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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사목] 난민문제와 교회의 연대: 이주민, 난민 그리고 테러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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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1-12 ㅣ No.963

[경향 돋보기 - 난민문제와 교회의 연대] 이주민, 난민 그리고 테러리즘

 

 

최근 국제 이주 경향

 

사람들이 이주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직장을 구하거나, 자녀의 교육, 또는 병든 몸을 치유하려고 고향을 떠난다. 「이주의 시대(The Age of Migration)」를 쓴 스티븐 캐슬스와 마크 밀러는 이 시대 사람들의 해외 이주 경향을 다섯 가지 항목으로 정리했다.

 

첫째, 이주가 세계화되었다. 둘째, 이주민의 숫자가 늘어난 것은 물론 이주 속도도 증가했다. 셋째, 이주의 원인이 점차 복합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넷째, 여성의 이주가 상대적으로 크게 늘었다. 마지막으로 이주 문제가 점차 정치 문제화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국제연합(UN)사무처 경제사회국 인구조사과’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이주를 택한 사람은 2000년 1억 7300만 명에서 2010년 2억 2200만 명, 2015년에는 2억 4400만 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또한, 이주의 원인은 ‘구직’이나 ‘난민’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이들은 첫 이주 뒤에 또 다른 이유로 2,3차 이주를 떠나기도 한다. 여성의 이주도 주목할 만한데, 필리핀 여성의 중동 이주나 태국 여성의 일본 이주, 체코 여성의 서유럽 이주 등은 한 국가의 경제적 사회적 구성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되고 있다.

 

이주민이 늘면서 이들의 정치 참여도 동시에 늘고 있으며 경제적, 사회적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이들이 일으키는 각종 범죄와 일자리, 사회복지 문제가 점차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정치 문제화는 인종차별, 다문화주의 같은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난민의 개념

 

‘이주민(migrant)’이라는 말에는 자발적 의지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이주한 사람뿐 아니라, 비자발적 또는 불법적으로 거주지를 옮긴 사람도 포함한다. 최근 내전이나 전쟁으로 가족과 재산을 잃고 이웃 나라로 몸을 피한 사람들이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데 이들도 이주민의 한 모습이다. 이처럼 비자발적인 이유로 거주지를 떠나 배회하는 사람들을 ‘난민(refugee)’이라 한다.

 

1951년에 체결된 ‘유엔 난민협약’에서는 난민을 이렇게 정의한다.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공포로 말미암아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말미암아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

 

난민과 비슷한 표현으로 ‘비호신청인(Asylum-Seekers)’과 ‘실향민(displaced person)’이 있다. 전자는 이주국에 법률적 보호를 요청하여 일정한 거주 자격을 부여받으려는 절차를 밟는 사람을 말하며, 후자는 각종 재난을 피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을 말한다. 한국전쟁 때 피난에 나섰다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이들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재해로 자신의 거주지를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은 실향민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외신에 종종 등장하는 난민촌 사람들은 비호신청인인 경우가 많다. 난민이든 실향민이든 비호신청인이든 넓은 의미에서 이들은 모두 이주민의 범주에 포함된다.

 

 

국제사회의 난민 보호 노력

 

난민은 대개 이주에 필요한 공식 문서가 없으며, 허가받지 않은 통로를 통해 국경을 넘는다. 정식 입국절차를 밟지 않았기에 이들은 불법이주민에 해당하지만, 이들이 다른 불법이주민과 다른 점은 국적국의 박해를 피해 피난행위를 했다는 점이다.

 

비공식적인 경로로 입국하기 때문에 이들은 인신매매나 인권유린, 학대, 착취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비호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경우 밀입국자가 되어 추방되거나 인종적, 종교적 차별에 노출될 수도 있다. 2015년 터키의 쿠르드족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간의 내전을 피해 작은 보트로 망명길에 올랐다가 파도에 휩쓸려 죽은 세 살배기 어린이 아일란의 사진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일란 또한 불법 입국을 시도한 난민으로 알려져 있다.

 

유엔은 ‘유엔난민기구(UNHCR)’를 설치하여 난민이나 실향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 조건을 조성하며, 이미 발생한 난민은 인권 보호를 위해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 그러나 난민과 불법이주민은 사실상 구분이 어려우므로, 국제기구가 아닌 개별 국가에서는 ‘난민정책’ 대신 ‘이민자정책’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난민정책’을 공식화할 경우 난민의 대량 유입처가 될 우려 때문이다.

 

최근, 난민의 대량 유입으로 곤경을 겪는 유럽연합도 ‘공동 난민정책’이라는 용어 대신, ‘이주와 내무정책총국’에서 ‘이민정책’을 다룬다. 이곳에서 합법적인 이민자를 관리하고 불법이민자를 송환한다. 또한 쉥겐 지역의 국경을 관리하고 역내입국자들에 대한 비자 관리업무를 맡고 있다.

 

 

난민과 테러리즘

 

얼마 전부터 난민에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은 유럽에서 잇달아 발생한 테러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시내 일곱 곳에서 동시에 발생한 총기 난사와 폭발 사건, 지난 3월 벨기에 브뤼셀의 자벤템 공항과 말빅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연쇄 폭발 사건, 7월 프랑스 니스에서 벌어진 트럭 운전자의 무차별적 상해 등은 모두 테러의 한 형태였다.

 

사건의 범인이 대부분 아랍계 이민자들이거나 난민 출신으로 추정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파리 테러의 범인 가운데 일부는 시리아 여권을 갖고 있어서 내전을 피해 입국한 난민으로 추정되기도 했다(뒤에 위조 여권으로 밝혀졌다). 또한 범인 가운데 살라 압데슬람은 벨기에 브뤼셀의 아랍인 거주지로 숨어들었다가 사건 발생 4개월이 지나서야 체포되었다.

 

벨기에 테러의 범인들도 모로코 이민자 가정 출신의 자녀들이었고, 니스 테러의 범인도 튀니지 출신의 이민자였다. 이들은 이라크나 시리아 등지에서 활동하는 ‘이슬람국가(IS)’라는 극단주의 무장단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IS는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서방과 대결 국면을 이끌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테러리즘을 이용한다. 이들은 비교적 이주가 자유롭고, 이방인에게 배타성이 적은 유럽을 테러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으며, 난민의 대량 유입에 기대어 테러리스트를 잠입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고 있다.

 

 

유럽에 유입된 난민

 

유엔이 내놓은 ‘국제이주민보고서(International Migration Report 2015)’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의 이주민 약 2억 4400만 명 가운데 약 7600만 명이 다른 지역에서 유럽으로 이주하였거나 유럽 내 이주자들이었다. 이어서 아시아(7500만 명), 미국(5400만 명), 아프리카(2100만 명)순이었다.

 

이처럼 유럽은 세계 최대의 이주민 정착지역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발생한 난민은 1950만 명 정도로 추정되며, 난민이 머무르는 곳을 국가별로 보면 터키(160만 명), 파키스탄(150만 명), 레바논(120만 명), 이란(100만 명)순이었다. 난민 발생 국가는 시리아(390만 명), 아프가니스탄(260만 명), 소말리아(110만 명)순이고, 주로 내전과 종족 분규가 이들이 고향을 떠나야 하는 이유였다. 이들은 기회가 되면 이웃 나라로 탈출을 시도하며, 안착지는 대체로 거리가 가깝고 생활수준이 높은 유럽이다.

 

최근 유럽 각지에서 발생하는 테러는 공교롭게도 IS의 근거지인 시리아 출신 난민 유입이 급격히 증가한 2014년 이후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따라서 유럽인들의 난민에 대한 인식은 매우 좋지 않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럽인들이 불법이주자나 난민에게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부분은 일자리 축소와 사회 복지비용의 부담이었다. 실제로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을 탈퇴하겠다(‘브렉시트’)고 선언한 것은 불법이민자에 대한 그들의 정서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유럽연합이 2013-14년에 연간 불법이민자와 난민에게 지급한 실업수당과 주거 보조비, 의료비는 약 8억 8600만 파운드(한화 약 1조 2700억 원)에 달했다. 또한 영국인들이 더욱 우려스러워한 것은 영국 내 외국인 비율이 2004년 8.8%(520만 명)에서 2014년에는 13%(820만 명)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주장은 일부 과장된 면이 있지만,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영국인의 정서가 어떤 것인지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한편, 2014년과 비교해 볼 때 2015년에는 유럽 주요국의 비호신청인이 두 배 이상 늘었다. 비호신청이 많이 늘어난 이유는 기존의 아프리카 난민에 더해 시리아와 이라크의 내전이 심화하면서 중동지역의 난민이 급격히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늘어난 난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유럽이 우왕좌왕했던 사건을 ‘2015 유럽 난민위기’라고 부르는데 아직도 진행형이다. 예컨대, 핀란드는 전년도보다 무려 9배 이상 비호신청자가 늘었으며, 헝가리와 오스트리아도 서너 배 이상 늘었다. 최대 난민 수용국인 독일은 불과 1년 동안 45만 명에 가까운 비호신청인을 받아들여야 할 정도로 유럽 각국은 난민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유럽연합은 불법이민자와 난민 유입에 대응하여 이미 1990년에 회원국 간에 ‘더블린 규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규정은 난민들이 더 유리한 조건의 국가를 찾아 전전하는 ‘망명지 쇼핑’을 방지하고, 비호신청자의 신분 확인과 일관된 신청조건을 부여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불법이민자가 적발되었을 때 최초 유입국으로 돌려보내는 등 유럽연합의 외부 국경을 형성하는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난민위기가 본격화한 뒤 지난 4월에 회원국 간에 다른 망명 신청절차를 조율하고, 이들의 불법이동을 금지하는 방안이 임시로 마련되었지만 완전한 해법은 아니다.

 

 

편견인가 진실인가

 

유럽경찰국(Europol)에 따르면, 테러의 발생 원인은 유형별로 크게 여섯 가지로 나뉜다. ‘종교적 신념’, ‘좌파이념’, ‘우파이념’, ‘분리주의’, ‘단일 쟁점에 대한 불만’, 그리고 ‘기타’이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테러는 가장 많은 빈도수를 차지한다. 곧 2011년 이후 분리주의 종파의 테러는 조금씩 줄어드는 반면, 종교적 신념에 따른 테러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2011년 122건, 2012년 159건, 2013년 216건). 그러나 난민 유입이 급격히 늘어나는 핀란드와 헝가리, 오스트리아나 유럽 최대의 난민 수용국인 독일에서 난민이 계획한 테러는 아직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따라서 아직은 테러리즘과 난민의 관계를 획일적으로 연관시킬 만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오히려 2015년의 파리 테러나, 올해 일어난 브뤼셀과 니스 테러의 범인들은 갓 이주한 난민이나 이민자가 아니라 유럽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이주자 2세라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

 

난민이 불법적인 경로로 입국하였다고 이들을 모두 잠정적인 범죄자라고 취급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 반면, 사회적 역량은 이들을 무조건 모두 끌어안을 수 없다. 난민문제의 딜레마는 여기서부터 시작인 셈이다.

 

* 도종윤 - 제주평화연구원 지역통합연구부장.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학교에서 정치 · 사회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향잡지, 2016년 11월호, 도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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