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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종교개혁 500주년, 한국교회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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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1-13 ㅣ No.463

종교개혁 500주년, 한국교회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천주교-개신교 신앙 유산 공유하며 함께 나아갈 길 찾아야

 

 

2017년 10월 31일은 루터가 독일 비텐베르크 성의 성당 문 앞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건 지 500년이 되는 날이다. 전 세계 개신교회들은 앞으로 1년 동안,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한다. 가톨릭교회는 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가톨릭과 무관한 개신교의 축제인가? 우리는 다만 엇나간 형제들이 되돌아오기만을 기다려야 할까? 예수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형제들이 갈라진 지 500년, 가톨릭교회는 이 기념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생각해본다.

 

 

가톨릭-루터교 공동성명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31일 스웨덴 룬드(Lund)의 루터교 대성당에서 열린 일치 기도회에 참석했다. 루터교 세계연맹 의장 무닙 유난 감독과 함께, 교황은 “공동의 길을 걸어갈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됐던 논쟁과 불일치를 넘어 나아감으로써 중대한 역사적 과오의 순간을 개선할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다. 

 

1년 전에 예고된 이번 방문이 가톨릭과 루터교 사이의 획기적인 일치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성찬례를 서로 완전히 인정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었다. 예상에는 못 미쳤지만, 공동 성명서는 유례없이 진전된 의미를 담고 있다.

 

루터교중앙교회 담임 최주훈 목사는 “기도회에 ‘성만찬’이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면서도 “‘완전한 일치의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한 식탁에서 성체를 모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표현은 일치 운동의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루터대학교 신학과 이말테 교수(Malte Rhinow·독일)는 “루터는 끝까지 교회 쇄신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이러한 인식은 가톨릭과 루터교가 2013년 공동으로 발표한 문헌 ‘갈등에서 일치로’에서도 나타난다. 이 문헌은 “루터가 새 교회를 세울 뜻은 전혀 없었으며, 단지 개혁을 요구하는 폭넓고 다양한 바람의 한 부분”이었다고 전한 바 있다. 또한 문헌은 “종교개혁 500주년의 기념은 서방교회의 ‘분열’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며, 신학적으로 책임 있는 이라면 분열을 기념(celebrate)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종교개혁의 기념도 ‘승리주의’의 뉘앙스를 풍기는 ‘celebration’이 아니라 ‘commemora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한국 개신교의 자기 성찰

 

한국 개신교 역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 개별 교단 중심으로 추진되고, 일회성 행사 위주라는 비판은 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김경원 목사, 한목협)는 10월 27일 중앙루터교회에서 각 교단 책임자와 종교개혁 500주년 준비위원들을 초청, 기념예배를 마련하고 ‘한국교회에 드리는 제언’을 발표했다. 일회성 행사 지양, 영성 회복, 기득권 포기, 비복음적인 모습과 부패상의 성찰 등의 제언들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통렬한 반성과 성찰의 요구가 제기되기도 했다. 6월 21일 한목협 제18회 전국수련회에서 국민대 이의용 교수는 한국 개신교가 ‘제2의 종교개혁’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개신교회가 “500년 전 가톨릭교회가 그랬듯이, 비윤리적 부패 행태로 신뢰도가 추락했다”면서 “비신학적 교리와 비상식적 방법으로 규모를 키운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패의 주연이 목회자라면, 조연은 어리석은 평신도들”이라고 질타했다.

 

성공회대학교 총장 이정구 신부의 비판은 더욱 신랄하다. 이 신부는 “대형교회 목사들의 기부금으로 치러지는 세미나들이 ‘종교개혁 500주년’이 요구하는 개혁에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면서 “도덕성과 사회적 기여는 찾아볼 수 없는, 소수 대형교회 목사들의 비리, 세습 시도, 기업형 교회의 폐해”를 지적했다. 이 신부는 “입구와 뚜껑이 닫힌 채 끓는 주전자는 터지고 만다”고 지적하고 “‘공동체’라는 미명 하에 집단이기주의를 관철하려는 ‘야만적’ 행태가 근절되지 않는 한, 종교개혁 500주년의 참된 기념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 가톨릭교회에 요청되는 쇄신

 

한국 가톨릭교회의 현실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개신교회의 자기 성찰이 겨냥하는 영역에서 벗어나 있을까? 이말테 교수는 「기독교 사상」 7월호 기고를 통해 ‘오늘의 한국 개신교와 종교개혁 시대의 천주교회의 공통점 10가지’를 꼽았다. 그 중에는 ▲ 교회의 지옥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악용 ▲ 교권주의 ▲ 성직자들의 재물에 대한 관심과 오용 ▲ 교회를 개인 소유로 착각 ▲ 화려한 교회 건물의 신축 ▲ 교회 성장주의의 기반이 되는 ‘영광의 신학’ ▲ 교회의 ‘유교적’ 위계 질서 등이 포함된다. 한국 가톨릭교회 역시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들이다.

 

가톨릭교회도 개혁과 쇄신에 관한 문제제기를 꾸준히 해왔다. 가톨릭신문과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앞두고 실시한 두 설문조사는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두 조사에선 모두 한국 천주교회의 쇄신 필요성이 기본 전제로 제시됐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조사에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의 사목적 분위기 조성’(55.0%)이 1순위의 과제로 꼽혔다. 교회 구성원들에게서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는 대화와 소통(주교), 독선과 권위주의(사제), 기도와 영성생활 결핍(수도자), 분파적인 모임과 행동(평신도) 등이 지적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의 기쁨」에서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25항)며, 모든 개별 교회들이 “단호한 식별과 정화와 개혁의 과정으로 들어서기를 권고”(30항)했다. 교황은 특히 “교황직의 쇄신”(32항)도 거론하며, “우리는 늘 이렇게 해왔다고 말하는 안이한 태도를 버리라”(33항)고 질책했다. 

 

‘종교개혁 500주년’은 루터의 개혁정신에 따라 개신교회에 철저한 자기 성찰을 요청한다. 동시에 500년 전 개혁의 대상이었던 가톨릭교회에게도 역사적 교훈과 현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요구한다.

 


공동의 길 - 증거와 봉사 통한 만남

 

최주훈 목사는 교회사적으로 볼 때, 종교개혁을 ‘만세’ 부르면 어김없이 비극과 참사가 발생했다면서 “500주년 기념은 그리스도를 드러내고, 개혁을 성찰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노력은 가톨릭교회와 함께 가는 길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교황의 스웨덴 사목방문을 계기로 또 한 가지 관심을 모은 것은 11월 1일 말뫼(Malmo)에서 실시된 국제카리타스와 ‘루터교세계구호’와의 업무협약이다. 교황은 이번 사목방문 중 신학적 대화와 함께, ‘공동의 증거와 봉사를 위한 헌신’은 가톨릭과 개신교가 함께 나아가야 할 ‘공동의 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보편교회 차원의 신학적 대화가 진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증거와 봉사를 통한 만남의 중요성은 다시 강조된다. 개혁과 쇄신, 일치를 향한 열정은 분명히 확인되기에, 이제 구체적인 실천적 방안이 필요하다.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는 9월 23일 서강대에서 열린 ‘종교개혁 500년, 그 빛과 어둠’ 국제학술대회에서, “한국의 천주교와 개신교가 우선 신앙의 공통 유산이 무엇인지 공유하면서 복음의 말씀을 함께 묵상하고 함께 기도하며 실천하는 일부터 구체적으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참으로 그리스도의 말씀에 충실한 제자라면 터무니없는 불신의 묵은 감정과 선입견을 버리고 서로를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신문, 2016년 11월 13일, 박영호 기자]

 

 

가톨릭-루터교, ‘완전한 일치’ 노력 다짐


프란치스코 교황 · 무닙 유난 루터교세계연맹 의장, 스웨덴 루터교 대성당서 공동성명

 

 

가톨릭교회와 루터교가 완전한 일치를 위해 대화를 지속할 것을 다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로써 이미 50여 년간 대화를 통해 ‘의화 교리에 관한 공동선언’ 등 굵직한 일치운동 결과를 내놓은 양 교회의 일치행보가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가게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0월 31일 스웨덴 룬드의 루터교 대성당에서 열린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기도회에 참례하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루터교를 대표해서는 루터교세계연맹 의장 무닙 유난 감독이 서명했다. 루터교는 1517년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 98개국에 7200만 명의 신자를 둔 개신교 최대 교단이다. 

 

양 교회는 성명서에서 “우리를 분열시키는 것보다 일치시키는 것이 더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지난 50년 동안 교회일치를 위한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차이점을 극복하고 상호이해와 신뢰를 쌓아왔다”고 전했다. 이어 “동시에 우리는 고통 받으며 박해받고 있는 이웃을 위해 함께 봉사하며 서로 더욱 가까워졌다”면서 “이 같은 대화와 공동의 증거의 활동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 교회는 종교개혁이 가져다 준 영적, 신학적 선물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시하면서도, 종교개혁이 그리스도가 세운 교회의 일치에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을 반성했다. 

 

교황과 유난 감독은 이날 “편견과 분쟁이 신학적 차이를 낳았고, 종교는 정치 도구가 됐다”면서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흐리게 만드는 상처와 기억의 치유를 위해 기도하며,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됐던 모든 증오와 폭력을 강력하게 거부한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양 교회 지도자들은 가톨릭교회와 루터교의 일치를 가로막는 남아있는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우선 이들은 가톨릭신자와 루터교 신자들이 함께 성찬례에 참여해 완전한 일치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우리 공동체의 많은 이들은 완전한 일치의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한 식탁에서 성체를 모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면서 그리스도 안에 하나 되기를 바라는 신자들의 영적 목마름과 배고픔이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를 통해 치유되길 갈망한다고 밝혔다.

 

가톨릭교회와 루터교는 1967년부터 구체적인 대화와 신학적 교류를 시작한 바 있다. 이런 노력은 1999년 ‘의화 교리에 관한 공동선언’으로 이어졌다. 이 공동선언은 특히 가톨릭교회와 루터교의 대화는 ‘구원’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을 종식시키고 교회 일치를 위한 새로운 걸음을 내딛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감리교도 이 공동선언에 동참한 바 있다. [가톨릭신문, 2016년 11월 13일, 최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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