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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

사별한 후 재혼하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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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5-11 ㅣ No.329

[묻고 답하고] 사별한 후 재혼하려 하는데…



묻고 : 저 라자로는 마르타와 결혼하여 아이 둘을 낳고 행복하게 살다가 갑자기 마르타가 하느님 품으로 갔습니다. 많은 시간을 슬퍼하고 살았지만, 이제는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형부와 처제로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살았던 마리아가 눈에 들어오고, 마리아도 지금은 저를 사랑한다고 합니다. 아이들도 이모인 마리아를 어머니처럼 잘 따르고 또 마리아도 조카들을 친자식처럼 챙깁니다. 처제인 마리아와 결혼해도 될까요?


답하고 : 사랑하던 부인을 갑자기 잃고 많이 힘드셨겠네요. 자신의 삶도 문제이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혼자서 하기에는 벅찬 일들이 많고, 어머니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게 되지요. 새로운 좋은 사람은 없고, 아내와 비슷한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오고 어린 아이들도 큰 충격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들의 이모가 가까이 다가올 수 있습니다. 물론 예전에는 그런 감정도 없었고, 이런 상황은 상상도 못했었겠지요. 하지만 이제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 처제와 혼인하면 모든 것이 안정되리라 생각이 드시겠지요.

우리나라 법에 따르면 두 사람은 혼인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민법 809조 2항에 의하면 ‘6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 배우자의 4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이거나 이러한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합니다. 처제는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에 포함되고 이로 인해서 형부와 처제 사이에는 인척관계가 만들어집니다. 이 인척관계는 혼인의 취소나 이혼 그리고 부부의 일방이 사망한 경우 생존 배우자가 재혼한 때 끊어집니다. 따라서 마르타의 사망으로 라자로 형제와 마리아 자매는 인척관계가 사라졌지만, 이러한 ‘인척이었던 자’라는 조항은 그대로 적용되어 두 사람은 혼인할 수 없게 됩니다. 우리나라 법에서는 근친혼을 막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형부와 처제 사이의 결혼을 허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회법은 이와 다릅니다. 예전 법전에서는 방계2촌까지의 인척은 혼인할 수 없었지만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새로운 법전에서는 이 조항이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배우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인척관계가 더 이상 새로운 결혼을 막지않습니다.

이렇게 사회법과 교회법과 다를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회법에 의하면, 하느님의 법과 반대되지 않고 또 교회법에서 다른 규정을 하지 않는다면 교회의 법이 인정하는 국가의 법률은 지켜져야 합니다(22조). 하지만, 교회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으나 국가법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어찌해야 할까요? 국가 법률의 규범에 따라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거행될 수 없는 혼인의 경우 부득이한 경우 외에는 교구 직권자의 허가를 받아야 주례할 수 있습니다(1071조 ①항2). 따라서 라자로 형제님의 경우는 본당 신부님을 통하여 교구 직권자의 허가를 받으면 교회 안에서는 혼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를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외침, 2014년 8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김길민 신부(광주성당 주임, 교구 사법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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