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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전쟁과 평화: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선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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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1-22 ㅣ No.1073

[경향 돋보기 - 전쟁과 평화]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선 한반도

 

 

한반도의 분단 체제가 지속되면서 그동안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하물며 지금의 한반도 정세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훨씬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이루려는 북한의 연이은 핵 실험은 우리나라의 안전은 물론 미국 본토의 안전마저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로 산생된 위기는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앞둔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2017년 신년사에서 ‘대륙 간 탄도 유도탄’(아이시비엠,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시험 발사가 마감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북한은 국제 사회의 제재와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2017년 7월 4일 아이시비엠급인 ‘화성-14형’의 시험 발사를 했다. 이어서 9월 3일에는 ‘제6차 핵 실험’을, 11월 29일에는 ‘화성-15형’ 아이시비엠의 시험 발사를 하는 등 핵미사일의 고도화와 관련한 실험을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 북한은 이처럼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이루고자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화성-14형을 발사한 뒤 조선중앙통신에서는 “국가 방위를 위한 강위력한 전쟁 억제력은 필수 불가결한 전략적 선택이며 그 무엇으로도 되돌려 세울 수 없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전략 자산”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렇게 밝혔다. “경제 핵 병진의 기치에 따라 ‘자위적인 핵 무력 강화의 길’로 끝까지 가겠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핵미사일의 고도화와 관련한 기술 진보가 이루어지면 곧바로 실험을 강행하여 그 성능을 과시하고 있다. 북한은 7월 4일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화성-14형 아이시비엠의 성공에 대해 “국가 핵 무력 완성의 최종 관문을 통과한 특대 사변이다.”라고 선포하면서 이를 ‘7·4 혁명’이라 규정했다.

 

 

다시 부각한 군사적 수단

 

북한의 연이은 핵 실험 성공은 미국의 인내심을 한계점으로 몰고 있다. 핵탄두를 장착하고 미국도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아이시비엠의 실전 배치를 미국이 용인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유일한 패권 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이, 곧 붕괴할 것처럼 보이는 북한과 힘(공포)의 균형을 이루고 공존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핵 확산 금지 조약’의 붕괴를 의미하고, 미국 패권의 쇠퇴를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으며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의 아이시비엠의 완성과 실전 배치는 사실상 넘지 말아야 할 금지선을 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은 이러한 북한을 막으려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고 판단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 ‘폭풍 전 고요’, ‘완전 파괴’ 등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 냈다.  이에 북한은 ‘괌 포위 사격’, ‘태평양에서의 수소탄 실험 가능성’ 등으로 응대했다.

 

그러던 가운데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를 순방하는 동안 북한도 숨을 고르듯 도발을 멈췄다. 이에 트럼프도 북한에 대해서 별다른 군사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번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을 통해 확인한 ‘북한의 핵에 대한 해법’은 군사적인 대응이 아닌 여러 방면으로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여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 전략적으로 인내하는 시대는 끝났으며(일본 방문, 11월 6일), 힘을 통한 평화(우리나라 국회 연설, 11월 8일)와, 불법적인 대량살상 무기와 탄도 유도탄 프로그램 포기(한미 공동 언론 발표문, 11월 8일), 그리고 완전하고 영원한 북한의 비핵화(미국·중국 정상 회담, 11월 9일) 등에서 미국의 해법을 엿볼 수 있다. 트럼프가 아시아를 순방하는 동안 새로운 해법은 나오지 않았지만, 북한에 대해 국제 사회의 조율된 압박을 지속하자는 데는 공감대를 이루었다.

 

한미 정상 회담에서 “북한을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대화로 복귀시키기 위한 국제 사회와의 조율된 압박”을 지속할 것에 합의한 미국은 그 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인 선택의 사용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였다. 이는 한반도에서 군사력 사용이 쉽지 않다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한다. 평화를 우선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전쟁 반대 의지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미국이 대북 정책의 방향을 ‘군사력을 동원한 북한의 핵 저지’에서 ‘힘을 통한 평화’(억제)로 전환하는 듯했다. 하지만 잠시 숨 고르기를 멈춘 북한이 기존의 아이시비엠보다도 진화하여 미국의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5형 아이시비엠을 또다시 발사함에 따라, 이에 대응하여 미국이 그간의 해법을 버리고 이전처럼 군사적인 방안을 선택하리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

 

지금 한반도는 ‘평화적 해결이냐, 아니면 군사적 해결이냐?’라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북한의 핵 무력 완성과 실전 배치를 저지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군사적 선택은 자칫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우리 민족의 공멸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쉽게 선택할 수 없다. 따라서 한계에 다다른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

 

아시아 순방 이전까지만 해도 트럼프는 무용론을 펼치며 “북한에는 단 하나의 수단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 국방성도 트럼프의 지시에 따라 대북의 군사적인 대응을 검토해 왔다. 트럼프가 9월 1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도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완전 파괴’라는 발언이 있은 뒤 9월 21일 김정은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렇게 응대했다. “우리(북한)를 없애겠다는 역대 가장 포악한 선전 포고를 한 이상 우리도 그에 상응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다.”

 

김정은의 공언대로 북한은 11월 29일 미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화성-15형 아이시비엠의 시험 발사를 하였다. 그 뒤 공화국 성명에서 “대륙 간 탄도 유도탄 개발이 완결 단계에 도달했고,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실현했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트럼프가 아시아를 순방하는 동안 제자리걸음이던 군사적 방안이 다시 전면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표부 대사는 다음과 같이 강력히 경고했다. “북한의 독재자가 우리(미국)를 전쟁으로 더 가깝게 이끌었다. 우리는 북한과의 전쟁을 절대로 원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만일 전쟁이 난다면, 이는 어제 목격한 것처럼 (북한의)공격적인 행동 때문일 것이며, 전쟁이 난다면 북한 정권은 완전히 파괴될 것이다. 실수하지 마라.”

 

 

충동 방지를 위한 노력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지금까지의 미사일 가운데 가장 진전된 것임은 분명하나, 재진입과 마지막 단계인 유도 분야에서의 기술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핵탄두의 소형화 기술의 확보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의 아이시비엠 완성도에 의구심을 나타낸 것이지만, ‘미국과 북한이 섣불리 상황을 단정하여 극단적인 충돌로 가서는 안 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북한의 아이시비엠 개발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미국이 선제공격해서는 안 되며, 이번 미사일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자.’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 시험 발사는 북한의 아이시비엠 개발의 최종 관문인 대기권 재진입이라는 기술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13,000km의 사정거리를 과시하기에는 충분하였다.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아이시비엠을 완성하여 실전 배치를 하게 되면 비핵화는 물 건너가고 그야말로 ‘공포의 균형’이라는 패러다임이 도래할 것이다. 이와 같은 경우에 미국은 군사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저지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대화를 통해서 아이시비엠의 최종 완성과 실전 배치를 막으려는 외교적 노력을 시도해야 한다. 다행히 지난 10월 12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현재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관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외교적 해법이 작동하기를 기대해 보자.”고 말했다. 북한의 핵 무력 완성을 95% 정도로 본다면, 지금이라도 협상을 통해서 완성도를 늦추거나 동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이 북한의 핵 무력 완성을 저지할 마지막 기회이자 해결의 가닥을 잡아야 결정적 시기이기 때문이다.

 

 

평화는 한반도의 시대적 소명이자 우리의 생존 전략

 

핵 무력을 완성한 뒤 평화 협상을 하겠다는 북한과, 본토를 위협할 아이시비엠의 완성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미국 사이의 ‘치킨 게임’이 자칫 전쟁으로 비화할지도 모르는 불안정성은 여전히 크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 북한에 ‘쌍중단’(雙中斷, 북한 핵미사일의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중단)을 제안하였지만, 북한은 이마저도 거부하고 핵 무력을 완성하고자 고집을 부리고 있어서 뾰족한 해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요구 사항을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핵 미사일의 시험 중지, 개발 중지, 수출 금지’라는 세 가지를 꼽은 바 있다. 이에 비해 북한은 반관반민(半官半民)대화 등을 통해 비핵화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없으며, 한미 연합 훈련 중단 혹은 축소, 대북 제재 해제와 트럼프 대통령의 자극적인 발언 중지 등을 협상 의제로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한겨레, 2017년 11월 29일 자).

 

한 가닥 희망은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다. 제72차 유엔 총회에서의 ‘올림픽 휴전 결의’를 존중하여 다가올 봄에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잠정 중단을 적극 검토하는 등 한반도의 긴장을 조성하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북한의 전략적 도발을 중단하는 합의를 이끌어 내어 북한과의 협상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인 관리가 긴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핵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은 “평화는 한반도의 시대적 소명이자 우리의 생존 전략”이라고 밝히면서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려면 어렵더라도 남북 회담, 북한과 미국의 회담과 같은 양자 또는 다자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난날 미국과 중국의 ‘핑퐁 외교’가 양국의 관계를 정상화로 이끌었듯이, 문재인 정부는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의 회복과 비핵화 협상의 전기를 마련하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 고유환 -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북한학연구소 소장이며, 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기획조정위원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위원, 통일부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경향잡지, 2018년 1월호, 고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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