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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ㅣ미사

[전례] 우리말 새 미사 전례서 발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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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1-05 ㅣ No.1717

우리말 새 ‘미사 전례서’ 발간의 의미

 

 

“전례서들은 전례 행위에서 실제로 천상 실재를 드러내는 표지와 상징이 되어야 하며 나아가 참된 품위와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지녀야 한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349항).

 

교회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가장 큰 신비인 파스카 신비를 거행하는 데 알맞은 공간과 시간 그리고 거룩한 표지와 상징들에 특별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 왔다. 올바른 전례 거행을 위한 중요한 요소들 가운데 하나이자 기본적인 요소는 바로 품위 있는 전례서의 마련이라고 할 수 있다.

 

다가오는 대림 제1주일부터 공식적으로 사용하게 될 우리말 새 「로마 미사 경본」을 비롯한 「미사 독서」와 「복음집」의 발행으로 한국 천주교회도 비로소 성찬례 거행을 위한 온전한 형태의 전례서들을 갖게 된 것이다.

 

1975년에 발행한 우리말 첫 「미사 경본」은 1996년 「미사 통상문」을 새로 개정함과 동시에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으니 무려 20여 년 만에 맞이하는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신자들은 종전의 「미사 통상문」에서 번역상 바뀐 일부 표현에 대한 적응 외에 크게 달라진 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사제들은 단지 거행의 편의를 위해 「미사 통상문」과 함께 「매일 미사」와 주례자용 「매일 미사 고유 기도문」의 사용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충동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전례서의 발행이 기존의 미사 거행에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전례에서 사용되는 모든 사물이 지닌 거룩한 상징성을 생각할 때 전례서 자체가 지닌 가치와 중요성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이 전례서들은 하느님 백성이 이천 년 넘은 역사에서 체험한 신앙을 보존하며, 그것을 표현한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사랑의 성사」, 40항). 마찬가지로 「미사 독서」와 「복음집」은 전례 안에서 선포되는 하느님 말씀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특별히 존중받아야 한다.

 

이 전례서들은 봉사자, 행위, 장소, 다른 요소들과 어울려서 당신 백성에게 말씀하시는 하느님께서 현존하신다는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탁월한 표지이다(「미사 독서 목록 지침」, 35항). 교회는 미사 거행에서 특히 「복음집」을 「미사 독서」와 구분하여 아름답게 장식함으로써 특별한 공경을 표현해 왔다. 입맞춤과 분향, 높이 들어 올림 또는 촛불과 향로를 든 행렬처럼 미사 거행에서 「복음집」에 공경을 드리는 모든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교회가 하느님의 말씀을 담고 있는 성경을 언제나 주님의 몸처럼 공경해 왔듯이, 하느님의 구원 신비를 거행하기 위한 올바른 규범과 내용을 담고 있는 미사 전례서들의 가치를 인식하고 그 활용을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할 것이다.

 

전례서의 본문은 전례가 거행될 때 비로소 하느님의 구원 신비에 우리를 참여시키는 행위이자 사건이 된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모든 전례 거행은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된 구원 신비를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거행 자체가 하느님의 주도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사제가 축성할 때에는 하느님께서 친히 축성하시는 것이고 독서자가 성경을 선포할 때 하느님께서 친히 말씀하시는 것이다. 성찬례는 본질적으로 성령을 통하여 우리를 그리스도께 다가가게 하는 하느님의 행위이기 때문에 그 기본 구조는 우리 마음대로 바꾸거나 최신 경향에 얽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사랑의 성사」, 37항). 따라서 성찬례의 거행 방식에 대한 특별한 의무를 부여받은 사목자들은 우선적으로 현 전례서들이 제시하는 전례 규범을 알리고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과 「미사 독서 목록」에 나오는 풍부한 내용을 활용하도록 각별한 사목적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식의 특정한 구조에 주의를 기울여 충실히 따르는 일은 선물인 성찬례의 본질을 인정하는 것이며, 이 형언할 수 없는 선물을 겸손과 감사의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제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사랑의 성사」, 40항).

 

[2017년 11월 5일 연중 제31주일 인천주보 4면, 김기태 사도요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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