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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103: 21세기 (1) 복고주의와 혼합주의 이단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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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2-10 ㅣ No.1272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 (103) 21세기 ① 복고주의와 혼합주의 이단 영성


쇄신과 개방의 흐름 속에 생겨난 ‘그릇된 움직임들’ 혼란 초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로 전례 개혁이 이뤄졌지만 오히려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사진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 전례 방식에 따라 사제가 신자들을 등진 채 제대를 향해 서서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 가톨릭평화신문 DB.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가 회복과 쇄신을 통해 시도한 ‘현대화(aggiornamento)’는 현대 사회에 맞는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재정립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회복과 쇄신을 통한 현대화와 세상을 향한 개방성은 신자들로 하여금 세상으로부터 위축되게 해 과도한 보수성으로 나타나거나 자신감 충만한 진보성으로 변하면서 그릇된 영성생활을 초래했습니다.

 

 

전례 쇄신에 불만을 느끼고 현 전례 생활 깎아내리는 전통 방식 고수주의자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1963년 가장 먼저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인 「거룩한 공의회(Sacrosanctum Concilium)」을 발표하면서 전례의 쇄신과 증진을 위한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공의회는 「전례 헌장」 36항에서 신자들이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전례 언어인 라틴어를 지역 모국어로 번역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따라서 로마 가톨릭교회는 1969년 「미사 경본 총지침(Institutio Generalis Missalis Romani)」을 발표하고 트리엔트 공의회(Concilium Tridentinum, 1545~1563)의 결정에 따라 1570년 공포한 「미사 경본(Missale Romanum)」의 개정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침서 299항은 신자들의 능동적인 전례 참여를 위해 제대를 성당의 중심으로 옮겨 집중할 수 있도록 강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신자들은 전례 생활을 통해 영적 여정의 발전을 도모하는 영성생활을 실천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전례 쇄신과 신심 운동의 개혁에 반대하고, 향수에 젖어 과거에 집착하며 공의회가 신자들을 혼란에 빠뜨려 이단적인 모습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교회와 영성생활에 혼돈을 초래했습니다.

 

예를 들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준비위원이자 참석자였던 마르셀 르페브르(Marcel Lefebvre, 1905~1991) 대주교는 공의회가 개혁적이며 개방적인 방향에서 교회를 쇄신하는 데에 반대했으며, 전례 개혁에도 불만을 느끼고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결국, 르페브르는 1970년 ‘성 비오 10세회(Fraternitas Sacerdotalis Sancti Pii X)’를 설립하고 트리엔트 미사(Missa Tridentina) 거행을 고집하며 스스로 교황과의 일치를 끊었습니다. 르페브르 대주교가 1988년 교황으로부터 사전에 승인을 받지 않은 주교 서품식을 거행했기 때문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Ioannes Paulus PP. II, 재임 1978~2005)는 그를 파문했습니다. 다만, 교황 베네딕토 16세(Benedictus PP. XVI, 재임 2005~2013)가 2007년 1962년 판 트리엔트 미사 전례 양식 사용을 허용하는 자의 교서 「교황들(Summorum Pontificum)」과 교황청 주교성이 2009년 「르페브르 대주교가 임명한 주교들의 파문 제재 사면에 관한 교령(Decreto di remissione della scomunica latae sententiae ai Vescovi della Fraternit San Pio X)」을 통해 화해와 일치를 시도했으나 현재까지 진전된 것은 없습니다. 그 가운데 일부 가톨릭 신자들은 뒤늦게 복고풍 전례에 매력을 느끼고 현재 전례 생활을 깎아내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타 종교에 우호적인 자세에 역작용으로 나타난 혼합주의자

 

한편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1965년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인 「우리 시대(Nostra Aetate)」를 발표하면서 비그리스도교와의 관계를 더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비그리스도교 선언」은 힌두교와 불교를 비롯한 다른 종교에 대한 개방적인 자세를 권고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이들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거룩한 것은 아무것도 배척하지 않는다. 그들의 생활 양식과 행동 방식뿐 아니라 그 계율과 교리도 진심으로 존중한다.”(2항) 하지만 이러한 가르침이 역작용을 일으켜서, 어느새 가톨릭 신자들은 가톨릭교회와 타 종교 사이에 있는 믿을 교리에 대한 분명한 차이점을 잊은 채 ‘유사영성운동’에 속하는 ‘뉴에이지 운동(New Age Movement)’, ‘정신세계 운동’, 및 ‘기 수련 운동’ 등에 매료됐으며, ‘다원주의’의 영향을 받으며 혼합주의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육체적, 정신적, 영적 건강과 평화를 추구하는 유사영성운동은 우주나 자연 등과 일치를 이루는 신비체험을 강조함으로써 신앙인들로 하여금 회심의 과정보다 개인적 세계에 집착하게 하였습니다. 정신세계 운동도 개인적으로 자신의 정신과 내면의 세계에 몰입하게 하면서 초능력이나 오컬티즘(occultism) 등에 관심을 두게 했습니다. 기 수련 운동도 처음에 개인의 안녕과 평화에 집중하며 단순 건강 운동으로 시작했지만, 차차 영적 세계와 교감을 강조하면서 신흥 종교 운동으로 전환됐습니다.

 

 

잘못된 기도생활과 영성생활에 대한 교회의 경고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1989년 ‘그리스도교 명상의 일부 측면에 관하여 가톨릭 주교들에게 보내는 서한’인 「그리스도교 명상(Orationis Formas)」을 통해 그리스도교 안에 동양의 명상법들이 확산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동양의 방법들을 오로지 참으로 그리스도교적인 묵상을 위한 심리적 준비 단계로 활용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여러 가지 기술들을 사용함으로써 특정 가톨릭 신비가들의 저서들 안에 묘사된 경험들과 유사한 영적 체험들을 겪으려고 애쓴다. 또 다른 부류의 어떤 사람들은 불교 이론에 고유한 것으로서 표상이나 개념이 불가능한 절대적인 것을, 유한한 실재를 훨씬 능가하는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하느님의 위엄과 같은 수준 위에 서슴없이 올려놓으려 한다.”(12항) 

 

또한,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1998년 「예수회 앤소니 드 멜로 신부의 저술에 관한 공지」에서 다음과 같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앤소니 드 멜로(Anthony de Mello, 1931~1987)의 글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적 내용과 점차 멀어져 가고 있음에 주목할 수 있습니다. 곧,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 안에서 오는 계시를 그는 형태도 모습도 없는 하느님에 대한 직관으로 대치하고, 하느님을 순수한 공(空)으로 운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선익을 보호하고자, 신앙교리성은 앞에서 언급한 주장들이 가톨릭 신앙과 양립할 수 없으며, 심각한 폐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이 공지로써 선언합니다.”

 

한편 교황청 문화평의회와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도 2003년 ‘뉴에이지’에 관한 그리스도교적 성찰을 담고 있는 「생명수를 지니신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 the bearer of the water of life)」를 발표하면서 가톨릭교회 안의 뉴에이지 운동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불러일으켰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이른바 뉴에이지를 가장하여 고대 영지주의 사상으로 회귀하는 것’에 대하여 경고하셨다. ‘우리는 이것으로 종교의 쇄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는 단순히 영지주의를 실천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이러한 정신 자세는 하느님을 깊이 알고자 한다는 미명 아래 하느님의 말씀을 왜곡하고 그 말씀을 순전히 인간의 말로 바꾸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 한 예로 에니어그램을 들 수 있다. 9가지 유형의 성격 분석 도구인 에니어그램을 영적 성장의 한 도구로써 사용하게 되면 교리와 그리스도교 신앙생활에 혼란을 가져온다.” 문헌은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경고했습니다. “융(Carl Jung, 1875~1961)의 심리학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여러 측면, 특히 악의 실재에 맞설 필요성에 관하여 빛을 밝힌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의 종교적 신념은 그의 삶의 단계마다 너무 달라서 하느님의 이미지에 혼란이 생긴다. 그의 사상의 중심 요소는 태양 숭배로서, 거기에서 하느님은 인간 안에 있는 생명 에너지(리비도)이다.”

 

이렇게 20세기 출현한 복고주의나 혼합주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가톨릭 신자들의 영성생활에 큰 피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올바른 교리에 기반을 두고 교도권의 가르침에 순명하는 영성생활을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12월 9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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