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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차 세계주교시노드(2018년) 최종 보고서, 무엇을 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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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1-07 ㅣ No.922

제15차 세계주교시노드 최종 보고서, 무엇을 담았나


청년과 함께할 사목전문가 양성,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 참여 확대, 디지털시대 ‘가짜뉴스’에 주의를

 

 

‘젊은이, 신앙과 성소 식별’을 주제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이하 주교시노드) 제15차 정기총회가 막을 내렸다. 대의원들은 10월 27일 투표를 거쳐 최종 보고서를 통과시켰고, 이튿날 폐막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봉헌했다. 이로써 25일에 걸쳐 열린 토론을 마무리했다. 모두 167항으로 구성된 최종 보고서에서 대의원들은 교회가 다양한 현실에 직면한 젊은이들에게 포장된 응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사안별로 식별하며 이들의 신앙 여정에 동반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여성들이 교회를 이끌 수 있게끔 권한을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젊은이의 목소리를 듣자

 

주교시노드 최종 보고서는 불의와 가난, 폭력으로 점철된 젊은이들의 다양한 상황을 담았다. 또한 대의원들은 디지털 세상에서 젊은이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기회와 도전을 귀담아 듣고 최종 보고서에 포함했다. 그리고 젊은이들의 이주와 성 정체성, 교회 안에서 자행되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 여성의 역할, 함께 걸어가는 교회를 세우기 위한 주교합일성(synodality)을 강조했다. 또 성소를 찾아가는 젊은이의 삶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교회가 함께 식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종 보고서는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두 제자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예화(루카 24,13-35)를 모태로 작성됐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들리기를 바란다”는 이번 주교시노드의 목표점을 강조했다. 즉 최종 보고서는 세속과 교회 안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으며, “이들의 울부짖음, 특히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울부짖음에 관심이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래서 사목자들은 젊은이들에게 ‘포장된 응답’을 줄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젊은이들과 함께 식별하며 동반할 전문가들을 양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8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된 제15차 세계주교시노드 폐막미사 중 주교시노드 사무총장 로렌초 발디세리 추기경(가운데)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CNS.

 

 

교회 안 여성의 권한 확대 

 

주교시노드 대의원들은 교회의 의사결정구조 안에서 여성의 권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의원들은 최종 보고서에서 “젊은이들은 교회와 사회 안에서 여성의 역할을 인정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많은 여성들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대체가 불가능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교회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들의 목소리와 견해가 담기지 않는다면 교회의 결정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교회의 여정도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고 덧붙였다.

 

대의원들은 또 ‘함께 걸어가는 교회’(synodal church, 148항 참조)라는 맥락에서 다시 한 번 여성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의원들은 “모두가 함께 나아가는 공동체를 추구하는 교회라면 교회 안에서 여성들의 상황과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젊은이들과 여성들이 강력하게 이러한 교회를 요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권한 확대를 위해 대의원들은 “과감한 문화적 회심과 일상 사목활동에서의 변화를 꾀해 교회 지도부를 포함해 모든 교회 구조 안에서 여성의 중요성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서품된 사목자의 역할을 존중하면서도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을 참여시켜야 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교회의 학대 반성

 

최종 보고서에는 주교시노드를 앞두고 전 세계적으로 불거진 성직자 성추행 문제도 포함됐다. 최종 보고서는 세 항(29~31항)에 걸쳐 교회 안 학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대의원들은 ‘모든 형태의 학대를 인정하고 응답하기’라는 소제목으로 교회의 성 학대를 다루며, 교회는 “진실을 행하고 잘못을 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의원들은 “젊은이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몇몇 주교와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저지른 다양한 형태의 학대로 피해를 겪었다”면서 “이러한 고통은 평생 지속되고 있으며, 교회의 회개도 치료약이 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의원들은 “이러한 현상은 사회 안에 널리 퍼져 있으며, 또한 교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교회의 사명 수행에도 큰 지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는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의원들은 “주교시노드는 자신들이 겪은 악을 용기 있게 고발해 준 피해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면서 “이들은 교회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 알게 도와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대의원들은 성직자 성추행이라는 범죄의 배경에는 서품이 타인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 권력이라고 믿는 성직주의가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젊은이들의 다양한 관심 반영

 

이외에도 대의원들은 디지털 시대와 이주, 동성애 등을 다뤘다. 디지털 시대에 관해 대의원들은 디지털 문명이 젊은이들에게 “사람들 사이의 대화와 만남, 교류에 많은 기회를 열어주는 한편 지식과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서도 “디지털화로 인한 고독과 조작, 착취, 사이버 폭력, 사이버 범죄와 같은 부정적인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의원들은 디지털 세상을 이끌며 양심을 조작하는 세력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대의원들은 “가짜뉴스의 확산으로 진실의 힘과 설득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대의원들은 전 세계적인 이주 현상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평가했다. 대의원들은 전쟁과 폭력, 정치·종교적 박해, 자연재해, 기후변화와 극빈으로 고향을 떠나는 이들, 특히 이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현실을 우려했다.

 

 

젊은이의 성덕을 위해

 

최종 보고서의 초점은 젊은이들이 세례를 통해 받은 성덕 소명을 지지하고 이들이 교회에 공헌하며, 동시에 이들이 신앙 안에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주님께서 이들에게 바라는 성소에 대해 올바로 응답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대의원들은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가 교회 안에서 성덕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젊은이들에게 성인이 되라고 초대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성인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의원들은 교회가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여성을 포함해 모든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즉 모든 신자들이 함께 복음을 전하는 교회의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느님 백성 모두 공동의 책임을 갖고 공동체를 쇄신해 서로 듣고, 지지하며 ‘함께 걸어가는 교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 보고서를 제출받은 교황은 최근 발표한 교황령 「주교들의 친교」에 따라 최종 보고서를 교회의 공식 가르침인 통상 교도권의 일부로 인정하거나 따로 후속 권고를 발표할 수 있다. 대의원들은 폐막미사로 젊은이들을 위한 주교시노드가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의 각 지역교회에서 주교시노드의 정신을 실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의원들은 “최종 보고서는 각 교회가 수행해야 할 다음 단계를 위한 안내서일 뿐”이라면서 “주교시노드의 성패는 실행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18년 11월 4일, 최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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