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교회법

이혼 후 다른 이와 동거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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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5-11 ㅣ No.333

[김 신부의 열린 상담] 이혼 후 다른 이와 동거중인데… (1)



묻고 : 저는 70대 남성입니다. 젊었을 적 신자였지만 무심했던 저는 비신자와 예식장에서만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5년이라는 짧은 결혼생활로 마쳐야 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았던 시간이 지나고, 자녀들이 독립할 때쯤 좋은 사람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쪽 자식들은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사별한 어머니가 재혼하길 원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희는 한 집에서 사는 걸로 만족했습니다. 그녀는 신자로써 저를 성당으로 다시 이끌었습니다. 교회 안에서라도 부부가 되어보자 서로 말했습니다. 그런데 본당 수녀님께서 동거 중이라 성사를 받을 수 없다고 하세요. 정말 그런가요?”


답하고 : 신앙생활을 꾸준하게 잘 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뭐가 좋은지 많은 분들이 냉담이라는 늪에 한 번씩은 빠져보는 것 같네요. 비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늪에는 빠지지 않는 것이 더 낫겠지요. 아무리 예식장에서 하는 혼인식이 화려하고 멋있다고 해도 성당에서 하느님 앞에서 하는 혼인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것이지요. 냉담하지 않으셨다면 성당에서 혼인성사를 하고 잘 살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리 천주교에서 혼인을 바라볼 때에는 혼인할 사람들이 혼인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보고(자격), 자유로운 상태에서 합당하게 혼인할 뜻을 표현하는지(혼인 동의) 그리고 교회법적으로 합당한 올바른 형식을 갖추었는가(혼인 형식)를 봅니다. 여기서 합당한 교회법적인 형식은 곧 혼인 예식을 말하는 것으로서 성당에서 준비된 전례에 따라서 하는 혼인식을 말합니다. 잔치를 하거나 하객이 많거나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혼인하는 두 사람 중에 한 명이라도 천주교 신자이면 반드시 성당에서의 혼인식을 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나중에 예식장에서 한 번 더 혼인을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형제님은 천주교 신자이면서 이러한 예식을 하지 않았기에 교회법적인 형식의 결여로 형제님의 혼인은 무효입니다. 그러므로 형제님의 첫 번째 혼인은 교회적인 관점에서 보면 부부 생활이 아니라 동거였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보통 조당이라고 표현합니다. 현대에는 혼인 장애라고 바꾸어 말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무효혼 앞에는 두 가지 상황에 대한 선택이 있습니다. 이 혼인을 교회 안에서 합법화해서 계속 잘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형제님의 경우처럼 두 사람이 여러 가지 이유로 헤어지는 경우입니다. 계속 함께 살아가는 첫 번째 경우는 다음 호에서 정리하기로 하고, 두 번째 경우 즉 이미 두 사람이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에 대해서 살펴봅시다.

이 경우에는 첫 번째 혼인이 무효이어야 두 번째 혼인이 가능합니다. 첫 번째 혼인이 무효라는 판결은 본래 교구법원에서 하는 것이지만, 한국 교회에서는 본당 신부님이 하실 수 있도록 위임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혼인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에 본당 신부님이 ‘형식 결여에 의한 혼인의 무효 판결’을 하시고 나서 새로운 사람과의 혼인을 주례하실 것입니다. [외침, 2015년 4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김길민 신부(광주성당 주임, 교구 사법대리)]

 

 

[김 신부의 열린 상담] 이혼 후 다른 이와 동거중인데… (2)



답하고 : 천주교 신자가 성당 혼인 예식을 하지 않으면 그 혼인은 무효입니다. 이 혼인 앞에는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두 개 있습니다. 먼저, 두 사람이 헤어지고 새로운 배우자를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지난 호에서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두 사람이 헤어지지 않고 함께 잘 살아가는 경우에 대해서 생각해봅시다.

현재의 무효혼을 교회적으로도 유효한 혼인으로 만들고 계속해서 부부로서 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바로 성당에서 혼인식을 하면 됩니다. 물론 다른 문제가 없어야겠지요. 보통의 처녀총각들이 결혼하듯이 서류를 준비하고 성당에서 혼인식을 하면, 성당에서도 두 분을 부부로 인정하게 되고 두 분은 신앙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게 됩니다. 이것을 ‘단순유효화혼인’이라고 말합니다.

천주교 신자가 성당에서 혼인을 하지 않았기에 무효가 되는 혼인에 대해서 단순유효화시키는 방법(이번 호)과 형식 결여에 의한 무효 판결(지난 호)까지 살펴보았습니다. 형제님의 경우는 두 번째에 해당됩니다. 전에 했던 사회혼인이 무효라는 것을 본당신부님이 판결하고 성당에서 새로운 혼인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자녀들이 혼인신고는 하지 못하게 하네요. 부모의 마음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재산문제나 새로운 삶에 자신들이 엮이는 것이 꺼려져서 자녀들 편에서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혼인신고를 못하면 교회에서의 혼인도 정상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교회 혼인이 어려워지면 자매님이 세례를 받는 것도 힘들게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녀들을 설득시켜서 혼인신고를 하는 방법이 제일 좋습니다. 이것이 어려운 경우에는 할 수 없이 본당신부님이 교구장님께 (교구직권자에게) 허락을 얻고 혼인식을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자매님도 세례를 받으실 수 있게 됩니다. 새로운 반려자와 신앙 안에서 행복한 혼인 생활을 하시기를 바라며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본당신부님이 혼인 주례 허가를 받는 경우에 대해서는 외침 2014년 10월호에서 <사정상 지금은 혼인 신고를 할 수가 없습니다>에서 이미 한번 다루었습니다.)

이번 호로 이 글은 마침표를 찍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교우님들! 고맙습니다. 특별히 이 글을 쓰는데 도움을 주신 광주본당 신자들에게도 고마운 마음 가득합니다. 신앙인들의 가정이 어려움을 이기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며,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고맙습니다. [외침, 2015년 5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김길민 신부(광주성당 주임, 교구 사법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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