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환경]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잘 뽑아야 한다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3-02 ㅣ No.1713

[알아볼까요]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잘 뽑아야 한다

 

 

호주의 산불이 5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1월 말에는 우박을 동반한 폭풍으로 산불이 멈추는 듯 했다. 그러나 산불은 멈추지 않았고 수도 캔버라까지 번져 공항마저 폐쇄되었다. 이번 호주의 산불로 한반도 크기의 숲이 잿더미가 되었으며 2700여 채의 가옥이 불에 탔다. 이 과정에서 최소 33명의 주민과 12억5천만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목숨을 잃었다. 살아남은 동물들은 서식지를 잃었고 코알라와 캥거루 등 호주에만 서식하는 수 십여 종의 동물이 멸종 위기에 놓였다. 연기가 호주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하늘까지 덮었다. 산불로 인해 발생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호주의 연간 배출량에 맞먹을 정도였다.

 

산불의 발화원인은 주로 사람의 부주의한 행동, 방화, 번개, 강풍에 의해 쓰러지는 송전선, 또는 송전선 주변에 생기는 스파크다. 그런데 호주에서처럼 산불이 초대형으로 번지는 요인은 기온상승, 이례적인 가뭄과 같은 기후변화다. 호주의 기온은 지난 100년 동안 평균 1℃ 이상 상승하였고 최근 심각한 가뭄이 발생하면서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등 주요 도시 인근 댐의 저수율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또한 가뭄으로 인해 지난 해 호주의 밀 생산은 20% 이상 줄어들었다. 결국, 호주 정부는 12년 만에 밀을 캐나다로부터 수입하는 결정을 내렸다.

 

우리가 호주의 산불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기후변화에 의해 산불이 초대형화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후재앙이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는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도 상승했을 뿐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폭염, 가뭄, 홍수의 주기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고, 태풍의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또한 호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재앙이 먼 나라의 일이 아니라 곧 우리에게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초 우리나라 강원도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인해 축구장 2500여 개 규모의 산림이 손실된 바 있다. 한국도 기온이 상승하고 있고, 겨울철에 점점 눈이 적게 내리면서 더 건조해지기 때문에 초대형 산불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예전에는 산불이 봄철인 3~4월에 주로 발생했으나 최근 계속되는 기온상승 때문에 산불이 주로 발생하는 기간이 2~5월로 늘어난 점도 산불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은 온실가스배출 총량이 전 세계 7위 ‘기후악당국’

 

호주정부의 미온적인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이번 산불을 통제할 수 없도록 키웠다는 점에서 우리는 호주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호주는 전 세계 2위의 석탄 수출국이다. 게다가 전기를 생산하는데 사용되는 연료의 73%가 석탄으로, 석탄화력 발전소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는 6%밖에 되지 않는다. 호주 정부는 경제안정을 이유로 석탄채굴과 수출을 계속 허용해왔고, 그나마 있었던 탄소세 관련 제도를 2012년 폐지한 바 있다. 특히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총리는 그동안 산불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한편 석탄 산업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산불로 인해서 시민들의 비난이 거세지면서 이제야 기후변화와 산불의 연관성, 그리고 산불에 대한 호주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인정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자 사후약방문인 셈이다.

 

한국은 온실가스배출 총량이 전 세계 7위를 점하고, 1인당 온실가스 배출증가량이 OECD 국가 중에서 거의 1위를 달리고 있기에 그 어떤 나라보다 과감한 감축목표를 정해야 한다. 그러나 파리기후협약 이행을 위해서 한국정부가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턱없이 낮다. 이에 각국의 온실가스감축 정책과 행동을 평가하는 세계적인 기구 CAT(Climate Action Tracker)가 사우디아라비아, 뉴질랜드, 호주와 함께 한국을 ‘기후악당국’으로 지정하였다. German Watch가 평가한 61개국의 기후변화 대응 지수(CCPI)에서도 한국은 꼴찌나 다름없는 58위를 차지하였다.

 

과학자들은 기후붕괴를 막기 위해서 기온상승을 1.5도 이하로 억제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절반을 감축하고 2050년까지 배출을 0으로 만들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북극의 빙하 가운데 지난 2만 년 동안 전혀 녹지 않았던 빙하들이 2030년이면 모두 녹아서, 북극에서 빙하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 결과가 최근에 나왔다.

 

북극에서 빙하가 사라진다는 것은, 전 세계가 온실가스배출을 당장 멈춘다고 하더라도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 빙하가 녹으면서 드러난 바다가 햇빛을 흡수하여 바다의 기온과 더불어 육지의 기온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현상)’ 작용에 따른 지구의 급격한 기온상승이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이미 늦었다고 말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그 정도로 우리는 급박한 상황에 놓여있다.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정치인을 선택하는 것이 기후위기 해결의 관건

 

따라서 우선적으로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소를 급격하게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치인을 뽑고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법과 제도가 도입되도록 해야 한다. 호주 정치인들의 기후위기 대응을 보면, 특히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정치인을 선택하는 것이 기후위기 해결의 관건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석탄화력 발전소를 줄이자면서 위험천만할 뿐만 아니라 핵폐기물처리 비용을 포함한 경제적·환경적 비용이 수조원에 달하는 원자력발전소를, 기후위기의 대안이라고 말하는 후보를 뽑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모든 행위와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것을 생산하고 소비를 유도하는 경제시스템과 성장주의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성장이 아니라 탈성장이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제안되고 있다. 필요이상의 것을 생산하고 소비를 유도하는 경제시스템과 성장 중독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기후위기를 온전하게 해결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자연 없이 인간의 존속이 불가능하고 인간이 자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관계성을 깨닫고 이에 감사하는 과정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자연과 인간을 분리된 존재로 보았던 인식이 오늘날 자연을, 이윤과 이익의 대상으로 삼았고, 인류사에 유례없는 기후위기를 낳았으니, 자연를 비롯한 타자(他者)를 인식하는 방식에서부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알게 모르게 기후위기는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을지도 모른다. 올해 한반도 겨울의 최저 기온은 평년에 비해 10~13℃ 가량, 평균기온은 1.5℃ 더 높다. 눈도 거의 내리지 않아서 바짝 마른 나무들이 불쏘시개가 되어 호주에서처럼 초대형 산불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높은 기온으로 인해 죽지 않고 월동한 해충 때문에 농작물 피해도 심각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겨울철 고온 현상이 계속된다면 식량 자급률이 25%도 채 되지 않는 우리에게 식량위기와 더불어 통제 불가능한 재난이 머지않아 일어날지도 모른다.

 

다시 강조하지만 기후위기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정치를 바꾸는 것, 즉 선거를 통해서 제대로 된 정치인을 뽑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치는 우리 삶의 질을 높이고 보다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문제를 포함하여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15일 다가오는 21대 총선에서 가톨릭 공동체의 많은 이들이 기후위기를 염려하고 기후위기 대응 관련법을 만들 후보를 가려내어 선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3월호, 민정희(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 사무총장)]



1,019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