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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ㅣ미사

[미사] 미사 때 침묵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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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8-23 ㅣ No.583

[전례와 생활] 미사 때 침묵은 어디에?

 

 

미사 - 아홉 번째 이야기

미사 때 침묵은 어디에?

 

전례의 요소에 속하는 것은 기도와 간구, 신앙고백, 자세와 몸짓뿐만 아니라 “거행의 한 부분으로서 제 때에 지켜져야 하는”(로마 미사 전례서 총지침 45항) 침묵도 있습니다. 침묵은 중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예식의 중요한 한 부분입니다.(전례헌장 30항) 미사 전례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침묵을 통하여 구경꾼이 되지 않아야 하며 오히려 내적인 준비로 전례에 보다 깊이 동참하여야 합니다. 만일 쉴 새 없이 기도하고 노래하고, 오르간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린다면, 영적인 존재이신 하느님과의 만남과 대화를 갈구하는 열심한 신자들조차도 미사에서 멀어지게 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침묵에 대한 정당한 원의는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의 트리엔트 미사전례 때 거행되었던 ‘침묵미사’ 또는 ‘침묵 감사기도’에 습관이 되었거나 그 시대를 그리워할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본성상 참석자 모두에게 관계되는 공동체 전례인 미사가 주로 공동 침묵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습니다. 전례 거행은 정상적으로 그리고 서두르지 않고 집전되어야 하며, 각 부분들에서 그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는 품위있는 전례가 먼저 요구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소란함이 제단에서 먼저 생겨나고 있습니다.

 

사제는 미사 중 자주 시계를 힐끔 쳐다보고, 독서자는 본기도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서둘러 독서대에 올라서며, 복사들은 분주히 제단 주변에서 움직이며, 보편지향기도 낭송자는 책 읽듯이 서둘러 기도를 바침으로써 신자들로 하여금 마음을 모아 기도에 전념하게 하기 보다는 오히려 산만하게 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거행들이 비록 약간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참석자들이 고요한 침묵 가운데 하느님께 마음을 들어 올리는 순간을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침묵은 이미 미사 전부터 지켜져야 한다고 총지침은 가르칩니다. : “거행에 앞서 이미 성당, 제의실 그리고 주위에서 침묵을 지키는 것이 권장된다. 이렇게 모두 곧 시작될 거룩한 예식을 경건하고 합당하게 거행하도록 마음을 준비한다.”(로마 미사 전례서 총지침 45항) 미사 중의 침묵 부분은 참회의 반성 때, 본기도와 영성체 후 기도 전의 ‘기도합시다’ 다음, 독서나 복음 또는 강론 다음, 영성체를 한 다음 등으로 총지침은 그 의미에 대해 밝혀주고 있습니다. : “참회 행위와 각 기도의 초대 다음의 침묵은 자기 내면을 성찰하는데 도움이 되고, 독서와 강론 후의 침묵은 들은 것에 대해 잠깐 묵상하는데 도움을 주며, 영성체 후에 하는 침묵은 마음속으로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의 기도를 바치도록 이끌어준다.”(총지침 45항)

 

성가를 부르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사 중 부르는 열 곡 가까운 성가는 사실 너무 많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특히 영성체하는 동안 끊어지지 않고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성가는 성체를 모시고 난 후 개인적으로 바치는 감사기도의 시간을 앗아갑니다. 침묵 부분을 생략하는 것은 침묵의 영성적 가치를 무시하는 처사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서두르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또 주어진 침묵의 시간을 올바르게 활용함으로써 미사 전례의 의미를 심화시키는 데 있다고 하겠습니다.

 

[월간 빛, 2008년 8월호, 최창덕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장량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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