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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수도 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23: 성경 독서와 마음의 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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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1-18 ㅣ No.1361

[수도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 (23) 성경 독서와 마음의 순결


순수하고 고요한 마음은 필수 덕목

 

 

성독 시간에 수도자들에게 참으로 요구되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마음의 순결’(puritas cordis)이었다. 순결한 마음만이 하느님의 말씀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고 또한 그러한 말씀을 실천할 수 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 5,8)라고 말씀하셨다. 바오로 사도는 사랑하는 티모테오에게 “청춘의 욕망을 피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을 받들어 부르는 이들과 함께 의로움과 믿음과 사랑과 평화를 추구하십시오!”(2티모 2,22)라고 권고하였다. 순결한 마음만이 주님을 뵈올 수 있고, 하느님 역시 그 안에서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신다. 특히 그분은 순수한 마음을 가진 모든 수도자를 렉시오 디비나 중에 더 깊은 기도로 인도하신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말씀을 온전히 듣고, 성령의 인도에 순종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수도자들에게 요구되었던 것은 바로 마음의 순결이었다.

 

특별히 성 베네딕토 이전에 가장 영향력이 있었던 수도 교부들 가운데 한 사람인 요한 카시아누스에게 마음의 순결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는 순수하지 않은 영혼은 결코 하느님 말씀에 대한 참된 영적인 지혜를 얻을 수 없다고 단정하였다. 그러므로 말씀으로부터 참된 영적인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마음의 순결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별히 그는 「담화집」 제1권에서 수도승들의 최종 목표는 바로 하느님 나라이며 그리고 거기에 이르기 위한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목표로서 마음의 순결을 언급하였다. 수도자들의 모든 영적인 수행들은 바로 이러한 마음의 순결을 향하고 있다. 마음의 순결 없이는 아무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카시아누스는 그의 스승인 에바그리우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그가 말하는 마음의 순결은 에바그리우스가 이야기하는 ‘아파테이아’(apatheia)와 동일한 개념이다. 아파테이아란 온갖 욕정들로부터 정화된 영혼의 내적 평정 혹은 고요함의 상태를 말한다. 카시아누스는 그 당시 오리게네스 논쟁에 연루될 수 있는 오해의 소지 때문에, 스승의 아파테이아라는 용어를 피하고 성경에 나오는 마음의 순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사실 두 용어는 동일한 의미이다. 그리스도교 수도승 전통 안에서 수도 생활의 직접적인 목표는 바로 아파테이아 혹은 마음의 순결이었다. 수행자가 이것을 얻게 될 때 비로소 그는 하느님과의 깊은 일치인 관상 생활로 넘어가게 된다. 그래서 수도승 전통 안에서 아파테이아나 마음의 순결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었다.

 

베네딕토 성인도 같은 맥락에서 언제나 수도자들이 마음의 순결을 유지해야 함을 강조하였는데, 특별히 사순절 동안에는 더욱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는 수도자들이 이러한 순결한 마음으로 성경 독서와 성경 묵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규칙서」 49,1-4 참조). 왜냐하면, 순수한 마음을 가진 자만이 성경을 올바로 읽을 수 있고 또한 성경의 깊은 의미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마음의 순결은 성경을 읽는 데 있어서 어떤 부차적인 조건이 아니라 필요충분조건이며, 이것 없이는 성경 독서에서 참된 지혜를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하느님과의 깊은 일치로 나아갈 수 없다. 이런 면에서 성경을 읽기 전에 먼저 마음을 고요하게 그리고 순수하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1월 19일, 허성준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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