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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의신학ㅣ교부학

[마리아] 교회 일치 관점에서 마리아 중재의 새로운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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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3-09 ㅣ No.479

교회 일치 관점에서 마리아 중재의 새로운 이해

 

 

교회 일치 관점에서 마리아 중재성의 새로운 이해를 하기 위함은 마리아에 대한 모든 진리가 그리스도와 교회 신비의 단면들에 대한 표현이라는 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또한 인간 안에서, 인간과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구원적, 현존적 신비의 표현이자 이 현존이 가지는 양식에 대한 표현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교회 일치 관점에서 마리아 중재성은 성경에 의해 영감을 받은 마리아의 구세사적 역할과 의미를 밝히는 가운데 기본 입장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마리아의 부속적 역할과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개성을 인정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최우선 순위를 고려하여 뒤바꾸지 않는 것이다. 또한 교회 전통의 문화적인 표현과 그리스도교 신앙의 근본이 되는 것의 차이를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스도인의 초교파적 차원은 신자들을 다양한 문화적 전통들에 대한 존경 안에 그리스도교 신앙을 살도록 인도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획일성이 아닌 다양성 안의 일치다. 다양한 표현과 함께 본질적인 요소 안에 함께하는 것이다.

 

 

마리아의 모성

 

구세사의 정점이요,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와 구원사업이다. 구세사의 모든 사건은 그리스도의 육화와 구원사업과 관련을 맺고 있으며, 이 사건에 의해 그 수준과 가치가 측정된다. 마리아 중재성 역시 그리스도와 맺는 연관성에서 올바로 드러난다. 그러므로 마리아가 그리스도와 맺는 구세사적 역할과 의미 안에서 마리아의 ‘중재성’을 보아야 한다.

 

성경은 마리아가 예수 삶의 결정적 전환점인 육화와 십자가 사건에 그지없이 가까이 현존하고 있음을 증언한다. 그런데 십자가 곁에서 마리아의 구세사적 기능은 육화의 경우처럼 분명하지는 않다. 그래서 마리아의 중재성은 하느님의 아들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에 드러나는 마리아의 ‘모성(母性)’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육화에 ‘어머니’로서 참여하였다. 이처럼 마리아의 신학적 위상과 특히 구세사적 기능이 그분의 아들 예수의 신성에서 규정되기 때문에 마리아의 중재성은 그리스도에 대해 마리아가 가지는 그녀의 모성 관계에서부터 이해되어야 한다. 그리스도가 인간이 되셨다는 구세사적 사실은 마리아의 모성으로 분명히 드러난다. 마리아 모성에 대한 신학적 진술은 그리스도의 참된 인성에 대한 증언이 된다.

 

마리아가 인간의 육신 안에서 하느님께서 궁극적으로 오시는 문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육화 안에서 세계를 위해 오시는 하느님의 은총이 수용되는 일이 발생한다. 세계의 구원자이신 하느님을 수용함으로써 마리아는 전 구세사를 규정하는 지점에 있다. 그래서 마리아는 그의 모성을 통해 단지 나자렛 예수의 사적 생애뿐만 아니라 세계의 구세사 안에서 유일무이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였다.

 

하느님의 구원은 신적이며 동시에 인간적이다. 하느님은 인간의 자유를 무시하지 않으신다. 그러므로 마리아의 모성은 모든 인류를 ‘대표(代表)’하여 당신이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는 것에 동의했다고 말할 수 있다. 구세사에 있어 마리아의 모성적 역할은 그녀의 사적생애(私的生涯)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공적역사(公的歷史)’ 전체의 중심 사건에 속한다.

 

마리아가 은총이 가득하게 된 것은 자기 개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온 인류에게 확산되어 작용하기 위한 것이다. 개신교 신학에서도 마리아가 단순히 개인으로서만이 아닌 구세사에서 공적 기능을 수행한 분으로 대하고 있다. 그래서 마리아는 구원의 표징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마리아는 그의 모성으로 인류를 위한 중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서 이루어지는 ‘중재(仲裁)’의 유일한 원천은 오직 그리스도의 유일중개(唯一仲介)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회칙은 모성적 차원에서 마리아의 특별한 소명을 ‘모성적 중재’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마리아의 ‘모성적 중재(母性的 仲裁, Mediatio Materna)’ 개념은 마리아 모성에서부터 나오는 마리아의 모성적 소명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재일치 영역에서 가능할 수 있으리라 예견되는 교리적인 모든 혼동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명확성을 발전시킨다.

 

 

마리아 신앙의 전형

 

마리아의 중재는 그녀가 여느 인간들과는 달리 특별한 권한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신앙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회칙은 하느님을 향한 마리아의 ‘신앙의 여정(iter ad Deum)’을 강조하며 반복한다.

 

성경은 마리아의 자유로운 신앙을 강조한다. 마리아는 하느님 은총에 의해 이루어지는 자신의 신앙적 동의로써 하느님 구원사업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그리스도의 탄생에 협력하셨지만, 더 나아가 인간이 되신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도 직접 협력하셨다. 마리아는 당신의 일생을 통해 그리스도의 전 생애에 봉사하셨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마리아를 정확히 바라봄으로써 그녀의 인간적인 면, 불완전성, 신앙의 성장, 충실한 신앙의 여정을 통해 불신에서 믿음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성경에서 역사의 마리아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신약 성경적 복음 선포 본연의 대상인 하느님의 구원 계획 속에서 마리아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성경은 마리아가 당신 신앙의 여정 중 불확실성과 의심을 체험한 매우 인간적인 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마리아는 성령의 역사 안에서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 부활의 체험을 통해 신앙으로 나아갔다. 마리아는 당신의 아들이 종교적, 정치적으로 충돌하는 모습을 어머니로서 지켜보았고, 한 신앙인으로서 하느님의 극심한 고통과 죽음에 동참했다. 마리아는 조용히 그리스도 안에서 신앙의 여정을 걸었다. 그리고 다른 제자들처럼 성령을 받았고, 첫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

 

그래서 회칙은 구원 계획 안에서 마리아의 ‘순명(Fiat)’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한다. 이렇게 마리아는 단순히 예수 그리스도를 낳은 사실보다 하느님 말씀에 대한 순종적 신앙 때문에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을 위해서도 지극히 복된 당신의 모성적 중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서 이루어지는 중재의 유일한 원천은 오직 그리스도의 유일 중개에서 나오는 것이고, 마리아는 하느님의 주도적 은총 안에서 이 엄청난 구세사적 기능을 수행하고 계신다.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이룩하시는 일이 무엇이든 자신에게서 이루어지도록 처신하는 순종적 신앙을 순수하게 구현하였다. 이러한 자세는 단순한 수동적 자세가 아니고 자유 의지와 함께 하느님 뜻이 자신에게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전인적인 처신이어서 하느님의 사업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마리아의 ‘모성적 중재(母性的 仲裁, Mediatio Materna)’ 개념은 마리아의 중재가 그녀의 신앙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명확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대한 일치와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마리아의 신앙은 모든 그리스도인 일치의 척도이다.

 

[성모기사, 2018년 3월호, 권정대 베드로(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신부, 로마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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