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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우리 성당 제대 이야기: 춘천교구 주교좌 죽림동성당 - 단순한 제대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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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9-19 ㅣ No.749

[우리 성당 제대 이야기 – 춘천교구 주교좌 죽림동성당] 단순한 제대의 아름다움

 

 

“제대는 주님의 부활 신비를 거행하는 모임과 성당의 중심이다. 전례에서는 이를 사제이시요 제대이시며 제물이신 그리스도 자신의 상징으로 여겨 제대를 향하여 극상의 예를 갖춘다.”(죽림동성당 중창록 「생명의 샘」, 32쪽)

 

춘천교구의 첫 본당으로 설립되어 춘천 지역 신앙의 못자리요 중심이었던 주교좌 죽림동성당이 올해 9월 설립 100주년을 맞는다.

 

 

춘천 지역 신앙의 모태

 

강원도 춘천시 약사고개길 21에 자리한 죽림동성당은 강원도 첫 본당인 풍수원성당에서 1920년 9월 22일 분가한 곰실성당을 모태로 설립되었다. 당시 공소 회장이던 엄주언 말딩(마르티노)의 헌신적인 전교 활동으로 신앙 공동체가 형성되었고, 신자가 늘자 김유룡 필립보 신부가 초대 주임으로 부임하며 춘천의 첫 본당이 되었다.

 

일제 강점기 설립된 죽림동성당은 일제의 탄압과 감시, 그리고 선교 사제들의 추방과 가택 연금 등의 환난을 겪었다. 해방 뒤인 1949년 4월 새 성당 건립을 시작했지만, 한국전쟁 발발로 사제가 피랍되고, 성당 또한 1951년 5월 유엔군의 반격 공습으로 파손되기도 했다. 전쟁 중인 1951년 복구 작업을 시작해 미군과 교황청의 도움으로 1953년 마무리하여 1956년 6월 8일 성당 봉헌식을 거행하였다.

 

죽림동성당은 내부 기둥이 없는 한국 교회의 대표적인 로마네스크 양식 석조 건축물로서 국가 등록 문화재 제54호로 지정되었으며, 한국전쟁 때 순교한 춘천교구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사제 일곱 명 등이 묻힌 교구 성직자 묘역도 조성되어 있다. 죽림동성당에서는 지금까지 열한 명의 사제와 열두 명의 수도자가 나왔으며, 현재 교적상 신자 수는 2,300여 명이다.

 

주임 홍기선 히지노 신부는 성당을 거쳐 간 모든 신앙인에게 100년사를 헌정한다고 했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은 은총의 100년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100년을 계승하며 미래의 100년을 열 것입니다. 다가올 100년은 주님 섭리에 모든 것을 맡기고자 합니다. 영광의 100년이 될 것을 확신합니다.”

 

 

예술이 빼어난 가톨릭 미술의 ‘보고’

 

죽림동성당은 1998년 교구 설립 60년 기념으로 오랜 풍상으로 노후화된 성당의 중창(낡은 건물을 헐거나 고쳐서 다시 짓는 작업)을 시작하여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거쳐 그해 9월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당시 교구장 장익 주교와 한국 가톨릭 예술가 20여 명이 성당 안팎을 성미술 작품으로 꾸며 ‘한국 가톨릭 미술의 보고’라는 평을 듣는다. 또한 ‘전례 공간 구성의 교과서’라 불릴 만큼 전례의 상징성, 예술성, 기능성을 고루 갖춘 건축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 “참 아름답다.”는 탄성을 우러나게 하는 제대가 있다.

 

죽림동성당의 제대는 가로 2m 22cm, 세로 1m 15cm, 높이 96cm 크기의 화강암(가평석)으로 만들었다. 가톨릭미술가협회 회장을 지낸 최종태 요셉 조각가의 작품이다.

 

“저는 단순한 것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제대에 어떤 장식도 하지 않습니다. 죽림동성당의 제대 또한 단순하게 제작했습니다.”

 

“아름다운 것이 하느님”이라고 믿는 조각가는 전례 공간의 중심인 제대가 성당 전체와 조화를 이루게 하려고 청색기가 도는 화강암을 찾아냈고, 통돌 자체의 아름다움을 살리고자 다듬고 갈아 내는 작업만으로 제대를 완성했다. 다만 속이 꽉 찬 통돌의 규모 때문에 미사를 드리는 신자들이 중압감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제대 아랫부분을 3-4cm씩 4단을 깎아 냈다. 육면체의 거대한 돌이 바닥을 짓누를 때 느껴지는 무게감도 줄이고 가볍게 들어 올려진 느낌이 들게 하려는 의도에서다.

 

조각가의 의도대로 제대는 아무런 장식이 없기 때문에 무미건조한 듯 보이지만 오히려 바라보는 신자들에게는 장중함과 함께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홍기선 신부는 “거룩한 미사를 봉헌하는 데 굉장히 편리하며, 불편함이 없는 제대”라고 했다.

 

“인간의 가장 깊고 고요한 힘을 눈에 보이게 드러내 주는 표상이 바로 제대이다.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의 상징, 하느님과 사람이 만나서 하나 되는 거룩한 그곳, 겉에 보이는 제대는 성당의 심장이고 속의 제대는 사람의 마음속이다. 이 둘은 다 같이 하나라야 한다”(「생명의 샘」, 32쪽).

 

[경향잡지, 2020년 8월호, 글 · 사진 김민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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