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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찬미받으소서: 기후 악당 국가, 대한민국,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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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1-18 ㅣ No.1354

[찬미받으소서] 기후 악당 국가, 대한민국, 촛불

 

 

지난 11월 기후변화 전문 온라인 언론 ‘CLIMATE HOME’은 ‘한국, 2016 기후 악당 목록의 맨 앞자리에 서다’(South Korea leads list of 2016 climate villains)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 분석결과를 낸 곳은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 이하 CAT)이라는 단체입니다. CAT는 3개의 기후변화 연구기관(Climate Analytics, Ecofys, New Climate Institute)이 2009년 공동으로 설립한 컨소시엄으로, 매년 32개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가의 ‘감축 행동’을 추적해 분석 결과를 발표합니다.

 

‘기후 악당 국가’란 한마디로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무책임하고 게으른 국가를 말합니다. 한국이 기후 악당 국가로 평가된 이유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의 가파른 증가 속도와 석탄 화력발전소 수출에 대한 재정 지원, 그리고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폐기 때문입니다. CAT는 한국의 빠른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속도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1개 국가 중에서도 매우 드문 경우라고 말합니다. 또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70억 달러(약 7.7조 원)의 재정을 석탄 관련 프로젝트에 투입함으로써,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석탄 투자국이 되었습니다(2015년 세계야생기금(WWF) 발표 보고서). 석탄 화력발전소는 초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이기도 합니다. 또 2016년 박근혜 정부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0년까지 온실가스 30% 감축 목표를 공식적으로 폐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환경부가 담당하던 기후변화 정책 총괄 업무를 국무조정실로 옮기고, 배출권거래제 업무도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로 이관했습니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을 규제하는 역할을 경제부처에 맡긴 것입니다. 한마디로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입니다.

 

 

‘Racing Extinction’

 

얼마 전 제3회 가톨릭영화제 ‘생태’ 특별전에서 환경영화 ‘Racing Extinction’을 보았습니다. 번역하자면 ‘멸종으로 질주’일 겁니다. 지구상의 수많은 종들이 멸종(Extinction)되었고, 멸종 위기에 처한 수많은 생물종을 영화는 보여줍니다. 그 가운데 충격적으로 보았던 멸종 위기종이 ‘만타 가오리’입니다. ‘만타’(Manta)는 스페인말로 ‘담요’라는 뜻입니다. 담요처럼 긴 날개를 가진 모습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고 ‘쥐가오리’라고도 합니다. 이 가오리는 맛이 없어 어민들이 잘 잡지 않는 종이었는데 멸종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유는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사스) 때문이었습니다. 2002년 11월 중국 광동지역에서 사스가 시작되었고 수개월 만에 홍콩, 싱가포르, 캐나다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중국의 민간요법 가운데 만타 가오리의 아가미가 사스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세간에 알려졌고, 그 때부터 만타 가오리의 멸종이 시작되었습니다.

 

 

대멸종(Mass Extinction)

 

지구 역사상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습니다. 백악기 제3기, 트라이아스기의 쥐라기, 페름기, 데본기 말, 오르도비스기 실루리아의 대멸종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대멸종은 페름기였습니다. 얼마나 컸던지 ‘모든 멸종의 어머니’라 불릴 정도입니다. 당시 지구에 살던 생물종 98%가 대가 끊겼습니다. 그야말로 절멸(絶滅)되었습니다. 페름기 멸종의 주 원인은 지구상 메탄가스의 증가였습니다. 현재 러시아의 ‘영원히 녹지 않는 땅’이라 하여 ‘영구 동토층’이라 불리는 얼음 땅이 지구 온난화로 녹고 있습니다. 땅속 밑 메탄이 대기로 노출되고, 인간의 육식을 위해 전 세계에서 키우는 소와 돼지는 어머 어마한 양의 메탄을 배출합니다. 그리고 이들 다섯 번의 대멸종의 공통 원인은 이산화탄소의 증가였습니다. 오늘날 지구 곳곳에서 비행기, 자동차, 화력 발전소, 공장 굴뚝에서 이산화탄소는 미친 듯이 배출됩니다. 모두가 멸종을 향해 질주합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다양한 생물종들을 그저 활용할 수 있는 ‘잠재적 자원’으로만 여겨 그 고유한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해마다 수천 종의 동물과 식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것들은 영원히 사라져 버려서 우리가 전혀 모르게 되고 우리 후손들은 전혀 보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인간 활동과 관련된 이유로 매우 많은 생물종들이 사라졌습니다. 우리 때문에 수많은 생물종들이 더 이상 그들의 존재 자체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지 못하고 그들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주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할 권리는 없습니다.”(33항) 교종은 생물종의 멸종 원인으로 생물을 ‘잠재적 자원’으로만 여기는 인간중심적 산업문명의 가치관을 지적합니다.

 

영화 ‘Racing Extinction’에서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작은 것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그리고는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종을 사진에 담는 ‘사진 방주(Photo Ark) 프로젝트’를 보여줍니다. 전 세계적으로 1만 마리 남은 대만표범, 290마리 남은 붉은 여우, 단 한 마리 남은 개구리의 모습을 노아의 방주처럼 사진으로 기록해 보관합니다.(http://photoark.com) 우리에게 이들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만들 권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많습니다!”(180항) 한 가지씩만 실천하면 됩니다. 어둠을 탓하지 말고 한 개의 촛불을 켜면 됩니다. 그 촛불을 보고 또 한 사람이 촛불을 켤 것입니다. 그만큼 어둠은 물러날 것입니다. 이 촛불들이 모이면 세상을 변화시키는 ‘운동’이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말합니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우리의 작은 행동이 사회에 선(善)을 퍼뜨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결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리의 행동이 때로는 눈에 잘 뜨이지 않지만, 늘 확산되어 결국엔 큰 선(善)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교종은 우리를 격려합니다.(212항 참조) 그리고 우리는 얼마 전 저마다 한 개의 촛불을 켰습니다. 한 개 한 개의 촛불이 늘어나 2백만 개가 넘는 촛불이 켜졌습니다. 그 밝음이 모여 마침내 어둠의 세력을 세상에 드러냈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주님, 저희가 모든 생명을 보호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마련하여 정의와 평화와 사랑과 아름다움의 하느님 나라가 오게 하소서. 찬미받으소서! 아멘.”(‘그리스도인들이 피조물들과 함께 드리는 기도’ 가운데)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계간지 분도, 2016년 겨울호(Vol. 36), 맹주형 아우구스티노(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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