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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추기경 정진석 회고록73: 미래 사목의 중요한 방향은 IT 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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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1-15 ㅣ No.490

[추기경 정진석] (73) 미래 사목의 중요한 방향은 IT 사목


정보화 시대에 부응하는 복음화 위해 ‘클릭’

 

 

- 2008년 9월 24일 정진석 추기경이 ‘한국 천주교 사목행정을 위한 통합 양업시스템’에 접속, 그룹웨어를 통해 서울대교구와 의정부교구 전체 사제, 교구청 및 본당 직원들에게 통합 양업시스템 개통을 알리는 문자메시지(SMS)를 발송하고 있다.

 

 

현대를 흔히 정보화 시대라고 말한다.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미디어의 발달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의 속도가 빠르고 정보의 공유화로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을 이루며 사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1990년대 이미 정보사회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한국 사회에서 한국 교회는 정보화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정진석 추기경은 비록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지는 못하나 그 효용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정 추기경 자신이 평생 쓴 책 수십 권의 원고도 손가락보다 작은 이동저장장치(USB)에 다 담고도 남는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많이 놀랐다고 주변에 웃으며 이야기하곤 했다. 정 추기경은 미래 사목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온라인을 통한 사목적 시도에 관심과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어려움에 봉착한 한국 교회 정보화 사업

 

한국 교회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행정 전산화를 중심으로 교회 정보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한국 교회 전체의 정보화 사업은 여건이 미비한 관계로 어려움에 봉착했다. 전산화, 정보화를 위한 초기 투자비가 엄청난 것에 비해 눈에 띄는 사목적 성과가 뚜렷할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교구별로 전산화, 정보화를 추진하기에는 재정이나 인력,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컸고 준비도 부족해 한국 교회 정보화 사업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정보매체의 급격한 발달은 하루가 다르게 삶의 형태와 질을 바꿔가고 있었다. 더욱 발전된 미디어는 인간 사회에 신속하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으로는 현세적이며 물질 만능주의 사조를 확산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새로운 문명의 이기인 뉴미디어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성 향상의 이기일 수도 있고 인간성 파괴의 흉기가 될 수도 있다. 역대 교황들은 미디어 내용의 생산과 보급에 종사하는 이들이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새로운 미디어 기술이 개인과 사회에 선익이 돼야지 인간의 품위를 손상하고 증오와 불화를 조장하며 약하고 힘없는 이들을 착취하는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교구는 인터넷을 선교 매체로 활용하기 위해 1998년 9월 20일 인터넷 굿뉴스 사이트를 개통했다. 굿뉴스는 교회의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이용자들 간에 서로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는 가톨릭 가상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가톨릭 인터넷 선교 통신망인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는 몇 달 만에 총 접속 건수가 200만 건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처럼 접속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가 제3의 선교 매체인 인터넷 선교에 대비하는 가톨릭 선교 통신망의 모델로 자리를 잡은 데다 단순히 가톨릭 관련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하는 홍보에 그치지 않고 쌍방향 통신의 장점을 살려 회원들과 대화의 창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교회 전산망 하나로 이은 ‘통합 양업시스템’

 

2006년 4월 10일 정 추기경은 시중 은행과 ‘전국 통합 양업시스템’ 개발 조인식을 가졌다. 그리고 2008년 9월 24일 드디어 한국 교회 사목 행정 전반을 하나의 전산망으로 연계하는 ‘통합 양업시스템’이 개통됐다. 10여 년 전 시작한 ‘양업시스템’도 당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가톨릭 교회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종합 정보시스템이었다. 

 

한국 교회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의 이름을 딴 ‘양업시스템’ 개통으로 교구 내의 모든 본당과 기관이 네트워크로 연결됐다. 그 결과 신자 관리, 재정, 인사, 회계 등 각종 교회 행정 업무뿐만 아니라 구역ㆍ반별 신자 현황, 본당 신자 현황 등 다양한 사목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정 추기경은 우리은행과 ‘통합 양업시스템’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음으로써 세계 최초로 단일한 사목 행정 전산 프로그램인 ‘통합 양업시스템’을 바탕으로 국가 교회 단위의 통합된 사목 행정 전산망을 개통하게 됐다.

 

통합 양업시스템으로 한국 교회는 전국의 교구가 하나의 전산망으로 연결되는 통합 사목 행정 지원 시스템을 갖췄다. 이 시스템을 통해 전국 교구 본당의 행정 업무와 신자 개인의 신앙생활을 지원하고 사목자를 위한 맞춤형 사목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특히 교회 회계 업무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었다. 

 

전산화 작업은 비영리 조직인 교회로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풍부한 전문 인력과 물적 자원을 보유한 기업체의 지원 없이는 추진이 어려웠다. 그래서 정 추기경은 우리은행과 업무협약을 맺음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다.

 

한국 교회의 정보화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추진됐다. 하나는 교구와 본당에서의 행정 전산화이고, 다른 하나는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하는 사목 및 선교 정보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굿뉴스는 개통된 지 6년 만인 2004년 6월 6일을 기해 가톨릭 포털사이트로 개편했고, 2008년 6월 2일에는 휴대폰 시대에 발맞춰 모바일 통신사와 모바일 복음화 협약식을 가졌다. 이 사업을 통해 성경과 가톨릭 기도문뿐만 아니라 매일 미사와 기도문, 각 교구 주보, 가톨릭 성인, 성지 등 신앙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이용료나 통화료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교회도 최대한 변화하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오늘날 정보화 인프라는 우리 사회와 교회 안에 어느 정도 구축된 셈이다. 정 추기경은 교회가 신자들에게 얼마나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느냐에 미래 사목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교회 안의 보화들을 디지털화해서 신자, 비신자 구분 없이 웹 서비스를 통해 제공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더 지체할 수 없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11월 1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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