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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특집 스마트쉼: 천주교 스마트쉼 문화운동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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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3-07 ㅣ No.1714

[특집 스마트쉼] 천주교 스마트쉼 문화운동 소개

 

 

오늘날 디지털 기술이 삶의 모든 영역에 융합되면서 스마트폰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서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반면에 과의존과 온라인상 폭력 · 범죄 등에 관련된 역기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은 교회와 신앙생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쳐 긍정적으로 활용되어 신앙실천에 큰 도움을 주지만 과다사용으로 기도시간을 빼앗거나 깊이 있는 성찰과 반성의 능력을 저하시키는 등 여러 면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유아동, 성인, 고령층 등 대부분 연령대에서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이 증가하고, 특히 미래 세대인 유아동과 청소년 계층의 위험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만 3세에서 69세까지의 전체 연령대를 보면, 14.2%(2014) → 18.6%(2017) → 19.1%(2018)로 해가 갈수록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유아동(3~9세)은 17.9%(2016) → 19.1%(2017) → 20.7%(2018)로 모든 세대 중에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가장 많이 증가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스마트폰에 아이를 많이 노출시키는 부모의 육아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냅니다. 청소년(10~19세)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해마다 조금씩 줄지만 그 비율은 모든 세대 중에 가장 높은 29.3%이기 때문에 과의존에 따른 폐해가 여전히 많습니다. 60대가 유아동 다음으로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14.2%로 높이 상승하여 어르신 세대 역시 스마트폰 사용에 부정적인 측면을 상당히 체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같이 전 세대에 걸친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이 심화되면서 정부, 기업, 학교, 종교, 민간단체 등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에 관련된 범국민적인 인식과 의식개선이 제고되고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추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종교계도 이에 동참하고자 2015년부터 불교, 개신교, 천주교 이렇게 3대 종단이 연대하였고, 스마트폰 과의존 해소를 위한 예방교육과 선용운동을 추진하고자 종교별 스마트쉼 문화운동본부를 설립하였습니다. 천주교에서도 2019년 스마트쉼 문화운동을 추진하기 위하여 스마트쉼 문화운동본부를 출범하였습니다. 앞으로 종교 간 긴밀히 연대하여 프로그램 교류, 정보교환, 공동 심포지엄이나 공동 행사 등을 기획하고 추진할 예정입니다. 3대 종교의 연대는 스마트쉼 문화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확산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특별히 ‘천주교 스마트쉼 문화운동본부’는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교육을 비롯하여, 강사 양성, 다양한 프로그램 계발, 그리고 상담과 치유도 병행하여 교회내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스마트쉼 문화운동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우선, 스마트쉼에 대한 개념과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공유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신앙인에게 ‘쉼’은 매우 중요한 용어입니다. 그리스도교적 ‘안식’ 개념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창세기에 보면,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6일 동안 창조하시고 7일째 쉬셨다고 되어 있습니다. 쉼은 곧 창조의 완성을 뜻합니다. 쉼이 없는 노동과 일은 하느님 없는 세상, 사랑과 감사와 용서와 기쁨이 배제된 비참한 세상입니다. 스마트폰의 편리성과 쾌락에 집착하고 얽매일 때 우리의 삶은 점점 피폐해져 갈 것입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매일 매순간 끊임없이 사용하지만 어느 때는 거리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스마트폰도 좀 쉬게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거리를 둠으로써 나도 쉬고 스마트폰도 쉬고, 그래서 쉼을 통해 하느님 안에 안식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주일에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몸과 마음을 쉬게 하여 기도, 성찰, 묵상, 회개로 이어지는 참다운 안식을 얻는 ‘주님의 날’이 되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실천으로는 ‘디지털 금식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자 합니다. 특별히, 사순절 기간에 이 운동을 타본당, 타종교,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공동으로 펼친다면 기대효과는 매우 높을 것입니다. 디지털 금식 운동은 십자가의 길을 디지털 시대에 구현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입니다. 사순절에 예수님이 가신 십자가의 길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절제하고, 대신에 우리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디지털 기기를 절제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정하기, 한 번에 20분 이상 SNS 사용 금지,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 사용하지 않기, 자기 전에 스마트폰 보지 않기, 사용하지 않는 앱 정리하기, 온라인 게임을 절제하기, 식사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기 등 자신만의 목표를 세워 지켜나간다면 몸도 건강해지고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로 영적 성숙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세 번째 스마트쉼 문화운동으로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입니다. 이것은 ‘디지털을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디지털 활용 능력’을 키우는 교육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지식과 정보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는 디지털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고, 가짜뉴스와 같이 넘쳐나는 허위정보를 분별하는 객관적이고 주체적인 판단을 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를 다루는 능력만 갖추는 것이 아니라 윤리의식과 시민의식을 갖추고 책임 있게 미디어를 선용하는 자세를 갖추도록 하는 교육이 따라야 합니다.

 

네 번째 스마트쉼 문화운동의 방법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다양한 실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교적 신앙 실천 방식은 자기 증여라는 사랑, 공동체의 소속감, 어려운 이웃에게 베푸는 봉사, 이웃과의 만남과 화해 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교회는 그 구성원들을 이러한 신앙실천에로 이끌어 주어 자칫 빠질 수 있는 스마트폰 과의존 환경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예수님과 같이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사랑의 구체적인 방식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믿음의 공동체 활동이 활성화될 때 오프라인 상으로의 만남과 접촉은 공동체적 기쁨과 즐거움을 체험하게 합니다. 여기에는 소공동체 모임과 여러 단체 모임, 그리고 취미와 취향에 따른 다양한 동호회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모임에 소속되어 함께한다면 공동체 의식이 함양되고 공동체 활동을 통해 진정한 대화와 소통을 이루게 됩니다. 예를 들어, <독서모임>은 각자 취향에 맞는 구성원이 모여 선택한 책을 가지고 신앙을 포함한 삶의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함께 식사할 수도 있습니다. 여행이나 공연, 스포츠나 등산 등을 함께 하는 동호회 활동도 스마트쉼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이어오는 다양한 대중신심활동이 있어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스마트쉼 운동으로 전개할 수 있습니다. 최근 ‘걷는 문화’가 일상화되고 성지순례가 교회에서 활발하게 확산되면서 성지순례모임이 생겨나고, 가족이나 그룹으로 전국, 해외로 시공간을 함께 체험합니다. 이러한 신심활동은 디지털 미디어에 따른 개인주의적 도피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쉼 문화운동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스마트쉼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이 시대를 올바른 신앙인으로 살아가게 하는 신앙 실천이라 하겠습니다. 교회는 디지털 세계에 과다하게 의

존하고 중독된 누구에게나 반드시 적절한 방법으로 ‘돌봄의 영성’을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평신도, 2020년 봄(계간 67호), 김민수 이냐시오 신부(서울대교구 청담동 성당 주임, 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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