 추측에 불과하다는 결과도 발표되고 있습니다.

 

2000년 천주교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에서 ‘서울대교구 신자들의 가정 및 실태파악을 위한 설문조사의 분석결과’ 종교별 낙태에 대한 태도에서 천주교 72.1%, 개신교 64%, 불교 47%의 순으로 ‘낙태를 해서는 안 된다’고 응답해 타 종교인들보다 천주교 신자들이에서 낙태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천주교 신자가 ‘낙태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높게 나타나지만 그렇다고 천주교 신자가 낙태를 적게 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1) 이는 우리 교우들도 낙태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 불균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생명은 하느님 사랑의 절정이며 하느님으로부터 왔습니다. 그 어떤 것과도 비교되거나 바꿀 수 없는 가치와 존엄함을 지녔습니다. 또한 ‘사람의 얼굴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봅니다’라고 고백한 성인처럼 인간은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나는 존재이며 하느님의 성소입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작고 가난하며 어떤 저항도 할 수 없는 태아에 대한 공격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행위가 됩니다.”(생명의 복음 25항)

 

 

교회는 낙태한 이들이 화해의 성사 통해 치유되기 바라

 

그러나 교회는 낙태를 경험한 많은 이들에게 죄만을 묻지 않습니다. 교회는 이들이 겪었을 그리고 지금도 겪고 있는 고통에 함께 하려고 합니다. 그들이 화해의 성사를 통해 치유되고 다시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백성, 생명의 백성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올해를 하느님의 자비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그리고 세계 모든 사제들에게 한시적으로 낙태의 죄를 사해 줄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셨습니다. 성인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도 생명의 복음을 통해 이미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에 대한 연민을 가지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본인은 이미 낙태를 한 적이 있는 여성들에게 특별히 말합니다. 교회는 여러분이 그러한 결정을 내리도록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는 많은 요소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 일이 무척 고통스럽고 거의 절망적이기도 한 결정이었음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마음속의 상처는 아마 아직까지도 치유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실제로 일어났고 아직도 남아있는 그 일은 분명히 엄청난 잘못입니다. 그러나 실망에 굴복하지 말고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오히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이해하고 정직하게 그 일을 마주 대하려고 노력하십시오. 아직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면, 겸손과 신뢰로 여러분 자신을 참회에 내맡기십시오. 자비로운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용서하실 것이며, 화해의 성사 안에서 당신의 평화를 주실 것입니다. …….여러분은 다른 아기들의 출산을 받아들이거나, 또는 자기들과 친밀한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그러한 사람들을 받아들이게 보살피는 생명에 대한 헌신을 통해서, 여러분은 인간 생명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의 주창자들이 될 것입니다.”(생명의 복음 99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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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2년도 한국인구보건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낙태 유경험비율이 천주교 60%(이중 50%는 세례전에 경험한 것으로 나타남) 개신교 50% 불교 49% 무종교 42%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1991년에 서울 구역 반장 71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98.9%가 “낙태는 살인이다”라는 교회의 가르침을 알고 있으면서 83.6%가 낙태했고, 그중에 3-5회 낙태한 자가 28%나 되었다(평화신문, 1991년 12월15일 참조). 다만 응답자의 40.3%가 천주교 신자가 되기 전에 낙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1년 9월6일 수원교구에서 23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영세후, 낙태한 신자는 41.9%로 되어있다(수원교구 평협 1992년 교육 자료 151면 참조).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9월호, 지영현 시몬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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