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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주님 계신 곳, 그 곳에 가고 싶다: 새 성당 봉헌하는 대전교구 당진 순성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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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3-12 ㅣ No.522

[주님 계신 곳, 그 곳에 가고 싶다] 새 성당 봉헌하는 대전교구 당진 순성본당


온전히 신자들 ‘땀과 기도’로 쌓아올린 집

 

 

- 드론으로 촬영한 당진 순성성당 전경.

 

 

“성당 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 내내 하느님 섭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당을 중심으로 이뤄진 일치는 본당 신자들을 한데 묶어 놓았고, 신자들 모두는 한마음이 돼 함께 기도하며 신앙선조들을 따라 살기로 다짐했습니다.”

 

대전교구 당진 순성본당(주임 김택민 신부)은 2015년 1월 신합덕본당에서 분리돼 면천, 순성, 아찬, 중방공소 등 4개 공소를 묶어 본당으로 설립됐다. 신합덕본당 주임으로 사목하며 순성본당 설립을 이끌던 정성용 신부(안식년)가 본당 초대 주임신부로 부임해 공동체 설립에 기초를 놓았다. 공동체는 꾸려졌지만, 각각 공소에 흩어져 있던 신자들을 한데 모을 공간이 필요했다. 본당 설립을 꿈꾸던 신자들은 2008년부터 순성공소 인근의 땅을 매입하고 조립식 임시성당을 마련하는 등 다방면으로 준비했지만, 본당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성용 신부는 순성면사무소 인근에 신축 부지를 마련하고 2016년 사제관과 교육관을 먼저 지었다. 한겨울에도 샌들을 신고 다닐 정도로 절약하며 검소한 삶을 몸소 보였던 정 신부는 신자들과 하나 되어 이듬해 1월 성당 건축 대지 축복식을 봉헌하고 100일 만에 성당을 완공할 수 있었다.

 

- 감실.

 

 

3월 10일 교구장 유흥식 주교 주례로 봉헌한 순성성당은 1922년 드비즈 신부에 의해 건축된 공세리성당을 모티브로 했다. 건축면적 330㎡ 지상 2층 규모로 세워진 성당은 뾰족한 첨탑과 붉은 벽돌, 수직적이면서 직선적인 느낌이 고풍스러운 느낌을 전해준다.

 

성당 출입구와 감실은 원유동(바오로·한남대 철학상담학과 교수) 작가가 참여했다. 원 작가는 성당 출입구에 본당 주보인 파티마의 성모 발현 100주년을 비롯해 성 김대건 신부와 성당을 축복하는 예수님을 형상화한 작품을 설치했다. 순백색의 성전 내부에는 스테인드글라스가 눈에 띈다. 성전 좌우측 벽면에 설치된 열두 사도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은 최욱미(일루미나·프니엘조형예술연구소 대표) 작가가 신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제작했다. 중간에 성전 내부 곳곳을 감도는 푸른빛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순성본당은 공동체로서는 역사가 짧지만, 그 뿌리는 한국교회 역사와 같이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는 새 성당 건축에 돌입하며 토목공사를 하던 중에 나타났다. 공사 현장에서 신앙선조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옹기와 숯을 만들던 가마터가 발견된 것이다.

 

“시골 마을 작은 공동체에 100일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이종구(다마소) 본당 총회장은 성당이 완공되던 그 날의 감격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우리 본당 신자들은 아무 사고 없이 성당이 세워진 나날을 ‘100일의 기적’이라 부른다”라며 “각자의 탈렌트로 성당 건립에 힘을 쏟은 많은 신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 성당 내부.

 

 

100일 만에 성당을 완공한 것 자체를 기적이라 부를 수 있겠지만, 본당 신자들이 기적이라 할만한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주일미사 참례자가 250여 명뿐인 작은 공동체에, 더군다나 어르신들이 많은 본당에서 별도의 기금 마련 활동 없이 성당을 지은 것 자체가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아름다운 성당을 짓는데 총 건축비가 9억 원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신자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봉헌했고, 빚도 다 갚았다.

 

본당 신자들은 성당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초, 신축 부지 한편에 비닐하우스로 임시성당을 마련하고 추위와 무더위를 견디며 건립과정 모두를 지켜봤다. 상대적으로 젊은이들의 수가 부족한 농촌이지만, 조금이라도 힘을 쓸 수 있는 신자들은 직접 공사현장에서 일꾼을 자처했다. 또 자매들은 식사를 준비하고, 직접 나서기 힘든 어르신들은 묵주알을 돌리며 기도로 힘을 보탰다. 성당 봉헌을 준비하며 신자들이 성경을 완필하고 210만 단이 넘는 묵주기도를 바쳤다. 본당 공동체 모두가 직접 건설현장에서 하느님의 집을 짓는 데 참여했고, 공사 자재는 물론이고 청소며 건축 전반에 열정적으로 함께한 것이다.

 

본당 주임 김택민 신부는 최근 주일학교를 설립하고 아이들을 성당으로 초대했다. 또 ‘일치와 화해 피정’을 마련하고 본당 신자들을 한데 모으는 데 힘쓰고 있다. 김 신부는 “우리 본당 신자들은 신심이 아주 깊은 분들”이라며 “신자들이 지역 공동체와 함께 어울려 지내며, 하느님 사랑 안에서 기쁘게 신앙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경청하고 그에 맞는 사목방향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전 좌우측 벽면에 설치된 열두 사도 스테인드글라스.

 

 

순성본당은 올 한해를 ‘성당 봉헌의 기쁨을 나누는 해’로 정하고 수고한 신자들을 독려하면서 공동체 기반을 다지는 데에 집중하고자 한다. 또 냉담교우 회두 운동은 물론 예비신자 모집에도 노력할 예정이다.

 

[가톨릭신문, 2018년 3월 11일, 박원희 기자, 김동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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