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묵주기도의 성월을 맞으며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0-08 ㅣ No.476

[레지오 영성] 묵주기도의 성월을 맞으며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고 믿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빛의 자녀들입니다(에페 5,6-14참조). 이 빛의 자녀들은 악마의 간계에 맞서 싸우는 영적 투쟁을 하는 군인과 같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진리의 띠를 두르고, 의로움의 갑옷을 입고, 평화의 복음의 신발을 신고, 믿음의 방패를 잡고 구원의 투구를 쓰고 그리고 성령의 칼 곧 하느님의 말씀을 쥐라고 말씀하십니다(에페 6,12-17). 이렇게 영적 투쟁의 준비를 마친 하느님의 자녀들은 성령 안에서 기도와 간구를 올려 간청하는 자들입니다.

 

이러한 그리스도인의 본분은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에게는 더 분명해집니다. 레지오 마리애는 성모님의 군대이고, 그 단원은 성모님의 자녀요 군사이기 때문입니다. 성모님과 함께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무기가 주어져 있습니다. 이 특별한 무기는 많은 성인들의 사랑을 받았고, 교회가 권장해온 묵주기도입니다. 사실 묵주기도는 단순하지만 심오하고 커다란 효과를 지닌 기도입니다. 레오 13세 교황님의 선언하신 것처럼, 묵주기도는 사회악을 물리치는 효과적인 영적 무기이기도 합니다.

 

묵주기도는 분명히 성모 신심의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바쳐지는 기도입니다. 이는 그 단순한 구조 안에 복음의 요약과 같이 복음 메시지의 핵심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그리스도인은 묵주기도를 통하여 성모님의 학교에 앉아서 그리스도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 크신 사랑을 체험하게 됩니다.”라고 가르치시며, 묵주기도를 통해 구세주의 어머니 손에서 받듯이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누리게 된다고 단언하십니다.

 

 

묵주기도는 그리스도의 신비를 관상하는 기도 돼야

 

묵주기도는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 곧 그리스도의 신비를 관상하는 기도가 되어야 합니다. 성모님께서는 그리스도께 시선을 고정하고 사시며 주님의 말씀을 소중히 간직하셨습니다. 또한 성모님의 일생이 예수님에 대한 기억들과 함께 하시며 그것을 묵상하셨습니다(루카 2,19 ; 2,51 참조). 하느님의 자녀들이 이러한 성모님의 모범을 따라가는 것이 바로 묵주기도입니다. 또한 성모님은 우리들에게 당신 아드님의 ‘신비’를 끊임없이 보여 주시며, 그 신비의 관상으로 그 모든 구원의 힘이 우리 안에 실현되기를 바라십니다. 따라서 성모 마리아의 자녀들인 우리들은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어머니의 기억과 그 눈길과 일치하게 됩니다.

 

이처럼 더 없이 훌륭한 관상기도인 묵주기도를 습관처럼 성의 없이 바치거나 많은 양을 바치는 것에만 마음을 쓴다면, 이는 기도할 때 빈말을 되풀이 하지 말라고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거스르는 것이 되고 맙니다(마태 6,7 참조). 그러므로 묵주기도는 본질상 고요한 운율과 묵상을 할 수 있는 느릿한 속도로 바쳐야 합니다. 그래야만 성모님의 마음과 눈길로 기도하는 사람이 주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그 신비를 더 쉽게 묵상하게 됩니다.

 

성모님의 관상의 핵심은 기억입니다. 사실 기억은 하느님의 구원 업적을 지금 이 자리에서 현존하게 합니다. 전례를 통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기억함으로써, 그 구원이 ‘오늘’ 그리고 ‘여기에’ 이루어지게 합니다. 묵주기도를 통하여 성모님과 함께 주님을 기억하고 묵상하는 것은 우리 구원에 도움이 되는 관상입니다. 묵주기도를 통하여 우리는 구세주의 삶의 기억하고 그 신비를 깨달음으로써,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이루시는 구원을 만나게 됩니다. 이는 묵주기도가 “끊임없이” 바치는 수많은 기도의 정점에 자리하는 이유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단순히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배우는 사람들이 아니라 주님을 배우고 닮는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를 배우는 가장 좋은 길은 다름이 아니라 성모님의 모범입니다. 묵주기도 한단 한단을 바치면서 성모님과 함께 주님의 생애를 따라가는 것은 성모님의 “학교”에서 그리스도를 배우고 그분의 신비를 깨닫고 복음을 배우는 것과 거의 같습니다.

 

이 배움의 핵심은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를 생명의 빛으로 인도하는 질문을 던지며, “신앙의 나그넷길”을 걸어가신 성모님과 함께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하고 믿음의 순종으로 응답하는 것에 있습니다.

 

 

묵주기도 통해 우리는 먼저 자모이신 동정 마리아께 의탁해야

 

이 배움은 스승이신 그리스도와 동화되는 것을 향합니다. 마치 자주 만나는 친구들이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닮아감과 같이, 묵주기도는 주님을 자주 생각하고 바라보게 함으로써 그분과의 우정을 통해 그분과 하나 되도록 우리를 이끌어줍니다. 이렇게 묵주기도를 통하여 그리스도께 동화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먼저 자모이신 동정 마리아께 의탁해야 합니다. 성모님께서 그리스도를 잉태하여 낳고 기르신 것처럼, 자녀들인 우리를 주님을 닮도록 가르치시고 양육해 주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묵주기도는 간청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하느님의 어머니께 끊임없이 기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청원은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보여주신 대로 어머니의 자애로운 전구가 당신 아드님의 마음에서 모든 것을 얻어 주실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합니다(요한 2,1-12 참조). 그래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우리가 묵주기도를 하면서 성령의 여인(루카 1,35 참조) 마리아께 간청을 드릴 때에, 성모님께서는 당신께 은총을 가득히 주셨던 아버지 앞에서 우리를 위하여 간청하시며, 또 당신 몸에서 태어나신 아드님 앞에서 우리와 함께 우리를 위하여 전구하여 주십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묵주기도 성월을 맞아서 간단히 묵주기도의 본질을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는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많은 분심을 하기도 하고 습관처럼 형식적으로 바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묵주기도를 통해 성모님과 예수님을 바라보려고 노력할 때, 우리의 기도는 참된 것이 되고 우리 안에 하느님 구원의 열매가 맺힐 것임을 다시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묵주기도의 성월에 어머니 동정 마리아께 묵주기도를 정성껏 바침으로써 성모님께서 전구해주시는 풍성한 은총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 필자 주: 이 글은 2002년 발표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10월호, 김형민 안토니오 신부(청주교구 봉방동성당 주임)]



2,969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