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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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윤리] 인간관계 안에서의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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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5-06 ㅣ No.1736

[구역반장 월례연수] 인간관계 안에서의 윤리

 

 

인간의 존엄성

 

성경이 전하는 세상 창조 이야기에는 두 가지 핵심적인 사실이 있습니다. 첫째,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자유로운 의지 안에서 고유한 권한과 능력으로 세상을 창조하셨는데, 그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셨다는 것입니다. 둘째,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들 중에서 가장 특별한 사랑을 받은 존재는 바로 ‘인간’이라는 점입니다.

 

신앙인의 관점에서 인간의 삶은 크게 두 가지 관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느님과 맺는 수직적인 관계와 인간 사이의 수평적인 관계입니다.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창조된 그분의 자녀라는 것이 우리의 신앙 고백이고,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 안에서 모든 인간은 형제 자매의 관계를 가진다는 것 또한 중요한 고백입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율법을 완성하시면서 일깨워주신 가장 중요한 사랑의 계명에서도 분명히 드러납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계명은 하느님과의 관계를 사랑으로 맺는 것이고 이웃과의 관계 또한 사랑으로 맺는 것입니다.

 

‘인간관계 안에서의 윤리’는 ‘이웃 간에 어떻게 사랑을 실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며 그 시작은 모든 인간이 지닌 ‘존엄성’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3편 그리스도인의 삶은 인간의 소명과 존엄성을 언급하며 시작됩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인간이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되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제1절). 인간의 존엄성은 하느님의 참행복에 대한 소명 안에서 완성된다(제2절). 인간은 마땅히 이러한 완성을 자유롭게 지향해야 한다(제3절). 인간은 자신의 의지적 행위로(제4절), 하느님께서 약속하시고 양심이 증명하는 선을 따를 수도,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제5절). 인간은 자신을 형성하고 내적으로 성장한다. 인간은 육체적 생활과 영적 생활 전체를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한 재료로 삼는다(제6절). 은총의 도움으로 인간의 덕행은 성장하며(제7절), 죄를 피하고, 만일 죄를 지었을 때에는 되찾은 아들과 같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의 자비에 자신을 맡긴다(제8절). 이렇게 해서 인간은 완전한 사랑에 이른다.”(1700항)

 

 

“카인과 아벨” - 인간 사이의 범죄

 

아담과 하와의 원죄가 하느님과의 수직적인 관계를 훼손하는 죄였다면 카인과 아벨 사이에 벌어진 범죄는 사회 공동체 즉,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죄가 어떻게 확대될 수 있는지를 드러냅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나의 형제, 자매, 이웃은 누구인가?’, ‘그들에 대한 나의 마음과 태도는 어떠한가?’, ‘나는 어떤 이웃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게 됩니다.

 

카인과 아벨은 당시 두 계층의 사회 계급, 곧 농민과 목축민을 상징적으로 대표합니다. 그들의 노동은 죄의 결과로 땀을 흘려야 양식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하느님께 드리는 제사와 관련하여 갈등이 시작됩니다.

 

“카인은 땅의 소출을 주님께 제물로 바치고, 아벨은 양 떼 가운데 맏배들과 그 굳기름을 바쳤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아벨과 그의 제물은 기꺼이 굽어보셨으나, 카인과 그의 제물은 굽어보지 않으셨다.”(창세 4,3-5)

 

하느님께서는 왜 이러한 선택을 하셨을까요? 몇 가지 가설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이스라엘인들이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우월한 가나안 농경민들에 대한 열등의식을 느꼈기 때문에 자기네 조상 히브리인들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다.

 

② 땅에서 나는 곡식을 바치는 것보다 동물을 잡아 바치는 희생제물이 더욱 값진 것이다.

 

③ 동생으로서 당연히 형에게 돌아가야 할 왕권을 차지하게 된 솔로몬의 왕위 계승을 정당화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숨어 있다(열왕기 상권 1장 참조).

 

사실 성경은 어떤 제물이 더 좋은 것인지 판단하지도 않고, 하느님께서 카인과 그의 제물을 거절하신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점은 제물을 받아들이는 것은 하느님의 고유한 의지와 권한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약한 본성은 다른 인간을 죽이는 죄를 짓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느님이 아우의 제물을 즐겨 받으시는 것을 본 카인은 의롭지 못한 자신의 마음을 살피지 않았고, 시기심에 사로잡혀 분노와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에 인간은 불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을 각기 다른 방법으로 사랑하십니다. 사랑에 차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일부의 사람들만을 사랑하시는 것도 아닙니다. 각기 고유한 존재로서의 사람들을 다르게 사랑하시는 것입니다. 카인은 하느님께서 아우의 제물을 받아들인 것을 형으로서 기뻐하며 더 정성스럽게 제물을 바치고자 힘써야 했습니다.

 

카인은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질렀지만 카인의 뉘우침이 있었기에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표를 찍어 주시어 보살펴주셨습니다. 처음부터 죄를 짓지 않는 것이 당연히 더 좋은 것이지만 하느님께서는 회개하는 이들을 용서하시고 자비를 베풀어주십니다. 나약한 인간에 대한 한없는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해야 합니다.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통해서 새겨야 할 가르침은 형제 자매를, 이웃을 미워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하느님을 거스르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인간을 사랑하는 것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고, 인간을 죽이는 것은 하느님을 가볍게 여기는 것과 같습니다. 살인이라는 범죄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웃과의 관계에서 사랑과 생명을 전하고 있는지 아니면 빼앗고 있는지 일상에서의 생각과 마음과 말과 행동을 성찰해봐야 합니다. 인류의 첫 범죄가 외부의 유혹에서 왔다면, 카인의 범죄는 자신의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인류의 타락과 홍수” - 노아와 새로운 창조

 

타락한 세상을 보시고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심판하시기로 결심하셨습니다. “사람들의 악이 세상에 많아지고, 그들 마음의 모든 생각과 뜻이 언제나 악하기만 한 것을 보시고”(창세 6,5) 하느님께서는 세상에 사람을 만드신 것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셨습니다. 가장 특별한 사랑으로 창조하신 피조물인 인간이 하느님의 뜻을 가장 거스르는 존재로 여겨지는 장면입니다. 구체적으로 인간들의 불의와 폭력의 내용들이 묘사되고 있지는 않지만 현대 사회에서 경험하는 인간의 죄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주목할 것은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뜻대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던 노아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이어가신다는 점입니다. 홍수가 끝난 후 하느님께서는 노아와 계약을 맺으시고 다시는 같은 모습으로 멸망시키지 않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이를 통해 죄에 대한 심판을 넘어 창조된 세상을 다시금 새롭게 하시려는 창조주 하느님의 의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계약의 내용 중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양식으로 허락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에서 “피가 들어 있는 살코기를 먹어서는 안된다”고 명령하시는데, 동물의 피를 흘리는 것을 넘어 사람의 피에 대한 책임까지 강조하고 계십니다.

 

“나는 너희 각자의 피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 남의 피를 흘린 사람에게 나는 사람의 생명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사람의 피를 흘린 자 그자도 사람에 의해서 피를 흘려야 하리라. 하느님께서 당신 모습으로 사람을 만드셨기 때문이다.”(창세 9,5-6) 사람은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으므로 살인은 모든 생명의 주재자이신 하느님을 직접 거스르는 죄입니다. 이는 카인의 범죄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말씀입니다.

 

 

이웃 사랑의 시작 – 인간에 대한 존중

 

모든 인간이 죄를 짓지만 하느님께서는 정의로우시고 자비로우시며 당신의 계약을 잊지 않으시고 모든 이가 구원받도록 이끄십니다. 우리가 지상의 삶을 마치고 하느님 앞에서 심판을 받게 될 때에 그 기준은 이웃 사랑의 실천입니다. 나와 모든 인간을 하느님을 닮은 존엄한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는 시작입니다.

 

동영상 보기

https://youtu.be/vn2ZKLCojOs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0년 5월호, 김영훈 신부(사목국 교육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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