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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성사] 우리가 궁금한 혼인성사: 발목 잡는 혼인성사, 왜 복잡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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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9-13 ㅣ No.200

우리가 궁금한 혼인성사


예비부부 발목 잡는 혼인성사, 왜 복잡할까?

 

 

가톨릭교회의 혼인성사는 거룩하고 아름답지만, 그 준비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 예비부부가 모두 가톨릭 신자여도, 그 과정은 번거로움의 연속이다. 결혼 준비 3종 세트로 불리는 ‘스ㆍ드ㆍ메’(스튜디오ㆍ드레스ㆍ메이크업)만으로도 정신없는데 혼인 교리, 혼인 면담, 성당 예약까지 해야 한다. 8월 26일, 서울대교구청. 청년들과 호흡하며 사는 은성제(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대학생사목부) 신부와 올가을 혼인을 앞둔 31살 동갑내기 예비부부 한가람(미카엘) · 허윤아(미카엘라)씨가 만나 속 시원한 이야기를 나눴다.

 

 

- 한가람(미카엘, 31, 서울 여의도동본당)ㆍ허윤아(미카엘라, 31, 서울 여의도동본당) 예비부부와 은성제(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대학생사목부) 신부.

 

 

한가람 : 신부님, 먼저 가톨릭 교회는 가정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궁금해요.

 

은 신부 : 중요한 문제죠. 왜냐하면 여기서부터 ‘헉’ 하고 깜짝 놀랄 교리 내용이 있거든요. 특히 요즘 사람들에게 교회가 말하는 가정을 정의할 땐 먼저 혼인을 살펴봐야 합니다. 혼인성사는 남녀가 만나 자유로운 의지로 서로 사랑해서 자녀를 낳는 것을 기초로 해요. 자녀를 낳음으로써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거니까. 자녀를 낳을 생각이 없으면 교회는 두 사람이 혼인성사를 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판단합니다. 가정은 한사람이 생명을 받고 태어나 하느님의 사랑을 부모를 통해 체험하는 ‘최초의 교회’이기 때문이죠.

 

허윤아 : 그러면 신부님, 혼인의 목적은 자식을 낳는 게 제1의 목적인 거예요?(놀람)

 

은 신부 : 물론 자녀 출산만이 혼인의 목적은 아니예요. 부부 사랑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녀는 부부 사랑의 자연스러운 결실이지요.

그러나 이 둘은 뗄 수 없는 관계여서 출산을 배제한 혼인이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거지요. 그런데 다양한 후천적 원인으로 아기를 갖지 못하는 이들이 있잖아요. 이 경우는 달라요.

 

허윤아 : 와, 교회가 굉장히 보수적이네요. 본인 의지로 가진 결함이 아니잖아요?

 

은 신부 : 그렇지만 교회법이 한편으로는 융통성이 있는 게 교회 안에는 ‘사목적  배려’라는 게 있죠. 사목자의 판단이 정말 중요해요. 모든 교회법보다도 결국은 하느님의 사랑이 가장 우선이니까요.

 

허윤아 : 신랑 신부 중 한쪽이 죽기 전까지는 재혼하면 안 되나요? 제가 재혼을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요. 배우자의 가정 폭력 때문에 자녀들의 생명이 위험한 가정이 있잖아요. 이런 경우에는 이혼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은 신부 : 교회는 ‘이혼’이라는 말을 안 써요. 성경 말씀에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 놓아서는 안 된다’고 예수님께서 단언하셨기 때문이죠. 교회는 보수적인 곳이 아니라 하느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곳이에요. 대신 교회에는 ‘혼인 무효화’ 제도가 있어요. 배우자에게 어떤 질병이 있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는데 혼인하기 전에 몰랐어요. 이런 것들은 혼인 무효화의 사유가 됩니다. 혼인하고 보니깐 연애 때 했던 말들이 다 거짓말이었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면 교회는 무효화를 선언할 수 있죠. 무효화를 선언하기까지는 본당 신부가 면담을 통해 소견서와 진술서를 써서 교회 법원으로 보냅니다. 가정 폭력 같은 경우도 혼인 무효화가 가능한 기준이에요. 사람이 결국 살아야 하니까, 교회는 이런 제도를 교회법으로 만든 거죠.

 

한가람 : 혼인성사를 직접 준비해 보니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복잡하더라고요.  

 

은 신부 : 혼인성사는 두 사람이 교회와 공동체 앞에서 공증하는 거예요. 두 사람이 전에 혼인한 적이 없는지를 확인하려면 혼인 관계 증명서를 봐야 하고, 알고 보니 남편이 있고 아내가 있으면 안 되니까 문서로 교회 공동체에 공증하는 거죠. 전 신자를 불러놓고 할 수 없으니까 혼배 담당 사제가 대표로 하는 거고요. 교회 공동체로부터 두 사람이 공증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면 절차가 까다로운 걸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혼인 준비가 혼수품만을 준비하는 게 전부가 아니니까요. 혼인 교리를 통해 내적인 준비도 필요하고요. 이런 걸 누군가가 설명을 잘해 줘야 하는데, 결혼할 때 정신이 없죠? 상견례를 하고, 날 잡고 성당 잡느라. 또 일도 해야 하고, 인사는 다녀야 하고…. 그놈의 혼수품 준비는 해야 하는데 말이에요. 이런 준비 때문에 혼인성사를 위한 준비가 발목 잡는다고 느낄 거예요.

 

허윤아 : 가톨릭의 혼인 절차가 까다롭다고 더 느끼는 건, 예비신랑 부모님이 신자가 아니거든요. 저는 신자니까 성당에서 혼인하고 싶은데 예비신랑 가족은 아무도 신자가 아니거든요. 저도 혼인이 처음이잖아요. 생각지 못한 절차가 너무 많으니까 시댁에 눈치가 보이는 거예요. 간단하게 예식홀만 잡으면 될걸.

 

은 신부 : 그래서 제안하고 싶은 건 혼인 날짜를 잡으면 무조건 2~3달 전에 혼인교리를 먼저 받으라는 거예요.

 

한가람 : 저희는 10월 혼인인데 5월에 혼인교리를 받았어요.

 

은 신부 : 미리 잘했네요. 내가 말하는 건 3개월 전에 혼인교리 받고, 늦어도 한 달 전에는 혼인 면담을 하라는 거예요. 그래야 나머지 준비가 수월합니다. 

 

허윤아 : 저는 세례 증명서를 떼는 데 정말 힘들었어요. 세례는 홍콩에서 받고, 견진은 중국에서 받았거든요. 세례 증명서가 있어야 혼인 면담이 된다고 해서 홍콩에 연락하는데 엄청나게 애를 먹었어요.

 

한가람 : 성당 구하기도 정말 힘들더라고요. 명동성당은 3대가 복을 받아야 당첨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예요.

 

은 신부 : 서울대교구가 가진 큰 문제 중 하나예요. 수많은 청년 커플이 결혼하는 데 성당 잡기가 어려워요. 명동성당도 추첨하는데 추첨을 못 받으면 끝이고. 교회법으로 혼인성사의 장소는 성전과 경당, 공소예요. 사제는 일반 예식장에서는 혼인성사를 집전할 수 없게 돼 있거든요. 성당을 못 잡아서 예식장을 잡았는데 왜 신부님이 해 주면 안 되느냐고 하는데 신부들은 예식장에서 혼인성사를 해줄 수가 없어요.

 

허윤아 : 그런데 성당에서 혼인할 때 보면 왜 사진ㆍ뷔페 업체가 다 지정돼 있는 건가요? 성당 사용료도 성당마다 다르고요. 저희는 돈이 없고 있고를 떠나 화려하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은 신부 : 모든 성당이 나름대로 여러 업체를 통해 견적을 비교했을 텐데 차이가 나는 건 본당마다 사정이 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사제로서 인정하는 것은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과 집안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크다는 거예요. 선택의 폭이 너무 좁죠. 더 소박해도 되는데 그 이하도 없고. 

 

한가람 : 축가도 한 곡밖에 허용이 안 되는 성당이 있어요.

 

은 신부 : 간혹 가톨릭 교회를 잘 모르는 사람이 너무 이벤트성으로 한다거나 시끄럽게 할 수 있죠. 대부분 혼인하는 날은 토요일이고, 대부분 혼인 미사 후에 어린이 미사가 이어지는데 성모상 머리에 장식이 뿌려져 있고, 눈가루가 날리고 있어 봐요. 본당 입장에서는 질서를 잘 지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업체를 지정해 놓는 게 관리하기 편리하죠. 그럼에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그래도 신자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교회가 더 열어 주면 어떨까 싶어요. 

 

허윤아 : 혼인을 문의하려고 사무장님들과 통화를 많이 했는데, 딱딱 정해져 있는 답변에 메뉴판을 읽어 주는 직원 느낌이 들었어요.

 

은 신부 :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성당 직원들이 예식장에서 결혼업소를 운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하셨죠. 혼인은 두 사람에게 복된 성사고,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야 하는 자리이고, 성당은 그것을 전해 주는 자리인데, 직원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요.

 

허윤아 : 이게 한국 교회만 그런 게 아니군요!

 

한가람 : 다음 질문을 드리면, 혼인 후에 부부 사이에 많은 난관과 문제가 생길 수 있잖아요. 또 생활 속에서 사소한 마찰이 있을 때마다 고해성사를 봐야 하나요?

 

은 신부 : 부부 사이에 난관을 만들지 마세요.(웃음)

 

허윤아ㆍ한가람 : 하하하

 

은 신부 : 고해성사는 중요하죠. 하지만 사소한 것으로 매번 고해성사를 볼 순 없어요. 살면서 순간 상대방에 대한 미운 마음이 들 때가 있죠. 시간이 흘러도 꼴도 보기 싫고 계속 미우면 성사를 봐요. 하지만 다음 날 괜찮으면, 부부가 함께 아침기도를 바치면 돼요. 일상에서 사소한 마찰이 계속되고 그 원인이 똑같으면 둘이서 대화를 나눠야 해요. 서로 아픈 데를 찌르니깐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서로 어디에 상처가 있는지를 보는 거예요. 부부간에 대화가 없으면 성숙해지질 않아요.

 

허윤아 : 혼인 생활을 하면서 양가의 종교가 달라서 많은 문제가 생기잖아요. 제사 문제도 그렇고. 현명하게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요?

 

은성제 : 이게 참 문제가 커요.

 

허윤아 : 가톨릭은 제사를 지내잖아요. 제사 문화는 한집안의 풍습이고 오랫동안 내려온 전통인데, 제사를 지내더라도 나만 의미를 크게 안 두면 되는 거 아니예요?

 

은 신부 : 하지만 가톨릭 교리에 맞는 양식으로 되어 있죠. 연도를 바치고, 위패를 모시지 않아요. 12년 동안 사제 생활을 하며 본 결과는 결국 신앙심이 깊은 쪽이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버틴다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는 평화를 유지해야 하죠. 이런 부부도 있었어요. 남자가 가톨릭 신자고, 여자는 아닌데 남편이 주일마다 성당에서 온종일 봉사하는 거예요. 부부 사이가 나빠지자 남편은 신부님과 면담을 하고 주일 미사 대신 평일 미사를 나갔어요. 주일은 가족과 함께 보냈고요. 나중에 아내는 가족에게는 사랑을 보여 주지 않고, 성당에만 다니는 모습이 보기 싫었다고 털어놨어요. 결국 3년 뒤에 아내는 세례를 받았어요. 주일 미사에 빠지는 것은 교회법에서는 죄지만 그걸 논하기 전에 부부의 삶은 매우 다양해요.

 

한가람 : 신부님, 자녀는 하느님의 선물인데. 인공수정을 통해서 어떻게든 자녀를 갖도록 노력하는 건 옳지 않나요?

 

은 신부 : 애타는 마음은 이해하는데 교회는 수정란을 생명으로 봐요. 그래서 교회는 생명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행위를 반대해요. 시험관을 통해 수정란을 여성의 자궁에 넣어 생명을 인위적으로 만들다 보니 쌍둥이가 많이 생겨요. 이때 부모에게 선택 유산이라는 선택권을 주죠. 말이 유산이지, 낙태에요. 교회는 자녀가 축복이라 할지라도 인위적으로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을 반대해요. 이런 이야기하면 싫어할 거예요. “네가 겪어 봤어?” 하면서. 신학생 때 공부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세상 사람들에게 잘할 수 있을까, 시대에 뒤떨어진 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명윤리학적으로 왜 안 되는지 이유가 명확하니깐요.

 

한가람 : 부모가 자녀의 신앙을 정할 수 있나요? 유아 세례는 아이는 모른 채 주는 거잖아요.

 

은 신부 : 엄마가 모유 수유를 할 때 아기한테 물어보나요? 부모에게 신앙이 중요하지 않으면, 자녀에게 신앙을 전해 주는 것을 강요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부모에게 신앙이 중요하다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면 당연히 세례를 주는 거예요. 가끔 후회하세요? 엄마, 아빠는 왜 나한테 묻지도 않고 세례를 줬느냐면서.

 

허윤아 : 저는 엄마 아빠가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신앙을 물려 주셔서 감사해요.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엄마가 준 가장 큰 선물은 신앙이었다는 걸 느껴요.

 

은 신부 : 물론 어릴 때는 습관적으로 성당에 가요. 방황도 하고.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유아 세례받은 걸 후회하는 사람은 많이 못 봤어요. 모든 신앙의 근원은 부모에게서 나와요. 아이들은 부모의 신앙생활을 보고 그대로 배우죠. 마지막으로 혼인 축하하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 죽을 수 있을 만큼 큰 사랑을 갖고 살아야 해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힌 것처럼. 싸울 때는 항상 다음 날 얼굴을 볼 마음으로 싸우고. 짐 싸서 친정으로 가지 마세요. 행복한 성가정을 이루며 사세요.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평화신문, 2016년 9월 11일, 정리=이지혜 기자, 사진=이힘 기자]

 

 

혼인성사 준비 복잡하다고요? 이렇게 하면 참 쉽죠~

 

 

1. 혼인 신청 및 혼인 면담 예약

본인이나 예비 배우자가 속해있는 교적지 본당의 사무실을 방문해 혼인 신청서를 작성하고, 본당 신부와의 혼인 면담 일정을 예약한다. 

 

2. 혼인교리 수강

소속 교구에서 시행하는 혼인교리를 수강한다. 서울대교구 혼인교리 일정은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 홈페이지(www.ihome.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혼인교리 대신 2박 3일간의 약혼자 주말에 참가해도 된다. 혼인교리 이수증은 유효 기간이 1년이다.

 

3. 서류 준비

혼인성사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혼인 면담을 할 때 제출한다.

구비 서류 : 세례 증명서 1통, 혼인 관계 증명서 1통, 혼인교리 이수증

 

4. 혼인 면담

본당 사제와 혼인 면담을 할 때 혼인 전 당사자가 진술서를 작성한다. ‘관면혼’(가톨릭 신자가 교회의 관면을 받고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과 하는 혼인)을 받는 경우라면 이때 관면을 받게 된다. 혼인 면담은 아무리 늦어도 예식 한 달 전에는 진행해야  한다.

 

5. 혼인 예식

혼인 예식은 혼인 당사자 중 어느 한 편이 교적을 두고 있는 본당 사제의 주례로 본당에서 거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 교적지 본당 이외의 성당이나 공소에서 혼인하려면 혼인 허가서를 받아야 한다. 본당 신부가 아닌 개인적인 주례 신부를 모실 수도 있다.

 

※ 혼인 예식을 위한 혼인 성당 정보(주차 규모, 성전 좌석 수, 성가대 지정 여부, 꽃장식 등)와 국가별 혼인 관계 증명 서류 발급처(국제결혼) 등은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 홈페이지(www.ihome.or.kr)에서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이밖에 전국 교구의 혼인 관련 정보는 각 교구의 가정사목부에 문의할 수 있다. [평화신문, 2016년 9월 11일,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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