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교육ㅣ심리ㅣ상담

[교육] 명동본당 대림특강: 말씀으로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2-04 ㅣ No.358

명동본당 대림 특강 (1) 말씀으로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이 건네시는 말씀, 성경

 

 

- 정순택 주교(서울대교구 보좌).

 

 

2013년 선포된 ‘신앙의 해’ 이후 네 번째 해다. 서울대교구는 2017년을 ‘미사로 하나 되는 신앙’의 해로 보낸다. 신앙생활의 정점인 미사를 통해 세상에 파견되는 신앙인의 삶을 되짚어 보기 위한 명동주교좌본당(주임 고찬근 신부) 대림 특강을 3회에 걸쳐 지상 중계한다.

 

 

창세기는 “한처음에”라는 단어로 시작한다. 전 세계의 성경 80%가량이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창세 1,1)로 번역돼 있다. 하지만 유다인들은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던 한처음에”라는 식으로 번역한다. 미국 가톨릭 교회에서 쓰는 「뉴 아메리칸 성경」(NAB)도 하느님의 첫 동사가 ‘말씀하시다’는 모습이 되도록 해석돼 있다.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성경 안에서 ‘말씀’이 갖는 존재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요한 1,1)로 시작하는 요한 복음의 로고스 찬미가는 의미심장하다. 복음사가는 말씀이 그토록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말씀은 하느님께서 인간과 통교하시는 몇 개의 길 중 하나다. 하느님은 당신 피조물인 우리와 끊임없이 통교하시는 분이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당신을 닮은 존재로 빚으셨고 자유의지도 갖게 하셨다. 자유의지 때문에 인간이 죄를 지을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하신다.

 

하느님과 통교하는 두 방법은 말씀의 성찬인 미사와 기도이다. 하느님께선 죄지은 아담에게까지 통교하신다. 당신 말씀에 불순명한 죄인 아담에게 하느님께서는 말씀을 건넴으로 통교하시고 당신 앞으로 빛 앞으로 이끄셨다.

 

가톨릭 교회가 정통 성경으로 인정한 것은 73권이다. 교회의 전통에 따라 교도권이 인정한 것들이다. 그래서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는 교도권에 순명하는 마음이 전제돼 있다. 교회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고 순명하는 마음이 바탕이 될 때 하느님 말씀을 바르게 읽고, 캐낼 수 있다.

 

성경을 읽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구약 혹은 신약, 아니면 한 권을 통독하는 것이다. 성경 공부를 하는 방법도 좋고, 필사하는 것도 좋다. 그날 미사의 독서와 복음을 매일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다.

 

또 다른 방법은 그날그날 성경을 펼쳐 눈에 들어오는 구절을 읽는 것이다. 아기 예수의 데레사 방법이다. 성녀는 낙담하고 있을 때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 ‘사랑의 송가’를 묵상하고 큰 빛을 받았다. 주의할 점은 선택된 구절을 꼭 실천해야 하는 예언이라는 등 미신적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성경 읽는 태도를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별은 수십 수억 광년 떨어져 있다. 그 별빛은 수십 수억 년 전 별을 출발한 빛줄기인데 그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다. 이 말은 내가 별빛을 바라보는 순간, 내가 우주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성경을 그러한 자세로 읽어야 한다. 길게는 3000년, 짧게는 2000년 전에 쓰인 책이지만, 역사 이야기나 신화 같은 이야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바로 나를 위한 말씀들이다. 시대가 다른 존재인 별빛이 별을 보는 그 시점에 내 눈에 수렴되는 것처럼, 성경은 펼치는 순간 하느님이 나에게만 들려주는 말씀이 된다. 바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건네주시는 사랑의 통교이다. 우리에게 사랑으로 다가오시고자 하신 하느님을 더 깊이 만나도록 결심해 보자.

 

[가톨릭평화신문, 2016년 12월 4일, 정리=이힘 기자]



2,254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