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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간추린 사회교리 제4장 교회의 사회교리 원리들을 중심으로: 공동선과 재화의 보편적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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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5-02 ㅣ No.1801

[행동하는 양심 - 사회교리] <간추린 사회교리> 제4장 ‘교회의 사회교리 원리들’을 중심으로


‘공동선’과 ‘재화의 보편적 목적’

 

 

교회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한 인권의 수호와 증진이 교회에 부여된 사명임을 잘 알고 있다. 이와 함께 공동선, 보조성, 연대성의 교회 원리들은 복음의 메시지인 정의와 사랑을 실천함에 있어 현실적인 사회생활과 마주할 때 생기는 문제들로 인해 발생한 원리들이다. 이 원리는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원리를 따로 활용하거나 개별적으로 검토하여 일부만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 원리들은 모든 사람들이 진리 안에서 같은 양심과 같은 책임감을 가지고 서로 일치하도록 요구하는 사회적 진리를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선의 원리’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 일치, 평등에서 나오는 것으로서 “집단이든 개인이든 더욱 충만하고 용이하게 자기완성을 추구하도록 하는 사회생활 조건의 총화”(「사목헌장」, 26항)를 말한다. 공동선은 각 주체의 고유한 선의 종합이 아니며, 모든 이에게 속하기 때문에 나뉠 수 없고, 함께 참여해야 달성하고 증대될 수 있으며, 현재에서만이 아니라 미래에도 그 선의 효력이 보존되어야 하기 때문에 ‘공동의’ 것이다. 이러한 공동선은 도덕적 선의 사회 공동체적 차원으로서 인간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온전히 발전시키기 위해 타인의 선익을 마치 자기의 것처럼 추구하려는 꾸준한 노력과 능력을 필요로 한다. 공동선을 달성해야 할 책임은 개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에게도 있으며 정치권력의 존재 이유가 된다. 실제로 국가는 정치제도를 통해 전 국민이 공동선을 달성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시민 사회의 결속, 일치, 질서를 보장하여야 하며, 개인과 가정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온전한 발전에 이를 수 있도록 물질적 도덕적 정신적 재화를 누리는 공동선의 사회생활이 정치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헤아려 본다면 세종대왕의 ‘한글창제’(1443년)는 배우기 쉬운 문자의 발명과 보급을 통해 개인이든 집단이든 글을 읽고 쓰고픈 인간의 기본권을 충족시킴으로써 자기완성과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놀라운 사건이었다. 그 동기와 목표 또한 백성의 선익이었으며 이 선익은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도 공유되는 ‘공동의 선’이 되었다. 이처럼 공동선은 인간다운 삶을 향해 인류가 발전하게 하는 강력한 도덕적 동기요 목표다.

 

‘재화의 보편적 목적’의 의미는 하느님께서 차별과 편애 없이 세상의 모든 것을 모든 사람이 사용하도록 창조하셨기 때문에, 창조된 재화는 사랑을 동반하는 정의에 따라 공정하게 모든 사람에게 풍부히 돌아가야 한다는 원리다(「사목헌장」, 69항). 따라서 모든 사람은 충만한 자기 발전에 필요한 복지 수준을 누려야 하며 이러한 재화의 공동 사용권은 “모든 윤리적 사회적 질서의 제1원칙”(「노동하는 인간」, 19항)이고 “그리스도교 사회 교리의 특수한 원칙”(「사회적 관심」, 42항)이다. 이 권리는 개개인과 모든 사람의 타고난 권리이기 때문에 모든 경제 사회적 체계나 수단에 우선하는 권리이며, 사유 재산권과 자유로운 상거래의 권리는 재화의 보편적 목적이라는 원칙에 종속되어야 함을 말한다(「민족들의 발전」, 22항). 재화의 보편적 목적에 따른 재화의 이용은, 각 개인이나 모든 사람이 만물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거나 또는 편리한 대로 이용하거나 소유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모든 사람들이 재화를 사용할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이 권리가 균등하고 질서 있게 행사되기 위해서는 국가적 국제적 합의를 통하여 권리를 규제하는 개입과 법질서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재화의 보편적 목적은 모든 사람이 더욱 인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이바지 할 수 있도록, 모든 개인과 모든 민족의 완전한 발전에 필요한 조건들을 얻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요구한다. 이 원칙은 언제나 소유욕의 유혹을 받는 모든 시대의 인간과 사회에게 복음이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는 회개의 요구와 일치한다.

 

무엇보다도 그리스도교 전통은 사적 재산권을 절대적이고 침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인정한 적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창조된 모든 재화를 사용하는 것은 모든 이의 공동 권리라는 넓은 의미에서 항상 이해해 왔다. 곧 사적 재산권은 재화가 만민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에 기초하여 공동 사용권에 예속된다”(「노동하는 인간」, 14항). 결국 ‘재화의 보편적 목적’이라는 원칙은 사적 재산권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재화의 합법적 소유자라 할지라도 자신과 자기 가족만이 아니라 공동선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방식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사용방식의 규제 필요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분별없이 자기가 가진 재화를 자기의 운명과 미래를 보장하는 우상으로 섬기는 사람은 그 재화에 예속되고 그 노예가 되어버린다.

 

재화의 노예에서 해방되기 위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은 그리스도교 사랑 실천의 가장 중요하며 특별한 형태의 선택과 결단을 말한다. “가난한 이들의 필요를 돌볼 때,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의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을 돌려주는 것이다. 우리는 자비의 행위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정의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다”(성 대 그레고리오, 「사목규칙」).

 

[외침, 2017년 4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한만삼 신부(광교1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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