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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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이스라엘 성지: 요르단강 건너편 베타니아와 유다 광야(예수님의 세례와 광야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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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5-04 ㅣ No.1762

[예수님 생애를 따라가는 이스라엘 성지] 요르단강 건너편 베타니아와 유다 광야(예수님의 세례와 광야의 유혹)

 

 

유혹의 산 전경.

 

 

“그 무렵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나자렛에서 오시어 요르단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다. ···· 그 뒤에 성령께서는 곧 예수님을 광야로 내보내셨다.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유혹을 받으셨다.”(마르 1,9.12-13)

 

마태오, 마르코, 루카 세 복음서는 모두 예수님의 세례와 광야 유혹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복음서들 가운데 가장 먼저 쓰인 마르코복음은 예수님의 세례 때에 있었던 두 가지 사건을  전합니다. 하나는 예수님 자신의 체험입니다. 곧 “하늘이 갈라지며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당신께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1,10)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하늘에서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1,11)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소리를 들으셨다’가 아니라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는 것은 예수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소리가 들렸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세례는 예수님 자신이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개인적으로 체험한 사건일 뿐 아니라 사람들 또한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알게 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요르단 베타니아의 정교회성당과 이스라엘 지역에서 본 요르단 강 세례터.

 

 

그런데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신 곳은 요르단 강 어디쯤일까요? 요한복음을 참고하면 “요르단 강 건너편 베타니아”(요한 1,18)입니다. 이 베타니아는 나병 환자 시몬이 살았고 라자로와 그의 두 여동생 마르타와 마리아가 살았던 베타니아와는 다른 곳입니다. 요르단 강 건너편 베타니아는 오늘날 이스라엘이 아니라 요르단에 있는 지역입니다.

 

요르단 강의 발원지는 시리아에 있는 헤르몬 산입니다. 해발 2814m인 헤르몬 산의 눈이 녹아 땅 속으로 스며들었다가 솟아올라 상부 요르단을 이룹니다. 상부 요르단의 물길은 갈릴래아 호수를 거쳐 계속 내려와 사해로 흘러들지요. 갈릴래아 호수와 사해를 잇는 요르단 강은 오늘날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국경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요르단 강 건너편 베타니아는 이스라엘 쪽에서 봤을 때 부르는 명칭입니다. 사해 북쪽으로 8km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 베타니아.

 

 

‘와디 알 카라르’라고 부르는 이곳이 정말 예수님께서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를 받은 베타니아인지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의견이 조금씩 다릅니다만, 순례자들은 보통 이곳을 순례합니다. 베타니아에는 로마 시대와 비잔틴 시대의 것으로 여겨지는 성당과 기도소, 세례터 같은 그리스도교 유적들이 20곳 이상 있습니다. 지난 2000년 대희년 때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방문해서 미사를 집전한 곳도 이곳입니다. 순례자들은 베타니아에서 요르단 강물에 몸을 담그는 침수 예식이나 이마에 물을 붓는 예식을 통해 예수님의 세례를 기억하면서 세례 갱신을 합니다.

 

그러나 요르단을 순례하지 않고 이스라엘만 순례하는 순례자들을 위해 이스라엘 당국은 몇 년 전에 베타니아 맞은편 이스라엘 쪽에 세례 터를 조성해 놓았습니다. 요르단 강 동쪽 베타니아(요르단 지역)에서 순례를 하든 맞은 편 요르단 강 서안(이스라엘 지역)에서 순례를 하든 큰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요르단의 강물 폭은 서울의 청계천 정도에 불과해 ‘거기가 거기’이기 때문이지요. 중요한 것은 이곳을 순례하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의 세례를 기억하고, 세례 갱신을 통해 우리 또한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임을 되새기면서 우리 믿음을 구체적인 생활로써 용기 있게 고백할 것을 다짐하는 일이지요.

 

- 예수의 세례 장면을 묘사한 그림.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인도로 광야로 가셔서 40일 동안 지내면서 악마의 유혹을 받으십니다. 단식하며 기도하시는 예수님께 악마는 빵, 부귀와 권세, 명예를 미끼로 예수님을 유혹합니다만 모두 실패하고는 물러가지요(마태 4,1-11; 마르 1,12-13; 루카 4,1-13).

 

광야는 메마른 곳, 거칠고 황량해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입니다. 광야는 그래서 한편으로는 속세를 떠나서 하느님과 홀로 있기에 좋은 곳, 기도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예수님께서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가신 것 또한 당신의 공생활을 준비하시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다른 한 편으로 광야는 유혹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유혹이 심하게 올 수 있습니다. 특히 유혹은 우리의 약점을 깊이 파고듭니다. 그래서 악마는 예수님께서 단식으로 시장하신 틈을 교묘히 이용해 유혹하고자 나선 것입니다.

 

 

유혹의 산은 예리코에서 북서쪽 유다 광야의 동쪽 끝에 있어

 

예수님께서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신 곳으로 전해지는 유혹의 산은 요르단 강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요르단 강 서안에서 서쪽으로 약 8km 떨어진 곳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예리코가 있는데, 유혹의 산은 예리코에서 북서쪽으로 5km쯤 떨어진 유다 광야의 동쪽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리코는 나중에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마태오복음에 따르면, 악마는 예수님께 세 가지 유혹을 합니다. 첫 번째는 돌로 빵을 만들라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라는 것이었고, 세 번째는 높은 산에 올라가서 부귀영화를 보여 주며 자기에게 경배하라는 것이었지요. 12세기부터 내려오고 있는 전승에 따르면, 이 유혹의 산 정상은 예수님께서 세 번째 유혹을 받으신 자리이고 첫 번째 유혹을 받으신 곳은 산 중턱에 있는 동굴이라고 합니다.

 

유다광야와 유혹의 산 중턱 정교회 수도원.

 

해발 350m 높이인 유혹의 산에는 아주 일찍부터 수도자와 은수자들이 살았는데, 현재 유혹의 산 중턱에는 19세기말에 세워진 정교회 수도원이 있습니다. 산 아래에서 수도원까지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5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시간이 되면 케이블카를 타고 수도원을 순례하는 것도 좋지만, 유혹의 산이 잘 보이는 언덕에서 유혹의 산을 조망하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이 유혹의 산 뒤로 유다 광야가 펼쳐져 있습니다. 예리코에서는 유다 광야가 잘 보이지 않지만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국도 중간쯤에는 유다 광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조성돼 있지요. 유혹의 산과 유다 광야는 40일간 단식과 기도로 당신의 공생활을 준비하시고 마귀의 유혹을 물리치신 예수님의 삶을 되새기게 해줍니다.

 

유혹의 산과 광야를 순례하면서 내가 빠지기 쉬운 유혹은 무엇인지, 하느님과 단 둘이 고요히 기도할 수 있는 내 마음의 광야는 어디에 둘 것인지 묵상해 보시지요.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5월호, 이창훈 알퐁소(가톨릭평화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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