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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힐링 노트: 인간의 뇌, 하느님께 중독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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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2-01 ㅣ No.354

[하쌤의 힐링 노트] 인간의 뇌, 하느님께 중독될 수 있나요?

 

 

중독하면 아무래도 알코올 중독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술 좋아하는 사람 많은데, 단지 우리가 뭔가를 좋아한다고 중독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그냥 좋아하는 것과 중독에는 몇 가지 차이가 있는데요. 일단 내성이 생깁니다. 원래는 술 한 병으로 만족감을 느끼던 사람이, 나중에는 한 병으로 전혀 만족하지 못하게 되어 점점 늘어납니다. 그리고 양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요. 없으면 못산다는 것도 중독의 특성인데, 술을 마시지 않는 상태에서 술을 갈망하고 불안과 같은 금단증상을 느낍니다. 술 이외에 다른 곳에서 기쁨이나 의미를 찾기 어렵고, 직업이나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도 지장을 줍니다. 중독은 마음에서 시작해도 결국에는 뇌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등 몸의 변화로 끝납니다.

 

원래는 알코올이나 마약 등 어떤 걸 마시거나 섭취하는 경우에 ‘중독’이라는 말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행위에 중독되는 것만으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도박과 인터넷 게임인데요. 처음에 카지노에서 천만원을 따서 기뻤던 사람은 그 다음에는 천만원을 따도 기쁘지가 않고, 더 큰 돈을 따야 그만큼의 기쁨이 느껴집니다. 뇌가 그렇게 요구합니다. 돈을 정해놓고 잃으면 거기서 그만 두어야 하는데 멈추지 못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빌립니다. 그러다 보면 거짓말도 늘게 되고요. 돈을 땄을 때의 쾌감이 그렇게 생생하고 짜릿한데 도무지 다른 곳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요? 그래서 도박 외에는 다른 것을 하기 어렵고 안하는 동안에는 늘 초조합니다. 술이나 약물 같은 물질 섭취가 없더라도 특정 행동에 중독되면 마치 오랜 시간 술이나 마약을 했을 때와 같은 변화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어떤 행동에 중독되는 경우는 도박중독과 인터넷 게임 중독이 대표적이고, 인터넷을 통해서 손쉽게 도박이 가능하기에 요즘은 두 가지가 함께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중독도 심각해서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운동중독이나 성중독, 쇼핑중독 등도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충동적인 행동이 나중에는 결국 습관이 됩니다. 일상 생활 속의 내 자신이 오히려 어색해지는 것입니다.

 

알코올, 마약, 수면제, 음식과 같은 물질중독이나 도박, 인터넷, 게임, 쇼핑, 운동중독과 같은 행위 중독의 공통점은 바로 ‘즉각적인 보상’입니다. 자녀가 공부에 중독되면 좋겠다고 하는 어머니들을 뵙게 되는데요. 공부에는 즉각적인 보상으로 인한 짜릿한 쾌감이 없기 때문에 그건 어렵습니다. 즉 공부에 중독이 되려면 지금 공부를 1시간쯤 엄청나게 열심히 하면 바로 몇 시간 뒤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어야 합니다. 몇 년씩 참고, 견디고, 열심히 해서, 비로소 성취감을 얻기 때문에 중독되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삶에서 이뤄야 하는 정말 가치 있는 변화는 대부분 인내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였다가 또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사회는 눈 앞에 보이는 편안함에 중독되기 쉽게 되어 있습니다. 즉각적으로 나에게 돌아오는 금전적 혜택이나 눈 앞에 보이는 편리함만 좇고 본질적인 해결을 외면한다면 사실 중독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삶입니다.

 

종교에도 중독이 될 수 있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답은 같습니다. 만약 종교를 통해 세속적이고 즉각적인 보상을 얻는다면 당연히 중독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종교를 통해 좋은 지위를 얻고, 금전적 이득을 얻거나 단체에서 주도권을 잡는 등의 목적에는 역시나 내성도 있고 금단도 있습니다. 저도 하느님을 왜 믿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아직도 답을 찾고 있지만, 우리가 눈 앞의 부귀영화와 같은 즉각적 보상을 얻기 위해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느님은 외아들이 고난의 길을 걷도록 하셨으니, 저희에게도 늘 행운과 즐거움만을 가져다 주시는 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게임 속에서 내가 왕이 될 수 있고, 홈쇼핑 결제버튼을 누르면 물건이 오고, 폭탄주를 마시며 남을 험담하면 곧바로 쾌락을 얻을 수 있는 이 세상에서 우리 인간의 뇌가 하느님과 고요한 관계에 중독되기는 물론 어렵겠지요. 양념치킨을 먹다가 첨가물 없는 담백한 두부를 먹는 것이 어렵고 재미없겠지만, 오히려 그래서 우리는 그 밋밋하고 한결같은 관계를 위해서 늘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계간지 분도, 2015년 가을호(Vol. 31), 하주원 마리아 박사(서남의대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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