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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꼭 해야 하나요? - 청소년들의 흔들리는 결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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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3-08 ㅣ No.284

[청소년 문화] 결혼, 꼭 해야 하나요?


- 청소년들의 흔들리는 결혼관 -

 

 

사랑하는 남녀가 결합해 하나가 되는 결혼. 하지만 결혼에 대한 우리 청소년들의 사고방식이 바뀌고 있다. 수도성소, 사제성소처럼 결혼성소도 위기에 처했다. - 편집부

 

 

전통적 의미의 결혼

 

결혼이란 전통적으로 남녀가 서로의 합의를 통해 부부 관계로 결합하는 하나의 사회적 제도이자 상호 간의 계약이다. 결혼을 통해 남녀는 사랑의 결실을 맺으며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

 

성숙한 남녀는 결혼을 통해 책임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거듭난다. 결혼은 단순한 남녀 간의 결합을 뛰어넘는 것이며 서로의 결합을 통해 가족을 형성하고 자녀를 출산하여 양육하면서 인류의 삶과 문화를 계속 이어 가는 기본 바탕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기에 예로부터 결혼이란 인륜지대사라고 하며, 인간의 삶에 있어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마땅히 해야 하는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 왔다.

 

 

결혼에 대한 무관심

 

하지만 최근 청소년들의 생각은 이런 전통적인 결혼관으로부터 많이 벗어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미혼 남녀 11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2014년 10월)에 따르면 “하고 싶은 공부나 일을 위해 결혼을 안 할 수도 있다.”라고 응답한 이들이 65%(매우 찬성: 15.6%, 대체로 찬성: 49.6%)에 이른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결혼이란 필수가 아니라, 다른 일을 위해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해도 좋고 안 해도 무방한 것쯤으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 주는 수치다. 실제로 청춘남녀의 혼인 건수가 최근에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4년 혼인 건수는 전년 대비 5.4%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결혼 적령기 인구 감소(2.6%)보다 두 배가 많다.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음을 드러내는 단면이라 하겠다.

 

무엇이 이렇게 청소년들에게 결혼을 기피하게끔 만들고 있을까?

 

 

부담되는 결혼 비용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결혼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발목을 잡는 부분은 엄청나게 비싼 결혼 비용과 이후에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이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예식장에 문의를 해 본 결과, 예식장 대관과 하객들을 위한 식사 및 결혼 사진 등에 소요되는 비용은 대략 2000만 원 정도에 이르고, 여기에 신혼집과 혼수용품 등을 합치면 2억여 원을 훌쩍 넘어선다. 가뜩이나 바늘구멍인 취업 현실에 설령 직장을 구했어도 하루하루 살기 빠듯한 젊은이와 평범한 가정에서 결혼 비용 자체를 마련하기조차 쉬운 일은 아니다.

 

결혼 후 가정을 꾸려 가는 비용 역시 젊은이의 용기를 꺾기는 마찬가지다. 출산과 양육 그리고 거기에 더 보태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교육비를 언급한다면, 자녀 1인당 평균 3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는 사회조사를 보면서 기가 질리지 않을 수 없다(『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중앙books). 물론 가정 공동체를 이루고 자녀를 키우는 것을 돈의 가치만을 기준으로 삼아 따져서는 안 되겠지만, 자녀 양육과 교육의 부담을 고스란히 가정이 떠안아야 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이 측면이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한 일상

 

상호 간에 맺어지는 사회적 계약과 책임은 누군가에게 구속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다른 측면을 지니고 있다. 결혼을 하면 가족의 굴레에 묶이고 자신의 일이나 활동에 온전히 몰입할 수 없거나 심지어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자유롭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혼자서 사는 것이 낫다.’라는 생각을 지니게 되는 큰 요인이다.

 

결혼 전에는 마음대로 여행도 다니고 ‘엄마’가 해주는 밥도 잘 받아먹는 데 반해 결혼을 하면 모든 것을 본인이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발생한다. 더욱이 양가 어른들에게 갖춰야 할 도덕적 가치와 예의상 규범들이 청소년들에게 절벽처럼 다가올 수 있다. 연세대 한금윤 교수는 “자의식이 강한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는 번거로운 관계 상황을 벗어나 자유롭고 자족적인 삶을 지향하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며 ‘어려운 관계’가 주어지는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지 않는다.”라고 진단했다(가톨릭신문, 2015년 3월 1일 자).

 

개인주의의 발달과 타인에 대한 폐쇄성의 증가 역시 젊은이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결혼을 매력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한다. 많은 경우 가정에서는 독자녀로, 경쟁 일변도의 학교와 사회 속에서 성장한 젊은이들에게 타인과 삶을 진실되게 나누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어색한 덕목일 수 있다.

 

 

결혼 - 공동체 삶의 아름다운 가치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목헌장」은 “개인의 행복, 일반사회와 그리스도교 사회의 안녕은 부부공동체와 가정공동체의 행복한 상태에 직결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47항). 결혼을 통해 맺어진 가정 안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과 가치가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의 경제적 상황과 개인주의의 만연이 공동체의 아름다운 가치를 추구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일치를 이루며 살아간다는 것이 상호 간의 간섭으로 느껴지고 하나의 운명 공동체로 살아간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삶으로 인식되는 것 또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들이 결혼생활을 긍정적인 것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우리의 가정을 아름답고 행복한 가정 공동체로 만드는 것이다. 남녀가 화목한 가정 공동체를 이루어 진실한 사랑을 나눔으로써 청소년들로 하여금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값지고 아름다운 것인가를 느낄 수 있도록 증거하는 가정이 필요하다. 지금 교회의 수도성소나 사제성소가 많지 않아 위기를 맞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현재 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증거가 부족해 젊은이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가정성소에도 위기가 감돌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기에, 그 원인도 같은 입장에서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2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1만 2000쌍이 넘는 약혼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굳은 사랑을 만들어가는 여덟 가지의 방법을 소개하셨다. 핵심이 되는 말씀은 서로 사랑을 실천하고 기도를 하며 용서를 청하라는 것이다. 결혼이란 순간적인 결정이 아닌 평생을 두고 다듬어 가야 할 상호 간의 계약이며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삶을 살기 위한 일치의 약속이다.

 

교황님의 제안뿐 아니라 교회는 남녀가 건강하고 행복한 혼인 생활을 이어가며 더불어 사는 삶을 돕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을 동반하고 있다. ‘선택’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결혼생활이 중심 주제는 아니지만 젊은이들이 자신이 맺고 있는 인간관계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그 관계에 충실함으로써 하느님과 공동체에 대한 더욱 깊은 소속감을 갖도록 이끌어 준다. 또한 결혼을 앞둔 이들에게 혼인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 주어 혼인 준비와 마음가짐을 갖추도록 돕는 ‘카나혼인강좌’도 있다.

 

바오로 6세 교황께서는 회칙 ‘인간 생명’에서 결혼은 하느님께서 당신 사랑의 계획을 인간들 사에서 실현시키기 위하여 제정하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결혼이라는 공동체 생활을 통해 상호 간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함께 살아갈 때 우리의 삶은 더욱 가치를 지닌다.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그 체험을 통해 하느님의 창조 사업과 그 나라의 건설에 깊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은 인간 삶과 사회 생활 본성의 중심이다. … 가정은 부부의 상호관계 속에서 충실성 · 출산과 자녀 양육에 대한 개방성 · 세대 간의 연대감 · 더 약한 이에 대한 보살핌 등의 증거가 성화의 길임을 드러내는 곳이다.”(프란치스코 교황과 키릴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의 공동성명 19항, 2016. 2. 12.)라는 가르침을 모든 그리스도인 가정에서 되새기고 실천하여 증거한다면, 젊은이들의 흔들리는 결혼관을 바로 세우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살레시오 가족, 2016년 3월호(137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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