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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사회교리 아카데미: 남, 북이 연대하여 민족대단결의 길로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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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9-19 ㅣ No.1906

[사회교리 아카데미] 남, 북이 연대하여 민족대단결의 길로 나서야 합니다


‘UN 동시 가입’ 그날의 정신 다시 한번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앞세운 박정희와 김일성의 1972년 7.4 남북 공동성명은 서로 정권 안정의 명분을 얻고 독재정권을 견고케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통일 논의를 통해 자신들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려는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한편 외세에 의존하여 서로가 원수처럼 지내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의 이른바 통일 3대 원칙의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이때 남측은 남북 동시 유엔(UN) 가입을 제안했습니다. 당시에는 서로가 상대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공동성명 후 남은 유신헌법을, 북은 사회주의 헌법으로 자신들의 체제를 강화하며 공동성명의 정신을 역행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1991년 노태우 정권에서 남북 유엔(UN) 동시 가입이 합의되고 9월 17일 UN 총회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의 UN 동시 가입이 승인됩니다. 이것은 남북이 휴전선을 앞에 두면서도 서로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즉 ‘두 개의 나라’를 국제적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남북은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 특히 우리 헌법은 제3조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합니다. 유엔 동시 가입은 서로를 인정한다는 것임에도 우리 헌법은 북쪽마저 우리 영토로 규정하고 있어서 큰 모순입니다.

 

‘1945년 6월 26일 국제연합이 결성된 목표는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여러 모습의 협력과 상호 존중, 평등의 원리에 기초하는 국가들 간의 우호관계를 발전시키면서, 국민들 간의 평화를 유지하고 견고케 하는 것입니다.(「지상의 평화」 142항)’ 남북 UN 공동 가입은 국제연합의 목표에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남북 동시 가입은 분단고착을 의미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서로를 인정한 것이며 서로 인정하기로 했기에 UN에 동시 가입된 것입니다. 어찌 서로 인정 않고 동시 가입이 가능하겠습니까? 우린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남북은 UN에 동시 가입했고 서로를 인정하겠다고 국제 사회에 천명한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제 세월이 흘러 누구나 남북을 독립국가로 인정합니다. 서로를 분명히 인정하고 전략적 대화를 유지해야 하는 시대이며 그것은 주변 강대국들의 위협과 공갈, 농락을 이겨낼 남북의 연대입니다. 연대만이 동북아시아에서 주체적으로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고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손아귀를 뿌리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결코 동북아의 평화를 원치 않고 남북의 분리와 지속적 갈등 유발로 동북아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려 합니다. 갈등은 평화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남북의 전략적 연대는 국민의 힘으로만 이룰 수 있습니다. 남북의 대화와 연대를 촉구하는 국민의 강력한 의지와 요구가 정부를 움직일 것이며 동북아시아의 민족들의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UN 동시가입, 26년 되는 날, 다시 그날의 각오로 존중과 상호 평등의 정신으로 돌아가 조건 없이 만나 연대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6·25 이후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이 쥔 패권 논리에서 우리가 주체적으로 평화를 지키며 살아가는 길이며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길입니다. 쉽지 않으나 이 길뿐입니다. 북의 핵무장에 대응하는 제재, 압박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대화와 평화적 단결만이 강대국 사이에 낀 우리 길입니다.

 

* 양운기 수사 (한국순교복자수도회) - 한국순교복자수도회 소속.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상임위원이며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이다. 현재 나루터 공동체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9월 17일, 양운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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