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그륀 신부의 계절 편지: 내 안의 새로움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1-18 ㅣ No.883

[그륀 신부의 계절 편지] 내 안의 새로움

 

 

모든 문화에서 새해는 특별한 축제입니다. 특히 아시아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축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새해 축제에는 우리의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새해에는 복을 많이 받고 우리 자신이 새롭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예전 그대로이고, 자신도 예전 모습 그대로인 것을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경험했지요. 그럼에도 새해에는 이 사실을 다시 알아야 합니다 : ‘많은 것이 예전 그대로 머물러 있어도, 하느님은 내 안에서 새로운 것을 만드십니다. 하느님은 나를 새롭게 하십니다.’

 

성경은 하느님을 일컬어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는 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성경은 이때 그리스어 ‘카이노스’(kainos)를 사용합니다. ‘카이노스’에는 낯선 것, 다른 것, 예기치 않은 것, 옛것을 뛰어넘는 것, 놀라운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새로운’(new)을 뜻하는 ‘네오스’(neos)라는 단어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단어는 새로움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어린 것, 아직 성숙하지 않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사의 신입사원 또는 단체의 새내기라고 하면 경험이 없고, 미성숙하고 그들에게 기대할 것이 많지 않다는 이미지를 떠올리곤 합니다. 카이노스는 그와 반대로 늘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여태까지 없었던 것이 우리 안에서 새롭게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신약성경은 새로움의 표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예수님은 새 부대를 가득 채울 새 포도주를 가져오셨습니다(마태 9,17 참조). 예수님은 자신의 피로 새로운 계약을 세우셨습니다. 인간은 이 계약을 깨뜨릴 수 없습니다. 그 계약은 인간의 변덕스러운 의지가 아닌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세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새로운 계명을 주셨습니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실존을 ‘새로움’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그는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옛것은 지나갔습니다. 보십시오, 새것이 되었습니다”(2코린 5,17). 세례성사를 통해 우리는 새롭게 되었습니다. ‘옛것’, ‘지나간 것’은 더 이상 우리를 지배하는 힘을 갖지 못합니다. 이는 단순히 경건한 말마디가 아닙니다. 우리가 절망적인 상황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면, 불화하고 실패하고 좌절을 경험한 후에 새롭게 시작한다면, 바오로 사도의 이 말을 체험할 것입니다. 옛것이 더 이상 우리를 좌지우지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항상 참회복을 입고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옛것을 뿌리쳐야 합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것, 순수한 것, 자연 그대로인 것에서 매력을 느낍니다. 새로운 것은 특유의 빛을 지닙니다. 새 차를 운전하는 것은 좀 특별한 흥분을 불러일으킵니다. 새 CD-플레이어를 처음 작동할 때 새로움 울림, 지금까지 들어 본 적 없는 ‘사운드’에 설렙니다. 새 옷을 입으면 헌 옷을 입었을 때보다 좀 더 예뻐진 느낌,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거기에는 새로운 인간이 되고 싶다, 새롭게 행동하고 싶다는 바람이 숨어 있습니다. 이제는 다른 사람에 의해 규정된 기존의 역할로 내 존재를 증명하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 숨어 있습니다. 겉모습을 새롭게 하는 것은 용기를 주기도 합니다.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새롭게 보이고, 새로운 단어를 찾고, 새로운 행동과 반응을 이끌어 내며, 새로운 길을 가게 합니다. 새해에는 단순히 옷이나 자신의 역할을 새롭게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새로운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새로움은 이미 우리 안에 있습니다. 하느님은 제게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새 삶을 선사하셨습니다. 저는 침묵 중에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내 안에 새로운 가능성이 분명하게 떠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고, 새로운 행동방식을 연습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모든 것을 새롭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미 제 마음 속에 있는 새로운 것을 신뢰해야 합니다. 내 안에 있는 새로움이 자라고 구체화되려면 내 안에서 매 순간 활동하시는 하느님에게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새해에 여러분에게 은총이 가득하길 기도드립니다.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여러분에게 선사하신 새로운 생명을 신뢰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새해는 새로운 힘, 새로운 사랑, 새로운 신중함이 드러나는 한해가 될 것입니다. 모든 것을 새롭게 하는 하느님의 광휘가 여러분의 삶을 밝혀 줄 것입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계간지 분도, 2016년 겨울호(Vol. 36), 안셀름 그륀 신부(성 베네딕도회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 번역 김혜진 클라라(분도출판사)]



1,628 1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