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7일 (수)
(백) 부활 제3주간 수요일 아버지의 뜻은, 아들을 본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삶이 허망하다고 느껴집니다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8-11 ㅣ No.855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삶이 허망하다고 느껴집니다

 

 

질문

 

얼마 전에 아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암 말기로 석 달 동안 투병 생활을 하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렇게 건강하시던 분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시다가 숨이 끊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사는 것이 이렇게 허망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시작이라는 교회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마음이 힘듭니다. 어떻게 이 상태를 극복해야 할지요.

 

 

답변

 

삶이 한정적이라는 것은 참으로 마음이 아픈 일입니다. 좀 더 멋지게 평안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이 모든 사람의 꿈일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인생에 끝이 없으면 너무 많은 문제가 생겨서 죽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들을 하지만, 죽음에 맞닥뜨리면 그저 슬프고 허망할 뿐입니다. 죽음을 마주하면 삶이 허망하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입니다.

 

한국사람들은 죽음을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죽음은 재난이고 그래서 오래 사는 것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덕담에도 오래오래 사시라는 말씀이 포함됩니다. 새해 세배를 할 때도 건강을 기원하고 오래 사시도록 축원을 드립니다. 물론 교회에서는 죽음을 재난이라고 표현을 하지는 않습니다만, 실제 부친상을 당하신 분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가슴이 아프시겠습니까? 게다가 암이라는 병에 걸려서 투병을 하시다 가시는 모습을 보셨으니 마음이 찢어지셨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퀴블러 로스(Elisabeth Kubler-Ross)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과 인터뷰하여, 다음과 같은 심리학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전해집니다. 5단계인데 첫 단계가 부정, 둘째 단계가 분노, 셋째 단계가 타협, 넷째 단계가 절망,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단계가 수용이라고 합니다.

 

즉 죽음을 선고받으면 그럴 리 없다고 말을 하고, 화내고, 살려만 주면 잘 하겠다고 하고, 그러다가 ‘에잇’ 하면서 절망하다가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런 단계가 모두 순서에 따라서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반응 단계와 비슷하게 유족들에게도 이런 아픔의 단계가 있을 것입니다.

 

죽음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인류는 끝없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종교와 철학에서 이 문제를 파헤치기 위해서 연구하고 있지만, 확실한 결말을 짓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죽음이란 “한 생명체의 모든 기능이 완전히 정지되어 원형대로 회복될 수 없는 상태”라는 데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죽음은 육신의 죽음과 영혼의 죽음 두 가지로 나누어 보는데 육신의 죽음은 앞에서 말한 한 생명체의 모든 기능 정지이고, 영혼의 죽음은 생명의 원천인 영혼이 육체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뜻합니다.

 

교회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는 사람은 누구나 구원을 받게 되어, 이 세상이 끝나는 날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여 영생을 얻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육체적인 죽음은 한낱 잠자는 상태에 불과하고, 죽음은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바라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만, 부모님을 보내드리고 난 지금 상태에서는 받아들이기가 많이 힘드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부모님을 사랑하고 존경한 만큼이나 자녀 된 입장에서의 큰 아픔이 시간이 흐르고 때가 되어 조금씩 아물어 가는 동안, 현세에서의 삶을 잘 살아내시고,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 동참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을 통한 영원한 생명을 얻으실 부모님을 기억하고 회상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8년 8월 12일, 이찬 신부(성 골롬반외방선교회 · 다솜터심리상담소장)]



1,910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