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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국제학술심포지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가톨릭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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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2-11 ㅣ No.1447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제1회 국제학술심포지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가톨릭의 역할’



한반도 평화, 성찰과 이해에서 실마리를 찾다


적대와 증오로 엇갈린 시선 거두고 용서와 대화로 평화의 길 걸어가야

 

짙은 안개 속에 던져진 한반도 평화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전 세계 곳곳에서 달려온 평화의 사도들이 머리를 맞댔다.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소장 강주석 신부)가 12월 1일 경기도 파주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연 제1회 국제학술심포지엄은 한반도에 절실한 평화의 실재를 돌아보는 자리였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가톨릭의 역할’을 주제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결국 ‘성찰’과 ‘이해’에서 평화의 실마리를 찾았다. 적대와 증오로 오랫동안 엇갈려버린 시선을 먼저 자신에게로 돌려 형제마저 백안시하는 색안경부터 벗어던지자는 의미다. 색안경에 익숙해져 형제가 겪는 고통에 눈감아버린 양심을 회복하는 데서 평화의 길을 다시 시작하자는 목소리가 한데 모였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12월 1일 경기도 파주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제1회 국제학술심포지엄 축사를 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참가자는 지난 2000년부터 교황청 외교관으로 가톨릭교회의 안보 군축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해 온 아비 가넴 신부(63)였다. 지난해 6월까지 스위스 제네바 주재 교황청대표부 참사관으로, 교회 차원에서 안보 군축 문제를 담당해 온 아비 가넴 신부도 ‘성찰’에서 문제 해결의 출발점을 찾았다.

 

첫 발제자로 나선 아비 가넴 신부는 ‘평화와 군축’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평화를 위해 일하는 선의를 지닌 모든 이들과의 ‘연대’와 ‘형제애’를 통해 군비 경쟁 문제와 분쟁 해결을 위해 힘을 기울임으로써 평화를 향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가 마주앉아 ‘대화’하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대화의 길에 나서는 것조차 꺼림으로써 빚어지고 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현실의 부조리를 지적한 것이다. 

 

그는 “오늘날 한반도 역사 안에 내재된 깊은 상처들을 치유하고 아픈 기억들을 정화시켜 나갈 수 있을 때 지속적인 화해와 상호 용서를 위한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려면 “자신부터 돌아보는 ‘성찰’이 이뤄져야 하고 이 성찰을 바탕으로 회개의 길로 나아갈 때 대화를 향한 첫 번째 단계가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행사 내내 그는 상호 신뢰와 진지한 대화 여건을 조성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영원한 평화와 안전을 원한다면 그에 이르는 바른 길과 수단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리다. 

 

“힘과 힘의 불안한 균형으로 전쟁을 피하는 것이 평화라고 할 수 없습니다. 평화는 하느님이 원하시는 질서, 더욱 완전한 정의를 인간 사이에 꽃피게 하는 질서를 따라 하루하루 노력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입니다.”

 

미국 샌디에고교구장 로버트 W. 맥클로이(Robert W. McElroy) 주교는 ‘평화를 위한 기반’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핵무기를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 사이에 빚어지고 있는 논란과정에 드러난 미국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그간 북한이 보여 온 행동에 미국이 불만과 의심을 품을 만하더라도, 미국이 행하고 있는 보복 조치, 단계적 압박, 비난 등은 전쟁과 평화 윤리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주교회의 국내 정의와 인간발전위원회(Committee on Domestic Justice and Human Development)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맥클로이 주교는 이번 행사에서 ‘국제 공동선’을 한반도 평화 문제를 풀어갈 개념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갈수록 세계화가 가속화되는 현실 속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 오늘날 부상하고 있는 가장 심오한 인간 문제 대부분이 한 국가나 국가 내 조직의 능력을 넘어서기에 ‘국제 공동선’ 차원에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선의를 가진 이들의 국제적 연대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그는 “세계화가 진전되며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국제 공동체의 목적, 국제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나갈 필요성이 요구되는 초국가적 문제들이 참된 국제 공동선의 중심 요소”라며 “‘국제 공동선’ 확인은 인류 공동체가 경쟁만 하는 이웃이 아니라 형제가 될 수 있는 과정을 찾고 추구하는 도덕적 기회”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위험 없는 대안은 없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끊임없이 감수해야 한다고 가르친다”며 “북한과 대화하려는 한국 주교들의 노력은 대화와 발전에 앞장서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15세기 동안 가톨릭 전쟁 윤리의 중심 틀로 기능해 온 ‘정당한 전쟁’ 전통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량살상무기는 범위와 규모를 상상할 수 없는 고통, 역사상 처음으로 인류가 자신의 존재를 파멸시킬 수 있는 무기를 소유하게 했으며, 서로 싸우게 될 때 핵보유국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일궈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돼 관심을 모았다.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학교 명예교수는 ‘한반도의 평화통일: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한반도에서 평화통일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는 남북한 간의 공통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 유교문명과 가부장주의 ▲ ‘한’과 ‘정’을 포함한 다양하고 고통스러운 경험 ▲ 민족적·인종적 동질성 ▲ 공용어 ▲ 민족주의 ▲ 절대적 가치들의 존중 등이 통일의 변증법적 과정에서 유용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2004년 건설된 개성공단에서 한반도 평화의 밑그림을 찾았다. 그는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남북의 두 체제가 이상적 이념과 신뢰할 만한 정치 체제를 구축하는데 유용한 합의안”으로 ‘개성연합국’을 제안했다. 개성시를 포함한 남북 공동 산업단지를 영역으로 하는 ‘개성연합국’에 ▲ 평화 학교 ▲ 건강 및 인간생태학 학교 ▲ 환경 및 지속가능성 학교 ▲ 협치 및 사회정의 학교 ▲ 예술 및 역사 학교 등 5개 특성화 학교를 포괄하는 종합대학을 설립해 자생력을 갖춰나갈 때 세계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해결하는 표준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츠우라 고로(松浦悟郞) 주교(일본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는 남북 분단의 일차적 책임이 일본에 있음을 확인하고 오늘날에도 세계 평화에 역행하는 일본 정부의 행태를 통렬히 비판했다. 

 

고로 주교는 자신이 참여했던 ‘무방비지역 선언 운동’을 소개했다. 제네바 조약에 따라 어떤 도시가 정하는 조건을 충족하고 무방비 지역임을 선언하면, 전쟁이 일어나도 그 지역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법을 활용한 평화운동이다. 그는 한반도 38도선 주변의 비무장지대가 ‘평화구역’이 될 가능성이 있고, 이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2월 10일, 서상덕 기자, 사진 박원희 기자]

 

 

[인터뷰] 전 스위스 제네바 주재 교황청대표부 참사관 아비 가넴 신부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 포기하지 말아야”

 

1987년 5월 23일.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다음과 같은 소식을 쏟아냈다.

 

‘가톨릭, 북한의 문 열다.’

 

“냉전시절, 중국 등 공산국가에만 문을 열었던 북한이 종교계의 집요한 개방요구에 서방 신부들의 입국을 허용했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취임한 지 10여 년만의 성과였습니다. 교황청은 제네바 주재 바티칸대표부의 주세페 베르텔로 대주교와 때때로 한국교회와 바티칸 간의 연락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 국적의 장익 신부 등 2명을 평양에 보낼 예정이라고 이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MBC 등)

 

1987년 6월,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협력에 관한 비동맹국가 각료회의’에서 이뤄질 가톨릭교회와 북한의 만남을 전하는 소식이다. 한국교회로 보면 남북 분단 이후 실로 40여 년 만에 이뤄지는 공식적 대북 접촉이었다.

 

한반도 평화에 새로운 물꼬를 텄던 베르텔로 추기경이 사목한 스위스 제네바 주재 교황청대표부에서 참사관으로 활동한 아비 가넴(Antoine Abi Ghanem) 신부가 처음 한국을 찾았다.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12월 1일 경기도 파주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가톨릭의 역할’을 주제로 마련한 제1회 국제학술심포지엄에 참가한 아비 가넴 신부를 만나 한반도 평화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 한반도는 근대에 들어선 이후에도 평화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할 수 있다. 숱한 외세 침략을 비롯해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남북 분단 등으로 이어지는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한반도에 와서 느낀 소감을 묻고 싶다. 

 

- 한국에 와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등 분단의 아픈 현장을 볼 수 있었다. 남북한 문제는 남한과 북한만의 문제가 아님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분단 과정은 물론 한반도를 둘러싸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아픈 현실에는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변 강대국들 모두 책임이 있다. 그런데 그 책임을 인정하기 보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서로 책임만을 떠넘기기 때문에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 분쟁의 화약고라고 불리던 중동 레바논에서 태어났다. 사제로서 보기 드물게 안보 군축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평화에 대해 남다른 생각이나 느낌이 있을 것 같다. 한국 신자들에게 들려주면 좋겠다. 

 

- 레바논은 ‘모자이크 나라’로 불린다. 인구의 41%인 그리스도교를 비롯해, 27%가 수니파 이슬람, 27%가 시아파 이슬람이며 이 종교에서 갈라져 나온 18개 종파가 얽히고설켜 있다. 20~30년 전만 하더라도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로 암울했다. 하지만 레바논 국민들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를 택했다. 그 결과 모든 종파가 분리와 분단을 반대해 지금의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해 대통령은 그리스도교에서, 총리는 수니파, 국회의장은 시아파에서 맡는 등 각 종파가 권력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 평화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모든 평화의 핵심은 대화에서 시작된다.

 

 

▲ 주 유엔 교황청대표부와 제네바 국제기구의 군축문제 담당관, 교황청대표부 참사관, 군축 안보 분야 자문역 등 활동해온 이력이 독특하다.

 

- 교황청은 1967년에 스위스 제네바에 대표부를 설립해 오늘날까지 반세기 넘게 온 인류가 함께 누려야 할 이 땅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힘을 기울여오고 있다. 1987년 6월,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물꼬를 트는데 기여한 당시 제네바 주재 교황청대표부 교황대사가 주세페 베르텔로(1997~2000) 대주교였다. 

 

1999년 무렵 교황청 외무부에서 내가 활동하고 있던 레바논 마로나이트 가톨릭교회로 요청이 왔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레바논 마로나이트 가톨릭교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레바논 교회 안팎에서 갈등을 조정해온 경력이 이 길로 이끈 배경이 된 것 같다. 이후 2000년부터 2002년 8월까지 주 유엔 교황청대표부와 제네바와 뉴욕 등에 있는 다른 국제기구에 파견돼 갈등 조정, 군축 분야 등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02년 8월부터 지난 2016년 6월까지는 스위스 제네바 주재 교황청대표부 참사관 등 외교사절로 활동하며 주로 안보와 군축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지난해 6월부터는 제네바에서 안보 군축 분야 자문역으로 일하며 교회의 평화를 위한 길에 힘을 보태오고 있다.

 

 

▲ 일상적으로 평화가 위협 받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 대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반도에서 이어지고 있는 불안한 평화는 수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문제를 낳고 있다. 한반도에 참 평화를 불러오기 위한 조언을 듣고 싶다. 

 

- 우리가 발 디디고 있는 현재는 무수한 역사적인 맥락을 전제로 한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역사에서는 ‘화해’를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이런 경우일수록 교회가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사회와 국가 공동체의 총의를 모아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래를 이끌어갈 세대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전쟁과 갈등의 기억을 가진 이들보다 이런 미래 세대들이 서로를 재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동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만나서 나눌 수 있는 교류의 장이 많이 생겨나야 할 것이다.

 

 

▲ 교회는 ‘평화는 정의의 열매’(이사 32,17)라고 가르친다. 이런 가르침으로 본다면 한반도는 정의가 왜곡되고 스러진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주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한반도에서 주님의 정의를 세우기 위해, 평화를 불러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 역사를 돌아보면, 인류는 전쟁으로 점철된 시기보다 평화로운 시대에 더 많은 성취를 이뤄냈음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존심, 오만 등 인간적인 욕심이 진리를 볼 수 있는 눈마저 가린다.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이 땅에 불러오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라. 상대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이해 수준이 어느 상태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은가. 참혹한 전쟁의 기억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면 평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 깊은 이해, 더 큰 평화를 위해서는 ‘대화’ 만큼 좋은 길이 없다. 어떤 상황에서든 대화를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 갈수록 국경 개념이 희석되고 세계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한 나라의 평화 또한 국제적 관계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평화를 위해 일하는 이들의 연대가 필요한 까닭이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평화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어떠한 형제적 연대와 노력이 필요한가.

 

- 제2차 세계대전 후 참혹한 전쟁의 기억을 지닌 독일과 폴란드 간의 화해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독일 교회가 나서 평화의 물꼬를 텄다.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만들어 두 나라 청년들이 서로 오가며 이해의 길을 넓혀나갔다. 마찬가지로 한반도 평화에 관심을 지닌 다양한 나라의 청년들이 서로 교류하며 평화의 길을 조금씩 넓혀나가다 보면 새로운 지평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평화를 위해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도 우리 인간이 회개하고 당신께로 다시 돌아오길 표기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아비 가넴 신부는

 

- 1954년 레바논 Wata El Jawz에서 출생

- 카슬릭(Kaslik)에 있는 교황청립 성령대학교(USEK)에서 철학과 신학 수학

- 1982년 레바논 마로나이트 가톨릭교회에서 사제서품 

- USEK에서 신학 석사 학위

- 1983~1987년 프랑스 파리 제4대학(소르본느대학)과 독일 튀빙겐대학에서 철학과 정치철학 수학(소수자 문제 전공)

- 1980~1983년 USEK 홍보실장, 부사무총장 역임

- 1989~1990년 USEK에서 정치철학 강의

- 1993~1997년 USEK에서 인권문제 강의

- 1992~1998년 레바논 마로나이트 가톨릭교회 사무총장

- 2000~2002년 8월 유엔 주재 교황청대표부와 제네바와 뉴욕 등에 있는 다른 국제기구 파견

- 2002년 8월~2016년 6월 스위스 제네바 주재 교황청대표부 참사관, 안보 군축 문제 담당 

- 2016년 6월~현재 제네바에서 안보 군축 분야 자문역으로 활동 [가톨릭신문, 2017년 12월 10일, 서상덕 기자, 사진 박원희 기자]

 

 

[인터뷰] 미국 샌디에고교구장 로버트 W. 맥클로이 주교


“무력에 의한 해결은 결코 용납 안 돼”

 

로버트 W. 맥클로이(Robert W. McElroy) 주교(미국 샌디에고교구장)는 12월 1일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제1회 국제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해 “북핵 문제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력에 의한 해결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사제로는 드물게 정치학 박사이면서 미국 가톨릭교회 정의평화 부문 차세대 지도자로 손꼽히는 맥클로이 주교는 북한이 ‘화성-15형’ 발사 성공과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북한 핵기술이 일정 수준 이상 발전한 것은 맞다”면서도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나 핵탄두 경량화(소형화) 면에서 북한이 국가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핵위협 제거를 위해 북한을 무력으로 선제타격 해야 한다는 미국 내 일부 강경론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북한에 군사공격을 가하자는 의견을 가진 정치인들이 미국에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군사행동은 한반도와 전 세계에 비극과 엄청난 손실을 초래할뿐더러 도덕적으로도 용인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가톨릭교회는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에 대해 확실한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맥클로이 주교는 “한국 주교회의가 그동안 평화를 위해 해온 활동들을 잘 알고 있고 적극 공감한다”면서 “남북한 사이의 평화와 화해는 남북한이 우선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한편 주변 강대국들과의 연대도 필수적인 문제”라고 해석했다. 구체적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남한이나 미국이 북한에 위협적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하고 북한을 경제적으로 계속 지원해 북한의 번영을 도모하면 북한도 남한이나 미국을 적대시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맥클로이 주교는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제1회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남북의 평화와 통일 실현에 함께 노력하고 연대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답했다. 또한 “많은 분들이 따뜻하게 환영해 주신 것에 감사하고 샌디에고에도 한인 신자들이 많아 한국에 대해 친근한 인상을 갖고 있다”며 “평신도들에 의해 빠르게 성장한 한국교회는 아시아 전역에서도 모범적인 교회인 만큼 물질주의에 빠진 현대인들, 특히 청년들에게 교회의 믿음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2월 10일, 박지순 기자]

 

 

[인터뷰] 일본 나고야교구장 마츠우라 고로 주교


“국제 연대와 협력 통한 평화 지향해야”

 

“세계 각 나라에서 종교인들이 모여 평화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뜻깊고 기쁩니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제1회 국제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한 일본 나고야교구장 마츠우라 고로 주교는 한반도의 평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가톨릭교회가 추구하는 평화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고로 주교는 특히 국제연대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그간 적극적으로 움직여왔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도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을 통한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위협을 느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우려와 안정을 위해 군사적으로 걸어 나가는 것은 잘못이다. 평화를 위한 방법으로 서로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실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연계해야 하며 남북의 어느 나라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평화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반도가 갈라져 갈등의 골이 깊어진 현 상황에 대해서도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현재 한반도의 상황은 한국과 북한만의 개별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 그리고 국제사회가 모두 관심을 가지고 평화로 나아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 일본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로 주교는 〈일본 헌법9조를 세계의 보물로·PEACE 9會〉를 발기하는 등 일본의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는 교회가 평화를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교회가 정치에 관련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일본 평화 헌법 시위에서도 종교인이 나서서 역할을 했듯이 종교는 정당과 시민 사이의 가운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평화에 대한 의견 차이를 조율하고 평화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정세가 냉각됨에 따라 갈등관계에 놓인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에 대해서는 국가와 국가의 관계에서 벗어나기를 제안했다. “현재는 자신의 국가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서로 상대방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 협력을 재개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수도 있고, 그 속에서 우리 종교인들이 어려운 일들을 해결해나가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2월 10일, 권세희 기자, 사진 성슬기 기자]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제1회 국제학술심포지엄 이모저모

 

분단의 아픈 현실 바라보며 평화 위한 노력 다짐

 

-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마련한 제1회 국제학술심포지엄 참가자들이 12월 2일 오후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아 한반도 분단 현실을 체험하고 있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제공.

 

 

◎… 국제학술심포지엄 참가자들 가운데는 특이한 이력의 인물들이 적잖게 눈에 띄었다. 마르타 헤네시(Martha Hennessy·61)씨도 그 가운데 한 사람. 교황으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2015년 9월 미국 의사당에서 연설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링컨 대통령, 마르틴 루터 킹 목사 등과 함께 ‘위대한 미국인’으로 꼽은 네 명의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인 도로시 데이(Dorothy Day, 1897~1980)의 친손녀다. 지난 2015년 12월 제주도 강정마을을 찾아 평화활동을 벌인 헤네시씨는 이번 행사가 성사되도록 하는 데도 힘을 썼다. 그는 자신이 방문했던 한국에서 평화를 위한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 주교회의 등을 접촉해 미국 샌디에이고교구 교구장 로버트 W. 맥클로이(Robert W. McElroy) 주교 등 미국교회 관계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 해외에서 온 참가자들을 비롯한 행사 관계자들은 12월 2일 오후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남북출입국사무소(CIQ) 등을 둘러보며 잠시나마 한반도의 아픈 분단 현실을 체험했다.

 

오랜 기간 안보 군축 분야에서 교황청 외교사절로 활동해 온 아비 가넴 신부(63)는 “모르기 때문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반도의 아픈 현실을 적극적으로 알려 많은 이들이 평화의 길로 함께 나서도록 하는 것이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십자가”라고 말했다.

 

- 국제학술심포지엄 참가자들이 12월 2일 오전 경기도 파주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워크숍을 열고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지난해 6월 문을 연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처음 마련한 이번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진 데에는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밑거름이 됐다. 그 중심에는 올 초 연구소 내에 만들어진 ‘샬롬회’가 있었다. 평화 문제와 민족화해에 관심을 지닌 젊은 연구자와 청년 등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샬롬회 10여 명의 회원들은 통역봉사를 비롯해 행사 안내, 정리 등을 맡아 행사가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윤활유 역할을 했다.

 

행사기간 내내 통역봉사를 한 서한나(요안나·34·의정부교구 정발산본당)씨는 “교회가 힘을 기울이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일을 접하며 신앙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말했다.

 

◎… 본 행사에 앞서 11월 29일 한국에 도착한 아비 가넴 신부와 마르타 헤네시씨 등 일부 참가자들은 첫 일정으로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탄 ‘촛불집회’ 현장을 돌아본 이들은 한 목소리로 놀라움을 표현했다는 후문. “외부 세계에서는 한반도에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데, 너무나 평화스런 모습에 놀랐다”고.

 

참가자들은 또 12월 5일 서울대교구 절두산순교성지 등을 둘러보며 한국교회의 저력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묵상하기도 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2월 10일, 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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