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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주님의 기도와 교부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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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7-17 ㅣ No.1225

[주님의 기도와 교부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주님의 기도의 세 번째 청원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목표로 삼고 드리는 기도이다. 하느님의 뜻은 우리에게 베푸시는 선물로서,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1티모 2,4 참조). 하느님께서는 “아무도 멸망하지 않고 모두 회개하기를 바라시기 때문”이다(2베드 3,9). 한마디로 하느님의 뜻은 우리의 구원을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요한 3,16-17).

 

 

세상에 펼쳐진 하느님의 뜻

 

하느님의 뜻으로 땅과 만물이 창조되었다(묵시 4,11 참조). 하느님께서는 자유로운 뜻으로 행동하시고 하늘에서는 아무런 제한 없이 다스리신다(마태 6,10 참조). 아무도 그분의 뜻을 거스르지 못한다(로마 9,19 참조). 하느님의 뜻이 모든 생명의, 무엇보다 인간 생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모든 것이 그분에게서 창조되었기 때문이다(로마 11,36; 1코린 8,6 참조).

 

우리 신앙인은 하느님의 이 뜻이 지상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마태 6,10 참조). 그러나 사람은 원죄의 결과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일에 자유롭지 못하게 되어, 만물과 함께 죄와 허무에 종속되어 있다(로마 8,20 참조).

 

인간의 의지는 쉽게 악에 기울어져 있고, 마귀의 뜻을 행하도록 사로잡혀 있다(2티모 2,26 참조). 자연적인 인간은 더 이상 하느님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육체의 욕망에 이끌려 살면서 육과 감각이 원하는 것을 따른다(에페 2,3 참조).

 

베드로 사도의 표현대로, 인간은 ‘이교인들이 즐기는 것을 하면서 지냈다’(1베드 4,3 참조). 방탕, 욕정, 주정, 흥청대는 술잔치, 폭음, 불경스러운 우상 숭배에 빠져 살아왔다. “그러니 남은 지상 생활 동안, 더는 인간의 욕망을 따르지 말고 하느님의 뜻을 따라야 한다”(1베드 4,2).

 

남자의 욕망에서가 아닌(요한 1,13 참조), 하느님의 뜻에 따라 당신 말씀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재탄생(1베드 1,23; 야고 1,18 참조)을 통하여 인간은 모든 면에서 자유롭게 되어, 하느님의 뜻을 이룰 수 있게 된다(2코린 8,5 참조).

 

 

예수님은 하느님의 뜻을 이루러 오셨다

 

하느님께서는 아무도 멸망하기를 원치 않으시고 구원되기를 바라신다. 이런 이유로 아버지께서는 아들 예수님을 보내셨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이 뜻을 이루시는 것을 삶의 중심으로 삼으셨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시는 사람은 모두 나에게 올 것이고, 나에게 오는 사람을 나는 물리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뜻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려고 하늘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은, 그분께서 나에게 주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것이다. 내 아버지의 뜻은 또,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을 다시 살릴 것이다”(요한 6,37-40).

 

예수님의 일생은 하느님의 뜻을 이루고자 하는 삶이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것이 그분의 양식이라고 말씀하셨다(요한 4,34 참조). 그리고 수난을 앞둔 공포의 순간에도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시기를(마르 14,36; 루카 22,42 참조) 기도하셨다. 그 이유로 아버지께서는 그분의 기도를 들으셨고(히브 5,7 참조), 그분은 충만한 삶을 얻으셨다.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기도 안에서 우리 신앙인에게 아버지께 기도하여 하느님의 뜻이 세상에서 이루어지게 해 주시기를 청하라고 하셨다(마태 6,10 참조). 신앙인은 하느님의 뜻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신중하게 구별해야 한다(로마 12,2; 에페 5,17 참조).

 

이를 위해서 성령께 도움을 청해야 한다(1코린 2,11 이하 참조). 우리 마음 안에 그분의 뜻을 알기를 원하고 그 뜻을 행하고자 하는 원의와 실천을 하게 해 주시는 분이 하느님이심을 알아차리게 된다(필리 2,13 참조). 인간이 행하는 모든 일의 원천이 하느님이시며 하느님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베푸시고 인간은 그것을 받아들인다.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의 뜻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은혜로운 말을 남겼다. “(하느님께서는)사랑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으시기로 미리 정하셨습니다. 이는 하느님의 그 좋으신 뜻에 따라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랑하시는 아드님 안에서 우리에게 베푸신 그 은총의 영광을 찬양하게 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의 피를 통하여 속량을, 곧 죄의 용서를 받았습니다. 이는 하느님의 그 풍성한 은총에 따라 이루어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은총을 우리에게 넘치도록 베푸셨습니다.

 

당신의 지혜와 통찰력을 다하시어, 그리스도 안에서 미리 세우신 당신 선의에 따라 우리에게 당신 뜻의 신비를 알려 주셨습니다. 그것은 때가 차면 하늘과 땅에 있는 만물을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머리로 하여 한데 모으는 계획입니다. 만물을 당신의 결정과 뜻대로 이루시는 분의 의향에 따라 미리 정해진 우리도 그리스도 안에서 한몫을 얻게 되었습니다”(에페 1,4-11).

 

이 본문 안에서 무려 세 번이나 “하느님의 뜻”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한결같이 창조물과 세상과 인간이 구원되는 뜻이다.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데 동참하는 우리의 생활

 

예수님과 하나 되고 성령의 힘 안에서 우리의 생활도 하느님의 뜻 안에 동참하여 살아간다. 오리게네스 교부는 “우리도 그분과 함께 하나의 유일한 정신이 되고 그분의 뜻을 채울 수 있게 된다. 그러면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 완전하게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결론지었다(「기도론」, 26항).

 

하느님의 뜻은 죄인의 의화에 그치지 않고, 죄인의 성화를 바라신다(1테살 4,3 참조). 그런 이유에서 히브리서의 저자는 이 서간을 읽는 독자들에게, 하느님께서 그들을 부활의 은총으로 힘을 부여하시어 하느님의 뜻을 이루신다고 기록한다(13,20-21 참조).

 

하느님의 뜻을 이루려면 먼저 그 뜻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기에 바오로 사도는 콜로사이 신자들을 위하여 하느님께 이 은혜를 주시기를 청한다(콜로 1,9-10 참조). 하느님의 뜻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려는 순종은 기도를 드리는 사람의 기도 방향을 올바로 이끌고 또한 하느님께서 그 기도를 꼭 들어주신다는 약속을 해 준다(요한 9,31; 1요한 5,14 참조). 하느님의 뜻을 행한 사람은 심판 때에 세상과 함께 멸망하지 않고, 영원히 살게 된다(1요한 2,17 참조).

 

하느님의 뜻은 자연 안에서는 방해받지 않고 성취된다. 태양이 떠오르고, 별들이 궤도를 따라 돌며, 우주와 자연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다. 더 고차원적이고 귀중한 인간의 자유 의지 안에서는 하느님의 뜻이 인간의 협력을 요구한다.

 

왜 하느님의 뜻이 더 낮은 자연법칙의 영역에서는 적용되고, 훨씬 더 높은 인간의 경지에서는 적용되지 못하는가? 그것은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인간 자유의 신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종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자유를 존중하시기 때문에, 아들과 딸들의 사랑을 바라시며 당신 뜻의 전능하심을 단독으로 행사하지 않으신다.

 

하느님의 창조 뜻(묵시 4,11 참조), 당신 구원의 뜻(요한 6,38 이하 참조), 당신 사랑의 뜻(에페 1,5 이하 참조)을 통하여, 그리고 그분의 말을 전혀 듣지 않으려 하고 그분을 항상 거스르는 사람을 심판하시려는 뜻(1사무 2,25; 예레 5,3.6; 6,10 이하; 25,7 이하; 마태 23,37 이하 참조)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이름을 거룩히 빛내시고 당신의 영광을 드높이신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모든 행동과 원하심의 목표이다.

 

우리가 모두 예수님께 들려주신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 곧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태 17,5)하신 그 말씀을 들을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 장인산 베르나르도 - 청주교구 신부. 원로 사목자로 강화꽃동네 성녀 헬레나 성당에서 통일을 기원하며 지낸다. 독일 본대학교에서 교부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구가톨릭대학교와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경향잡지, 2018년 7월호, 장인산 베르나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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