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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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유사종교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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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4-25 ㅣ No.1420

[믿음과 은총] 유사종교의 확산

 

 

취업에 고민인 한 청년이 찾아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원하는 회사에 입사하기는 녹록지 않았다. 근근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아온 돈으로는 생활이 힘들어, 부끄럽지만 부모님께 또다시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주위의 친구들은 어찌 그렇게 좋은 직장에 척척 입사하는지 모르겠다. 그들과 비교하면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느낀다. 그런 그에게 한 친구는 아르바이트를 소개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활용하여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였다. 여기서 ‘자신이 가진 것’이란 바로 ‘신앙’이었다. 그는 성당을 다니기에 성경을 알고 있었고, 성경을 알고 있기에 성경에 관한 수필집을 함께 읽어보며 탈고(脫稿)하는 것을 도와준다면 높은 보수를 주겠다는 아주 달콤한 제안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아르바이트를 한 번, 두 번 하면서 그는 자신이 신앙을 갖게 된 것에 감사하기도 했다. 신앙으로 돈도 벌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주 ‘다행히’도 그는 자신이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를 어머니에게 이야기했다. 평소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던 그의 어머니는 이야기를 듣고 무엇인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리고 며칠 후, 청년은 유사종교에 대한 상담을 의뢰했다.

 

유사종교 상담의 사례 가운데에서 경미하다고 할 수 있는 예시이다. 하지만 이 사례를 통해 유사종교의 번식과 확산의 양상을 살펴보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신천지의 정체가 세상에 알려졌다. 그리고 우리는 바이러스와 유사종교의 성격이 얼마나 유사한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둘 사이에 유사한 것이 하나 더 남아있다. 그것은 바이러스의 확산 방식과 유사종교의 포교(布敎) 방식이다.

 

바이러스의 증식을 위해서는 숙주(宿主)가 필요하다고 한다. 바이러스는 박테리아나 동식물,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그것들이 기생하거나 공생하는 상태의 생물을 통해서 자신을 증식한다고 한다. 유사종교 또한 그러하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신천지와 같은 집단은 그리스도교와 관련 없는 이들을 포교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그들에게 숙주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었던 청년의 ‘자신이 가진 것’, 곧 신앙이었다. 그들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 이들에게 다가간다. 마치 자신들이 정통 그리스도교 신자인 양 탈을 쓰고, 자신들의 정체를 감춘 채 서서히 다가간다. 그리고 면역력이 약한 대상자를 선택한다. 마음이 어려운 이들, 상황이 힘든 이들, 고민이 많은 이들 곁에 기생(寄生)하며 마치 위로와 대안을 가져다주는 듯 가장(假將)하여, 서서히 자신들이 속한 집단의 주장으로 그들을 물들인다. 세뇌시킨다. 이것이 그들의 포교, 아니 확산의 방식이다.

 

요즈음 ‘신천지 때문에 난리’라고들 한다. 하지만 유사종교가 일으키는 문제들이 결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단지 신천지가 보다 기이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세(勢)를 확장했기 때문에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국가 재난 상황에서 몰지각한 모습을 보이며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이다. 현재 이러한 유사종교 집단이 신천지만 있는 것도 아니며, 신천지조차도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집단은 아니다.

 

신천지의 시작은 벌써 100년보다 더 앞선, 1910년부터 시작됐다. 나라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제가 빼앗아간 많은 것들로 인해 사람들은 마음 둘 곳 없는 35년을 보내야 했다. 이때, 헛된 위로와 가장된 대안을 주장하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자신이 바로 구원자(救援子)라고 주장하며 그리스도인들을 선동했던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는 개신교 교회로부터 분리되어 자신만의 교회를 차리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선동에 휩쓸릴 만한 사람들을 자신이 속해있던 교회에서 찾았다. 그들 곁에 기생하며 그들의 어려움을 구원해준다 기만했고, 그들의 기복(祈福)적 성향은 그것에 쉽게 기울었다. 그로부터 시작된 분열을 통한 증식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박태선, 김백문, 문선명, 유재열, 이만희가 모두 이 증식 과정에 이름을 두고 있는 이들이다.

 

종식(終熄)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산은 막아야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닌 하느님을 열심히 찾고 있는 내 가족, 내 친구, 내 옆의 형제 · 자매 곁에 기생할 지 모르는 그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막아야 한다. 우리가 가진 것의 전부인 고귀한 신앙이 그들의 숙주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2020년 4월 26일 부활 제3주일 인천주보 4면, 명형진 시몬 신부(선교사목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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