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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

생활 속의 교회법11: 미사는 꼭 정해진 대로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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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06 ㅣ No.366

생활 속의 교회법 (11) 미사는 꼭 정해진 대로만 해야 하나요?

 

 

가끔 저에게 전례 거행의 방식이나 순서가 교회법에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전례 거행 방식이나 순서에 대해선 교회법이 아니라 전례 예식서를 확인한 후에 알려 드리겠다.’고 말씀드립니다.

 

교회법 제2조는 ‘교회법전은 대체로 전례 행위를 거행하는 때에 지켜야 하는 예식을 규정하지는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교회법전 4권에 7성사와 준성사 곧 전례와, 거룩한 장소와 시기 등에 대한 방대한 법조항이 담겨져 있지만 교회법은 전례 집전자나 수령자의 합법적 요건과 적합한 시기와 장소 등을 규정하면서 전례 거행이 유효한지 무효한지, 합법인지 불법인지에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신앙 공동체가 전례를 거행하면서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도록 도와주는 전례법은 대체로 전례 행위를 거행하는 때에 지켜야 하는 예식과 의전 등에 관한 내부적 예규입니다. 성사와 준성사 등 전례 거행 중에 지켜야 하는 예식에 관한 이 전례법 규정은 다른 곳에 따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전례 예식서 자체에 담겨져 있습니다. 따라서 교황청에서 출판하여 주교회의가 번역한 후 인준을 받은 전례 예식서가 전례 거행 중에 지켜야 하는 전례법입니다.

 

미사경본, 성사예식, 성무일도 기도서, 전례력, 전례거행서 등에는 전례를 집행하는 순서와 의무를 붉은 글씨로 제시하고 있는 ‘전례법규(Rubrica)’가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례 예식서 자체가 전례법 규범이고, 전례는 개인이나 신심운동 단체의 신심 행위가 아니라 교회 전체의 공적인 예배입니다. 때문에 집전자가 자의적으로 전례 거행 방식과 순서에 ‘무엇을 더 하거나 덜 하지 않고’ 원칙대로 거행할 때 전례에 녹아 있는 신앙의 유산이 훼손되지 않고 신자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여 전례 안에서 하느님을 체험하도록 이끌 것입니다.

 

그런데 신부님들마다 조금씩 서로 다르게 전례를 거행하는 것에 대해서 신자들이 불편해 하거나 혼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규정된 거행 방식과 순서에 따라 전례를 거행해야 하는데 왜 서로 약간씩 다른 거행 방식이 생길 수 있는 것일까요? 만약 전례서가 ‘사제는 손을 벌리고 기도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면 사제는 손을 벌리고 기도하면 되지 손을 어느 정도 벌릴 것인지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례와 관련된 교회법 규정을 어기면서 성사 집전 자체를 무효로 만드는 회복될 수 없는 오류는 어떠한 경우에도 허락되지 않지만, 교회법 규정이나 전례법 규정에서 약간 벗어나 비록 불법이지만 유효한 성사나 전례의 집전에 대해서 교회가 ‘관용(tolerantia)’을 두는 전통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회법이나 전례법이 한 치의 빈틈이나 여백도 없이 전례 거행 방식과 행위 방식을 규정하게 되면 전례가 그 지역과 시대와 언어와 문화에 맞게 토착화되고 살아 움직이며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여 전례가 점차 신자들의 실제적인 삶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회법 규정과 전례법 규정에 따른 원칙에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고 시대와 문화에 따라 관용을 두어, 전례가 원칙을 지키면서도 신자들의 삶에 토착화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교회법과 전례법의 정신입니다.

 

[2017년 6월 11일 삼위일체 대축일 가톨릭제주 4면, 황태종 요셉 신부(제주교구 성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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