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기타기관ㅣ단체

가톨릭 목공예: 내 손으로 만드는 나무 성상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2-20 ㅣ No.71

[가톨릭 리빙] 뚝딱뚝딱… 내 손으로 만드는 나무 성상

 

 

가톨릭 목공예 장재덕 회장이 한 회원에게 조각 기법을 설명하고 있다.

 

 

“스스슥, 슥슥….”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목공예 작업실. 성가가 잔잔히 흐르는 가운데 10명에 가까운 가톨릭 신자들이 조각칼을 들고, 나무를 깎는다. 칼끝이 나무에 닿아, 나무의 결을 깎아낼 때마다 예수의 머리에 가시관이 얹어지고, 눈망울이 깊어진다. 오랜 시간 다듬고, 깎는 과정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결과물이다.

 

7일 나무로 성상을 조각하며 영성의 향기를 꽃피우는 서울대교구 사목국 단체사목부 산하 ‘가톨릭 목공예(회장 장재덕)’ 회원들을 만났다.

 

“오소서 성령님, 저희 마음을 성령으로 가득 채우시어, 저희 안에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

 

수업이 시작되는 오후 2시. 앞치마를 멘 회원들이 성호를 긋고 ‘일을 시작하며 바치는 기도’를 바치고 성경을 읽는다.

 

2006년 서울 청담동성당에서 목공예 문화교실로 시작한 가톨릭 목공예는 2011년 서울대교구 인준을 받고 활동하고 있다.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 8, 28)를 슬로건으로, 지금까지 350~400여 명이 목공예 수업을 받았다. 그리스도교의 상징물과 한국 성인의 삶과 신앙 고백, 성경 말씀 등을 성물 조각을 통해 드러내 그리스도교의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처음 회원이 되면, 1~2개월은 사포에 칼만 갈아야 한다. 칼의 종류가 12가지로 다양한 데다가, 칼의 경사면을 평면에 대고 갈아야 촉각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수월하게 조각 작업에 임할 수 있다.

 

가톨릭 목공예의 기초과정에서 조각하는 작품들.

 

 

“나무로 성물을 조각하는 일은 나무의 물성과 신앙의 영성이 교감하면서, 하느님의 관념을 나무에 투영하는 작업입니다.” 

 

독학으로 조각을 배운 장재덕(바실리오) 회장은 “나무에는 칼을 거부하는 결이 있고, 칼을 잘 받아들이는 결이 있다”면서 “작업하는 동안 나무의 물성과 대화를 하다 보면 나무에서 배울 점이 참 많다”고 설명했다. 

 

장 회장은 “나무 조각이 얼음이나 돌보다 어려운 이유는 조각도가 잘 들어도 나무의 결을 세심히 보면서 작업하지 않으면, 나무는 자신이 찢어지고 싶은 방향으로 먼저 찢어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빠른 속도에 결과물을 내는 것에 길든 요즘 사람들에게 목공예는 한없이 느리고 답답하다. 인내력이 없으면 해낼 수 없는 예술 작업이다. 초반에 칼만 갈다가 목공예 작업을 중단하는 사람들도 많다.

 

현재 회원은 20명. 모두 목공예를 시작한 시기가 달라 각자 진도는 다르다. 누군가는 예수의 얼굴을 조각하고 있지만, 또 다른 회원은 칼만 간다. 직업은 현직 및 은퇴 교사가 많다. 대부분 평소에 미술과 예술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이 꿈을 펼쳐보고 싶어 문을 두드린다. 이들이 나무를 깎으며 몰입하는 시간은 하느님과 만나며 침묵하는 시간이다.

 

고등학교 교사로 방학 때마다 목공예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박보연(레지나, 41, 수원교구 동탄 영천동본당)씨는 “하느님 안에서 미술을 하고 싶어 이곳에 찾아왔다”면서 “성가를 들으며 조용히 나무를 만지는 이 시간은 기도하는 시간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작업을 하는데 가시관이 너무 깊게 들어가거나, 예수님의 표정이 너무 안쓰럽게 표현이 됐을 때는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져 눈물이 난다”면서 “이 시간은 은총이 가득하다”고 덧붙였다.

 

유통업을 하는 김철웅(베드로, 58, 서울대교구 가락본동본당)씨는 “먹고 사는 일도 중요하지만 노후에 골프를 치러 다니는 것보다 성물 조각을 하는 게 더 의미 있겠다 싶어 조각을 배우고 있다”며 “조각을 하는 동안 나 자신의 악습이 순화되고 마음이 영성적으로 깊어진다”고 말했다. “작품 하나가 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몸으로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톨릭 목공예 총무로 활동하고 있는 김보라(사비나, 36, 서교동본당)씨는 “조각칼로 나무를 깎아내는 일이 단순한 동작 같지만 그 동작을 통해 예수님께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면서 “개인적으로 아픔과 상처가 많은 분이 신앙적으로 치유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2월 19일, 글 · 사진=이지혜 기자]

 

 

가톨릭 목공예 이것이 궁금해요!

 

 

1. 미술과 조각, 목공예는 한 번도 배우지 못한 초보도 수업을 들을 수 있나요? 

 

이곳에 오는 대부분 회원은 성물 조각을 처음 접하는 분들입니다.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새로운 안목으로 영성적 재능을 키워가는 곳입니다.

 

 

2. 교육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회원 모집 기간이 있나요? 

 

교육 기간은 개인의 작업량과 결과물에 따라 다릅니다. 성물 조각은 조급한 마음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일생일업이라는 신념과 종신직업이라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회원 모집 기간은 따로 없으며,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습니다.

 

 

3. 재료비와 수강료가 궁금합니다.

 

성물 조각 전문 과정 수강료는 주 1회 수업으로 3개월에 45만 원입니다. 처음 입문할 때 조각도는 10만 원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학습 진도에 따라 다양한 공구를 사용하며, 그때마다 낱개로 조각도를 추가로 구매해 사용하면 됩니다. 나무는 단체에서 제공합니다.

 

 

4. 교육과정이 궁금합니다.

 

처음 1, 2개월 칼을 간 후 평면, 경사, 기초 환조 과정을 배우게 됩니다. 칼을 가는 과정이 끝나면, 기하학적인 문양을 먼저 배운 후에 인체 및 얼굴 연습을 위한 구를 만듭니다. 예수의 측면과 반측면을 조각하는 연습을 한 후, 자유로이 성물을 선택해 작업하게 됩니다.

 

문의 : 가톨릭 목공예 카페 http://cafe.naver.com/cmc04



3,521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