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 (화)
(백) 부활 제3주간 화요일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모세가 아니라 내 아버지시다.

성경자료

[신약] 신약 여행15: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요한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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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9-13 ㅣ No.3475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15)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요한 6,20)


예수님과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어라

 

 

- 배를 탄 제자들이 풍랑을 맞아 불안해 하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는 호수 위를 걸어 그들에게 다가가셨다. 제자들이 그 모습을 보고 두려워하자 예수님은 용기를 내라 하시며 베드로에게 물 위를 건너오라 명하셨고, 베드로는 그렇게 물 위를 걸었다. 그림은 알렉산드로 알로리 작 ‘물  위를 걷는 베드로’, 우피치 미술관, 이탈리아 피렌체.

 

 

오천 명을 먹이신 이야기 이후에 복음서들은 물 위를 걸으신 예수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단지 루카 복음만은 이 내용을 담지 않습니다. 어떤 이들은 물 위를 걸으신 이야기를 기적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기적이 아닌 제자들과의 일화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오천 명을 먹이신 사건이 일어난 곳이 정확히 어디인지 말하기 어려운 것처럼 물 위를 걸으신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르코 복음은 갈릴래아 호수의 북쪽에 자리한 벳사이다로 가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반면에 요한 복음은 예수님과 제자들이 카파르나움으로 가는 길이었다고 표현합니다. 어느 마을로 가는 중이었는지 차이는 있지만 두 마을 모두 갈릴래아 호수의 북쪽에 위치한 멀지 않은 마을들입니다. 

 

복음서에서 공통적인 것은 제자들이 먼저 배를 타고 떠났다는 사실입니다. 요한은 별다른 이유를 설명하지 않지만 마태오와 마르코는 예수님께서 남아서 군중들을 돌려보내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셨다고 설명합니다. 늦은 시간, 아니 복음서의 설명대로라면 아주 이른 새벽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밤 사경’은 지금 우리의 이른 새벽, 3시에서 6시 사이를 말하기 때문입니다. 아무 인적도 없을 이 시간에 제자들은 풍랑에 시달리고, 예수님은 물 위를 걸어 제자들을 향해 가십니다. 요한 복음은 이미 제자들이 스물다섯이나 서른 스타디온 정도 뭍에서 떨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이 거리는 대략 5km 정도 되는 거리입니다.

 

 

두려움에 떠는 제자들

 

어둠 속에서 물 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 이 모습을 본 제자들은 모두 두려움에 싸여 당황해 합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유일하게 마태오 복음은 다른 복음에서 찾을 수 없는 베드로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마태 14,28).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법한 어둠에서 베드로의 이 청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물 위를 걸어가던 베드로가 두려워해 물에 빠지고, 예수님께서 구해 주셨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베드로에게 말씀하십니다.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마태오와 마르코는 예수님께서 배에 오르시자 바람이 멎었다고 전하고, 요한 복음은 예수님을 맞아들이자 어느새 도착지에 이르렀다고 말합니다. 

 

빵을 많게 하신 기적 이후에 전해지는 물 위를 걸으신 이야기는 연결된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왜냐하면 복음서 안에서 기적 이후에 보이는 반응들, 곧 기적을 일으킨 예수님에 대한 반응들 대신 예수님 제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것을 대신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마르코 복음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들은 빵의 기적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마음이 완고해졌던 것이다”(마르 6,52).  물 위를 걸으신 이야기의 이 마지막 구절은 우리로 하여금 이 이야기가 5000명을 먹이신 기적과 연결된 것임을 알게 합니다.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

 

물 위를 걸으신 예수님에 대한 복음서의 기록은 빵을 많게 하신 기적을 일으키신 분이 누구인지를 보여 줍니다. 그렇기에 마태오 복음은 이 이야기를 “스승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라는 제자들의 신앙 고백으로 마무리합니다(마태 14,33).

 

이 이야기는 예수님을 풍랑에 시달려 두려움에 빠진 제자들을 구해 주시는 분, 물 위를 걸어 그 제자들을 향해 가시는 분, 또한 풍랑을 가라앉히는 힘을 가진 분으로 소개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물 위를 걸으신 예수님의 이야기는 그분의 신원과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할 여지를 줍니다. 예수님과 떨어져 있는 제자들, 그리고 풍랑이라는 어려움에 놓인 제자들은 ‘어둠’을 겪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그들과 함께 있을 때 비로소 두려움을 떨쳐내고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넓은 의미에서 우리 모두도 예수님과 함께 있을 때 어려움과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평화신문, 2016년 9월 11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성신교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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