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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사회교리 아카데미: 시대의 십자가 지고 광고탑에 오른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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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5-08 ㅣ No.1803

[사회교리 아카데미] 시대의 십자가 지고 광고탑에 오른 노동자들


우리는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을 묵상하는 성 금요일인 4월 14일 오후 2시경 ‘노동자·민중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소속 김경래 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노조 동양시멘트지부 부지부장, 고진수 세종호텔노조 조합원, 오수일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대의원,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 김혜진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민주노조 사수 투쟁위원회 대표, 장재영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 등 6명이 서울 광화문 세광빌딩 광고탑에 올라 고공단식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정리해고·비정규직 노동악법 철폐! 노동법 전면 재·개정! 노동 3권 완전쟁취!’ 이들이 빌딩 벽에 내건 현수막의 선명한 구호가 김경래 지부장의 표현으로 ‘하늘 감옥’에 오른 이유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김혜진 대표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광고탑에 오른 이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전체 민중의 문제인 노동 의제가 전 사회적 의제로 바로 잡혀야한다는 절박함으로 나왔습니다. 노조파괴, 정리해고, 비정규직 양산으로 자본의 배만 불리는 이윤보다 사람의 목숨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이 더 소중한 가치가 돼야 한다고,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투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올라왔습니다.”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마태 13,55)

 

예수님 고향 사람들은 예수님의 “지혜와 기적의 힘”(마태 13,54)에 찬사를 보내는 대신 노동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그분을 무시했습니다. “인간과 인간성을 나타내는 특별한 표시”이며 “인격체로 이루어진 공동체 안에 움직이는 개개의 인격체를 나타내는 표시”로써 “인간의 내면적 특성을 결정하며,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의 본질 자체를 형성”(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노동하는 인간」 서문)하는 “노동에서 인간은 그 독특한 존엄성을 얻습니다”(「노동하는 인간」 1항). 그러나 현실에서는 노동하는 ‘사람’이 존중받지 못하고 고용 불안에 시달리며 소모품처럼 취급받습니다. 그리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고용 등으로 이 땅의 노동자들은 점점 불의한 처지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노동자를 살리는 고용 정책을 촉구합니다!

 

노동을 창조주의 부르심(「노동하는 인간」 서문)으로 바라보는 교회는 다음과 같이 노동자를 살리는 공정한 고용 정책을 촉구하며, 특별히 ‘간접고용주’의 책임을 강조합니다.

 

“완전 고용은 정의와 공동선을 지향하는 모든 경제 체제에서 의무적인 목표이다. 노동권이 방해받거나 제도적으로 부인되는 사회, 노동자들에게 만족스러운 수준의 고용을 보장하지 못하는 경제 정책을 가지고 있는 사회는 윤리에 합당하다고 인정할 수 없으며 사회적 평화를 달성할 수도 없다. 이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 따라서 특별하고 막중한 책임이 간접고용주에게, 다시 말해 국가나 국제 차원에서 노동 정책이나 경제 정책들을 지시하는 위치에 있는 주체들에게 돌아간다.”(「간추린 사회 교리」 288항)

 

온갖 달콤한 공약들이 난무하는 대통령선거의 열기가 온 나라에 가득하지만, 사지에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에는 놀라우리만큼 냉랭한 것이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되돌아보며, 몇 해 전 ‘노동자 성 요셉 기념일’에 쓴 묵상시를 이 땅의 노동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칩니다.

 

그대 노동자여!// 아름다운 그대 노동자여!//

 

벗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묵묵히 피땀을 흘리며/ 자신을 봉헌하는 이여!// 겸손한 그대 노동자여!// 자신의 영예를 위해/ 벗들을 밟고 일어서기보다/ 벗들의 디딤돌이 되기 위해/ 낮은 자리에 머무는 이여!// 헌신하는 그대 노동자여!// 수고의 땀과 피눈물/ 기억해주는 이 없어도/ 그 값진 의미를 알기에/ 기꺼이 힘겨움에 자신을 맡기는 이여!// 빛나는 그대 노동자여!// 고된 노동 뒤에 주어지는/ 천대와 멸시에 눈물 흘리지 않으며/ 한 땀 한 땀 아름다운 세상 일구는/ 보람에 웃음 짓는 이여!// 거룩한 그대 노동자여!// 내일의 모든 이의 행복을 위해/ 오늘 혼자의 편안함을 포기하는/ 진정 십자가와 부활을/ 이미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여!

 

*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 1999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의정부교구 파주 교하본당 주임 및 8지구장으로 사목하고 있다. 또,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5월 7일,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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