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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들여다보기: 인성 교육 꽃피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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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17 ㅣ No.93

[교육, 들여다보기] 인성 교육 꽃피우기

 

 

같이 키우는 아기

 

제가 1학년 담임을 맡을 때였습니다. 입학식 날, 효주 뒤에는 만삭의 엄마가 서 있었습니다. 효주 어머니는 4월 상담 때 와서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터울이 많이 지는 동생을 보게 되는 효주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걱정이었습니다. 동생을 낳으면 엄마는 온통 동생만 돌볼 것이라는 지레짐작으로 효주는 매사에 심술을 부리며 짜증을 낸다고 하였습니다.

 

효주 어머니는 상담한 지 일주일이 채 안 되어서 아기를 낳으러 병원에 가셨고, 효주는 잔뜩 걱정스러운 얼굴로 학교에 나왔습니다.

 

“효주야, 동생이 태어나는데 기쁘지 않니?”

 

“내 장난감도 망가뜨리고, 공책도 찢고 그럴까 봐서요. 그리고 자꾸 놀아 달라고 하면 귀찮을 것 같아요. 엄마도 동생만 돌볼 테고….”

 

그래서 저는 반 아이들과 함께 효주 동생의 탄생을 축하하고 환영하는 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이름도 지어 주기로 했지요. 혹시 효주 부모님이 그 이름 가운데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으로 지을 수도 있으니 정성껏 지어야 한다고 귀띔해 주었습니다. 반 아이들은 효주 동생에게 환영한다는 편지와 이름을 지어서 효주 편에 보내 주었습니다.

 

그날 저녁, 효주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효주가 편지와 이름들을 잔뜩 가져와 동생 옆에 앉아서 하나씩 읽어 주었고, 동생을 환영해 주는 친구들 모습에 감동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그 뒤, 우리는 백일 기념 편지도 써 주고, 효주 어머니는 백일 떡을 반에 돌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날이 따뜻해지자 하교 시간에 맞춰 아기를 데리고 와서 우리 반 아이들에게 아기의 성장을 확인시켜 주기도 했습니다. 효주와 우리 반 아이들은 그렇게 어린 동생을 가진 것이 얼마나 특별하고 대단한 일인지 우쭐해하며 1년을 보냈습니다.

 

 

캐나다의 공감 교육

 

캐나다의 유치원 교사였던 메리 고든은 갓난아기를 지역의 유치원과 초·중등학교에 데리고 가서 아이들에게 1년 동안 아기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게 했습니다. 아이들은 순수한 아기의 모습과 성장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도 내재되어 있는 따뜻한 감정을 발견하고 이를 표현하는 능력을 자연스레 습득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활동 가운데 여리고 힘없는 아이를 지키고 보호해 주려는 마음이 길러져, 놀랍게도 다른 아이들을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의 사소한 놀림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 이 프로그램은 캐나다의 아홉 개 주에서 실행되고 있으며, 다른 나라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왜 공감 교육인가

 

몇 년 전 우리나라의 한 외국어 고등학교 학생이 엄마에게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한 적이 있습니다. 유서는 단 네 글자였습니다. “이제 됐어?” 엄마가 요구하던 성적에 도달한 직후였습니다.

 

성공과 경쟁 위주의 교육으로 행복 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인 우리나라는 입시 지옥, 학교 폭력, 왕따 문제 등으로 청소년 자살률이 가장 높습니다. 게다가 성폭행, 폭력, 살인 등으로 삶의 가치를 무시하고 성공과 경쟁 위주로 살아오게 한 지금까지의 교육 제도가 불러온 부작용이 너무 커서 이를 극복하며 행복을 추구하고자 인성 교육이 강화되었습니다.

 

인성 교육의 범위가 워낙 방대하지만 최근에는 그 교육의 덕목 가운데 ‘공감’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습니다. 공감이란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고 느끼며(감정), 그 상황에 적절하게 정서적으로(정서) 반응(관계)함으로써 상호 간에 의사소통(협력)하는 능력입니다.

 

그러나 타인의 감정이나 행동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성별이나 자라 온 환경, 또는 유전자의 차이 등 많은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 차이로 말미암아 다툼이 있고 균열이 생겨 서로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회 공동체에서 살아가려면 이를 이해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행복한 삶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합니다.

 

 

왜 3-4학년에 공감 교육인가

 

미국의 교육학자 미셸 보바와 뉴욕대학교의 심리학자 마틴 호프만은 공감 능력 발달 단계를 다섯 단계로 제시합니다.

 

1단계

· 포괄적(전반적)인 공감 능력 단계로 생후 1년까지. 

· 가장 단순한 각성 형식을 통해 공감적 고통을 경험하는 시기.

 

2단계

· 자기중심적 공감 능력 단계로 만 1세부터 3세까지.

· 타인의 마음도 자신과 같을 것이라 생각하여 다른 아이가 곤경에 놓여 있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내적 감정에 비추어 반응하는 시기.

 

3단계

· 정서적 공감 능력의 단계로 4세부터 6세 이전까지.

· 다른 이의 기분이 자신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다른 이가 고통스러워하는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시기.

 

4단계

· 인식에 의한 공감 능력 단계로 만 6세부터 만 9세까지.

· 사물을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볼 수 있으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격려하며 위로하는 능력이 풍부해지는 시기.

 

5단계

· 추상적 공감 능력의 단계로 만 10세부터 12세까지.

· 개인적으로 알고 있거나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것을 초월하여 자신이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공감 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시기.

 

2018년에는 3-4학년에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어 인성 교육으로서의 공감 교육이 교과 학습에 녹아들어 도입될 전망입니다. 앞에서 보듯이 3-4학년은 5단계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1-2학년까지만 해도 혼자 노는 데 익숙합니다. 친구와 놀다가도 이내 각자 놀기 일쑤입니다. 그러다 3학년에 들어서면 또래 집단과 노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아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다투기 시작하는데, 자신의 가치관으로 친구를 이해하자니 기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친구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훈련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저히 공감할 수 없거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3학년 담임 교사들은 아이들이 왜 그렇게 다투고 고자질하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합니다. 이는 아이들이 자기 울타리에서 벗어나 타인을 받아들이며 타인의 세계로 넘나들기 때문입니다.

 

또한 3-4학년 때는 성과 성의 역할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지고, 미래와 현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도덕성에 대해 눈을 뜨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친구 관계를 중시하는 특징도 발달하는 단계이므로 공감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적기라 판단해 공감 교육이 도입되는 것입니다.

 

 

다름과 차이의 극복 교육, 공감 교육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물으면 남자아이들은 축구나 야구를 하고 놀았다거나 스포츠 중계를 보았다고 합니다. 여자아이들에게도 스포츠 중계를 보았는지 물어보면 봐도 모르니 안 본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자아이들에게 야구 용어를 15분 동안 설명해 주라고 했습니다. 15분 뒤에 ‘도전 골든 벨 퀴즈’로 모둠 점수를 주는 게임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에게 설명해줍니다. 도통 못 알아듣는 것이 답답했는지 그림을 그리거나 시범을 보이기도 합니다. 교사인 나보다 훨씬 더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공감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공감 교육은 이렇게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공감이라고 본다면 그 다름과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관건입니다.

 

하나. 표현하기 - 너와 내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나 도덕적 출발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소통을 통해서 표현하고 차이를 좁혀 가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언어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언어나 비언어적인 의사소통 방법으로 상호 작용을 통

해서만 가능합니다.

 

둘. 정서적으로 공유하기 -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과는 그동안 독서나 경험, 체험을 통해 정서적인 공감대가 일치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대인 관계에서 원만한 사람은 남을 이해하는 폭이 넓거나 자신의 생각을 보편타당하게 표현하는 방식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습득하려면 독서와 체험의 기회를 많이 가져야 합니다. 공감은 동정이 아닙니다. 동정은 수직의 문제지만, 공감은 수평의 문제입니다.

 

* 김미자 유스티나 - 서울 반원초등학교 수석 교사로 서울시 교육청 학습상담심리지원단과 행복독서지원단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교육대학교에서 국어교육을,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했으며,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강의와 교육 컨설팅을 하며 다수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7년 10월호, 김미자 유스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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