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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의 해8: 사랑은 불의에 기뻐하지 않고 진실을 두고 함께 기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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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9-02 ㅣ No.1242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의 해] 사랑은 불의에 기뻐하지 않고 진실을 두고 함께 기뻐합니다

 

 

누군가 사랑에 빠지면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고 말합니다. 사랑하게 되면 자기 눈에는 상대방의 모든 것이 예뻐 보이고 멋져 보인다는 뜻이겠지요. 실제로 사랑에 빠지면 자신의 감정에 매몰되어 상대방의 실제 모습을 보지 못하고 상대방을 미화하고 예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서 나에게 맞는 모습만 보려고 합니다. “정말 내 여자 친구는 나랑 성격이 너무 잘 맞는 것 같아. 취미도 같고 가치관도 비슷해.” 그런데 놀랍게도 그렇게 사랑하던 연인이 결혼을 해서 살게 되면 성격 차이 때문에 자주 싸운다고 하니, 도대체 뭐가 맞는 걸까요?

 

바오로 사도는 “사랑은 불의에 기뻐하지 않고 진실을 두고 함께 기뻐합니다.”라는 말씀을 통해 사랑이 진실과 본질로 서로 결속되어 있음을 알려 줍니다. 여기서 우리는 ‘진실’이라는 단어를 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경에서 의미하는 ‘진실’을 떠올릴 때, 많은 경우 ‘의로움’ 혹은 ‘올바름’으로 이해합니다. 그런데 진실을 뜻하는 그리스어 ‘알레테이아’(aletheia)는 ‘현실의 장막을 걷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외적으로 둘러싸인 것이 사라지고 본래의 것이 드러난다는 뜻이지요. 사랑은 겉으로 보이는 것을 넘어서 드러난 본래의 모습을 보고 기뻐합니다. 저는 혼인 미사를 주례할 때, 서로를 위한 평생의 반려자가 되겠다고 하느님과 교회 공동체 앞에서 서약한 부부에게 “이제 연극은 끝났습니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지금까지는 서로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의 장점만을 보고 기뻐했다면, 이제 혼인을 통해 매일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행동, 부족한 모습들을 보게 될 것이라는 뜻이지요.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라고, 그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입니다. 이처럼 ‘진실을 두고 기뻐한다.’는 말의 뜻은, 있는 그대로 상대방의 모습을 보고 기뻐하는 것입니다. 사랑의 눈은 평가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또 진실이라는 창을 통해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사랑은 상대방만을 향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감사하며 기뻐할 수 있도록 변화시켜 줍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에게 본연의 자기 모습을 보여 주도록 용기를 줍니다. 여기에서 바로 ‘진실’이 지니는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히브리어로 ‘진실’을 뜻하는 ‘에무나’(emuna)는 본디 ‘신뢰성’, ‘불변성’, ‘항구성’을 의미합니다. ‘신뢰성’이란 사랑하는 누군가가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 줄 것이라는 신뢰에 바탕을 둔 사랑입니다. 또 서로를 위한 올바른 사랑의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줄 것이라는 신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랑은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진실을 보고 기뻐하는 사랑은 부족한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고 미워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두려움을 이겨 냅니다. 사랑은 서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여 줄 것이라는 상호 신뢰에 바탕을 두며, 동시에 바로 그 안에서 성장하는 것입니다.

 

불의에 기뻐하지 않고 진실을 두고 함께 기뻐하는 사랑은 서로를 진리 안에서 걷도록 이끌어 줍니다. 가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정직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부부를 만나게 됩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가정을 지켜야 할 가장들을 수많은 유혹 앞으로 이끌고 갑니다. 그리고 그 유혹 앞에서 갈등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올바른 길, 정직한 길을 걸어가도록 버팀목이 되어 주는 든든한 가족들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비록 지금 부유하고 편하게 살지는 못해도 그 선택으로 올바르게 살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진실을 두고 함께 기뻐하는 사랑은 서로를 진리이신 하느님 안에서 걷도록 이끌어 주는 힘입니다.

 

이러한 사랑을 위해 전제되어야 할 것은 바로 부부 사이에, 또 부모와 자녀 사이에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건강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무엇이 진정 자신을 위한 길인지 분별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합니다. 또한 눈앞에 보이는 이익이나 순간의 세속적 기쁨이 아니라, 상대방이 진정 올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진심으로 조언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서로를 위한 진실한 사랑이 깊이 뿌리내릴 때, 건강한 대화는 참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며, 또한 서로를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어 줄 것입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18년 9월호, 사목국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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