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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생명을 사랑합시다: 체외수정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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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3-01 ㅣ No.1711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생명을 사랑합시다 (2) 체외수정 문제


생명 얻으려 생명 죽이는 모순 낳는 체외수정

 

 

- 미국 성 바오로 6세 연구소가 출시한 나프로임신법 관련 앱 ‘FertilityCare’. 교회는 여성 건강에 도움이 되고 윤리적 논란도 없는 나프로임신법을 장려하고 있다. 성 바오로 6세 연구소 제공.

 

 

지난해 3월, 미국의 한 난임 치료 센터에서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동양인 남녀 부부가 쌍둥이를 체외수정으로 임신했는데, 막상 낳고 보니 아이들은 동양인이 아니었다. 부부는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는 ‘쌍둥이 둘, 부모 6명’이었다. 동양인 부부는 자신들의 정자와 난자가 만난 배아가 주입된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같은 난임 치료 센터를 찾은 다른 부부 2쌍의 배아가 이식된 것이었다. 결국 동양인 부부는 아이들을 생물학적 부모에게 각각 보내줘야 했고, 생물학적 부모도 아이를 찾기 위한 법정 싸움을 벌여야 했다. 생명을 얻으려 시작한 체외수정이 배아의 도구화로, 또 그 도구화가 어떠한 비극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극명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문제는 이 같은 체외수정으로 인한 ‘배아의 도구화’가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정부는 난임 부부를 지원하기 위한 핵심 정책으로 체외수정 시술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체외수정 시술은 언제든 실패하거나 실수가 벌어질 가능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2년여 전인 2017년 부산의 한 병원에서는 의사가 난임 부부의 배아를 또 다른 난임 부부 여성에게 이식한 일이 있었다. 당시 의사는 이를 숨기려 ‘낙태 주사’라 불리는 ‘MTX(Methotrexate) 주사’까지 투여했고, 해당 여성은 정상적인 착상 유도제를 맞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일부 의료진의 부도덕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당장 난임 치료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알 길 없는 난임 부부에게는 언제나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배아의 도구화’는 그 과정에서 무고한 생명이 피해를 입는다. 난임 부부가 체외수정으로 임신에 성공하려면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배아가 필요하지만, 한 번의 이식으로 꼭 임신하는 것도 아니고 임신에 성공한다 해도 반드시 안정적인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체외수정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잔여 배아’가 생산되고 이 배아들은 버려지거나 실험에 쓰이게 된다. 보건복지부의 「2013년도 배아보관 및 제공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 해 동안 26만4772개의 배아가 생성됐고, 절반 이상(16만7707개)은 폐기(11만4869개)되거나 동결 보관(5만2838개)됐다.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는 동의권자의 별도 지정이 없는 한 배아 보존 기간을 5년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이렇게 배아를 도구화하는 체외수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배아도 생명’이라는 인식부터 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황청 신앙교리성도 생명 윤리의 특정 문제에 관한 훈령 「인간의 존엄」에서 이미 “인간의 몸은 그 존재의 바로 첫 단계부터 결코 단순한 세포군으로 환원될 수 없다”며 “배아기의 인간의 몸은 모든 유아의 탄생으로 명백히 드러나는 고유한 목적을 지닌 정교한 프로그램에 따라 점진적으로 발달한다”고 강조했다. 생명은 존재의 시작, 즉 남녀 생식 세포 접합체의 형성 시기부터 인간 존재로 무조건 존중받아야 하고, 그 존재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생명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와 관련해 가톨릭교회에서는 생명을 침해하는 체외수정이 아닌 자연적 난임 치료 방법인 ‘나프로임신법’을 권하고 있다. 난임 부부들이 정자와 난자를 인공적으로 결합하고 시술로 육체와 정신도 고통받는 대신 자연적으로 생식능력을 극대화해 임신·출산에 이를 수 있도록 건강관리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나프로임신법(NaProTechnology)은 자연(Nature)·가임력(Procreative)·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가임기 여성의 생리주기를 지속해서 관찰하고 생식능력을 높여 난임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실제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임신센터 센터장 이영 교수는 2018년 10월 20일 서울 영등포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난임 정책을 다시 생각한다’ 주제 강의에서 “(체외수정을 포함한) 인공보조 생식술은 여성 건강에 해롭고 윤리적 문제도 갖고 있지만, 나프로임신법은 여성 건강에 도움이 되고 윤리적 논란도 없다”며 “생명 탄생의 본질을 깨닫게 하고 궁극적으로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하는 나프로임신법을 난임 치료에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20년 3월 1일, 이소영 기자]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궁금해요, 성(性)! (2) 부부라고 꼭 아이를 낳아야 하나요?

 

 

“그리스도인의 혼인은 자녀를 기꺼이 받아들이지만, 한쪽이나 양쪽 배우자 모두가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불임인 경우에는 자녀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교구 미헬 레메리 신부는 저서 「하느님과 트윗을」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혼인은 자녀 출산을 지향하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목적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실제 가톨릭 교회에서는 혼인의 필수적인 요소로 세 가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단일성과 불가해소성, 자녀 출산이 그것입니다. 혼인은 한 남자와 한 여자, 단 두 사람만의 결합이며, 죽음이 둘을 갈라놓기 전까진 혼인을 해소할 수 없고, 혼인한 사람들은 모두 자녀 출산에 대해 열린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부부들 가운데에는 이를 실현할 수 없는 부부도 있습니다. 질병이나 사고로 자신의 몸을 배우자에게 내어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불임의 고통을 겪는 일이 생길 수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 해도 혼인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가톨릭 사회 교리서 「DOCAT」(두캣)에도 나와 있듯 자녀 출산만이 혼인의 유일한 목적은 아니며, 자녀가 없다 해도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이라는 가치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러한 부부들은 입양이나 육아 봉사 등을 통해 또 다른 사랑과 생명의 열매를 맺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당신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창세 1,28 일부) [가톨릭신문, 2020년 3월 1일,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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