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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가족 여정: 사춘기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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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1-21 ㅣ No.979

[가족 여정] 사춘기 아이들

 

 

필자에게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이 있습니다. 얼마 전 딸에게 의미 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첫 생리’를 시작한 것이지요.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피자 파티를 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금 느낌이 어떤지, 정확하게 언제 생리가 시작됐는지, 생리를 발견하고 당황하지는 않았는지, 입고 있던 속옷은 어떻게 처리했는지, 생리의 양은 얼마나 되는지, 최근 몸 상태는 어땠는지, 생리통은 없는지, 생리대는 어떤 것을 쓰고 있는지, 학교 친구들 가운데 생리를 시작한 친구가 많은지….

 

이런 이야기를 아버지인 제가 딸과 서슴없이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게 스스로 대견하게 느껴졌습니다. 훌쩍 커버린 딸을 바라보며 아버지로서 여러 생각이 들더군요. 시간이 참 빠르다는 느낌도 들고, 이제는 정말 몸조심해야 한다는 걱정도 마음 한편에 스쳐갔습니다.

 

최근 딸의 말과 행동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른바 ‘사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수면 유형의 변화

 

사춘기 아이들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제 딸도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늦어도 밤 10시에는 잠들었지만, 최근에는 자정을 훌쩍 넘겨 잠을 청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또한 아침에 제때 일어나지 못해서 밥도 못 먹고 학교에 뛰어가곤 합니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체내 호르몬의 변화 때문입니다. 아이가 게을러지거나 버릇이 나빠져서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의 사춘기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그래서 아침에 자녀를 깨울 때는 짜증과 윽박지르기보다는 신체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자녀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며 부드럽게 흔들어 깨우거나, 아니면 자녀가 좋아하는 음악을 트는 등의 방법을 활용하면 좋습니다.

 

참고로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평균 수면시간은 과학적으로 봤을 때 ‘9시간 15분’입니다. 충분한 수면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다음과 같은 영향을 미칩니다.

 

① 뇌 성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② 기억력 감퇴로 말미암아 학습능력이 저하됩니다.

③ 성장호르몬의 억제로 키가 덜 크게 됩니다.

④ 짜증과 우울증의 원인이 됩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에서 ‘9시간 15분’이라는 수면시간을 지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네 시간 자면 붙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4당 5락’의 신화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너무 이른 시간부터 학교로 내몰리는 아이들, 밤늦게까지 학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들…. 이것이 진정 아이들을 위하는 일인지 우리 사회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후두엽 발달 시기

 

사춘기 아이들의 또 다른 특성 가운데 하나는 ‘외모’에 관심이 많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외모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민감하고, 잘생긴 연예인이나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는 시기입니다.

 

제 딸의 경우 ‘마마무’나 ‘여자친구’ 같은 여자 아이돌 그룹의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만화 주인공들과 똑같이 분장하는 ‘코스프레’에도 관심이 많고, 얼마 전에는 피어싱(귓불, 코, 배꼽 등 신체 부위에 구멍을 뚫어 장식물을 다는 것)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도 하더군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사춘기에 뇌에서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후두엽’ 부분이 두드러지게 발달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이러한 자녀의 특성을 이해하고 공감해 줘야 합니다. 물론 지나칠 정도로 외모와 연예인에 집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그러한 현상은 사라집니다.

 

 

게임에 대한 지나친 몰입

 

저는 얼마 전 딸에게 혹시 위험한 일이 생겼을 때 곧바로 연락할 수 있게 하려고 스마트폰을 사줬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스마트폰을 다른 용도로 쓰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입니다. 친구들과 수시로 카카오톡을 주고받고, 음악을 들으며, 인터넷을 하고, 웹툰(인터넷을 매개로 배포하는 만화)을 보며, 게임을 합니다. 특히 게임을 할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듭니다.

 

아이들이 게임에 미친 듯이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세계적인 긍정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는 몰입에 이르는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① 단계마다 분명한 목표를 설정한다.

② 즉각적인 피드백이 주어진다.

③ 자신의 능력에 맞는 적절한 도전이 제시된다.

 

스마트폰 게임이나 컴퓨터 게임은 몰입에 이르는 세 가지 조건을 가장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활동입니다. 아이들이 게임을 할 때 무방비로 방치하면 과도한 몰입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이 손상되기 쉽기 때문에 부모가 적절하고 지혜롭게 개입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많은 부모는 ‘게임이 나쁘고 해로운 것’이라는 인식이 지나치게 강한 나머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아예 없애버리는 식의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힘으로 제압하는 방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떨어지고, 자녀와의 관계만 악화되기 쉽습니다.

 

부모는 먼저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게임은 나쁜 것이 아니라 좋은 것입니다. 재미있고 신나는 것입니다. 자녀와 이런 공감대가 먼저 형성되어야 진정한 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오래 하면 좋지 않다는 것을 자녀 스스로 깨닫고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또한 게임 말고도 이 세상에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사실 게임은 한번 빠져들면 정말 빠져나오기가 힘이 듭니다. 하지만 많은 부모는 “어차피 남들도 다 하는 건데…. 나중에 좋아지겠지….” 하는 식으로 문제를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 문제만큼은 예방이 최선이기에 처음 게임을 접할 때의 습관을 잘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도 딸의 게임 시간에 대해 관심을 두고 계속 주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통제하기가 정말 쉽지 않네요.

 

 

사춘기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

 

사춘기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사춘기 아이들’이라는 표현입니다. 자신들을 ‘사춘기’라는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어른들의 논리에 강하게 저항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아이’ 취급하는 것을 정말 못마땅해합니다.

 

부모의 눈으로 보면 여전히 어린아이 같고 많은 것이 미숙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아이가 아닌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해 줘야 합니다.

 

사춘기는 자녀가 부모에게서 독립할 준비를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부모 또한 자녀를 독립시킬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자녀들을 성나게 하지 말고 주님의 훈련과 훈계로 기르십시오”(에페 6,4).

 

저도 주님의 훈련과 훈계로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 봅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이를 삶에서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을 자주 느낍니다. 부모 노릇 참 어렵네요.

 

* 권혁주 라자로 - 한 여인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빠로서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에서 일하고 있다. 「아버지여정」, 「부부여정」 등의 가족관계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7년 1월호, 글 권혁주 · 사진 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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