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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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힐링 노트: 잠 못 이루는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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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2-01 ㅣ No.357

[하쌤의 힐링 노트] 잠 못 이루는 그대에게

 

 

예수님은 항상 깨어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대로 사람의 마음은 늘 깨어 있어야 하겠지만, 사람의 몸은 잠을 자야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매일같이 잘 자지 않으면 큰일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생존에 중요한 음식 섭취의 경우에도, 어떤 날은 너무 맛있게 먹고 소화도 잘 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날은 입맛이 없기도 합니다. 잠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자는 날도 있고, 피곤한데도 잠이 잘 들지 않는 날도 있고, 중간에 자주 깨거나 유난히 꿈이 많은 날도 있습니다. 가끔 잠이 오지 않는 밤을 보내고 나면 몸이 괴롭긴 합니다. 어둠 속에서 누워서 말똥말똥 잠을 기다리는 것도 힘들고, 깊이 잠들지 못해 잔 것 같지도 않은 느낌이 듭니다. 그 상태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그 다음부터는 잠이 오지 않는 상태를 너무나 두려워하게 됩니다. 눕자마자 ‘오늘도 잠이 오지 않으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게 되는 것이지요. TV에서 나오는 대로 잠자기 전에 따뜻한 우유도 마시고, 커피도 끊고, 체조까지 했는데 잠이 안 온다면 불면증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심해지게 됩니다.

 

그런데 반드시 잘 자고 말겠다, 또는 몇 시간은 자야한다는 생각으로 인해 실제로 불면증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이들의 경우, 불을 끄고 자장가를 불러주는 등의 노력을 해서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아이들의 경우 스스로 ‘나는 반드시 자고 말겠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어른들은 왜 다를까요? 스스로 잠에 집착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일하거나 공부할 때 뭔가 주먹을 불끈 쥐는 심정으로 결심을 하면 약간 긴장이 되고 그로 인해 집중이 잘 되고 의욕이 생깁니다. 그런데 잠은 반대라서 그렇게 강하게 결심하고 집중하면 몸과 마음이 긴장되어서 잠을 쫓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너무 열심히 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야하는데 혹시 일어나지 못할까봐 긴장이 되어 오히려 잠이 안 오는 경험을 해보셨을 것입니다. 그럴 때도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 빨리 잠들고 푹 자야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기에 오히려 잠이 오지 않는 것이죠.

 

다른 분들의 신앙생활을 간섭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제가 하지 말라는 기도가 딱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잠 오게 해주세요”라는 기도입니다. 그러한 기도를 통해 잠에 대한 집착과 불안이 더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잠이 들지 않아 힘들다면 차라리 묵주기도를 하거나 약한 스탠드 불을 켜놓고 성경을 읽는 것이 낫습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잠이 오겠죠. 물론 불면증의 공포가 상당한 상태에서 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잠아 네가 오든지 말든지 네 마음대로 해라’, 라고 태도를 바꾼다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은 저도 압니다. 그러나 잠이 무엇이라고 안 오면 어쩌겠습니까? 언젠가 오겠지요. 두부를 손에 꽉 쥐어버리면 부서져 버리는 것처럼, 잠을 자려는 넘치는 노력 이해가 됩니다. 누워서 30분 이상 잠이 오지 않을 경우, 누워서 잠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보다는 이부자리 밖으로 나와서 물을 마시거나 거실 같은 곳에 10분 정도 앉아 있다 다시 들어가는 것이 좋은데, 이런 과정 역시 자신이 잠에 너무 끌려가는 상태에서 벗어나고 과도한 집중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입니다. 수험생 기법이라고 해서 ‘잠을 자야 돼’라고 되뇌이던 것을 ‘잠을 자면 안돼’라고 바꾸면 오히려 잠이 잘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잠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빛’입니다. 우리 뇌의 시상하부에는 생체시계가 있습니다. 그 생체시계는 잠들어라, 또는 깨어나라는 명령을 내리고, 그 명령이 있어야 우리 몸이 잠을 잡니다. 벽시계도 건전지가 있어야 돌아가듯이 그 생체시계는 빛을 받아서 돌아갑니다. 예를 들어 깜깜한 동굴에서 생활해도 사나흘 정도는 원래 밤에 해당하는 시간에 잠을 자고 낮시간에 깨어나 있는데, 생체시계가 기억하는 덕분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 밤낮이 바뀌는데 생체시계가 오랫동안 빛을 받지 못해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낮과 밤의 빛 차이를 통해서 생체시계가 움직이고 잠을 자는데, 요즘은 밤이 너무 밝아졌으니 문제입니다.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호롱불 켜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방마다 등이 달려있고 창밖에도 가로등이 훤합니다. 게다가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스마트폰 같이 강한 빛이 나오는 기계가 너무나 많습니다.

 

밤낮의 빛 차이가 클수록 생체시계는 잘 돌아가게 되는데, 그 방법은 간단합니다. 첫 번째는 밤을 어둡게 만드는 것입니다.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보다 보면 빛이 눈으로 직접 쏘이게 됩니다. 눈을 통해서 그런 강한 빛이 들어가면 우리 생체시계는 지금이 밤인지 낮인지 헷갈리게 되어서 잠들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텔레비전을 보며 잠드는 습관으로 인해 잠을 깊이 자지 못할 수가 있으며, 불을 끄고 누운들 스마트폰으로 내 눈에 직접 빛을 쏘이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 전자기기들은 잠자리에 들기 30분에서 1시간 전부터 멀리 하는 것이 좋겠지요. 사실 스마트폰이나 모니터 불빛에 비하면 스탠드 불빛은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약하게 스탠드를 켜놓는다고 크게 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두 번째는 낮을 더 밝게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요. 낮에 더 많이 밖으로 나가서 햇빛을 쬐여야 합니다. 태양을 마주해서 직접 바라보라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쏟아지는 햇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생체시계는 잘 돌아갑니다.

 

잠에 대해서 무엇을 먹으면 좋다는 소문, 무슨 기계가 좋다는 광고가 넘쳐납니다. 불면에 대한 정보가 많지만 그렇다고 모두들 잘 자는 것은 아닙니다. 제 생각에 잘 자기 위해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말씀드려 보았습니다. 결국 버리는 자는 얻고 얻으려는 자는 잃을 것이라는 말씀처럼 너무 잘 자려는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하느님이 주신 햇빛, 밤과 낮이라는 자연의 섭리에 맞는 생활을 통해 더욱 편한 밤을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못 잘까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설마 못 자서 어떻게 되겠습니까.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계간지 분도, 2016년 가을호(Vol. 35), 하주원 마리아 박사(연세숲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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