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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정] 마음이 머무는 피정: 가르멜수도회 영성문화센터 - 힘들지? 잠시 쉬었다 가! 청년 신앙 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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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8-14 ㅣ No.856

[마음이 머무는 피정 - 가르멜수도회 영성문화센터] 힘들지? 잠시 쉬었다 가! 청년 신앙 피정

 

 

‘청년’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창 힘이 넘치는 때에 있는 젊은 사람”을 말한다. 그 젊음을 특권으로 누려야 할 ‘청년의 삶’이건만 사회적, 경제적 현실은 청년들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치열한 경쟁과 생존으로 내모는 분위기 속에 바쁘게 살며 힘든 시기를 보내는 청년들에게 잠시 쉬어 가라고 손짓하는 피정이 있다. 가르멜 영성문화센터의 ‘청년 신앙 피정’이다.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26길 8-8, 젊은이들의 기가 충만한 ‘대학로’ 가까이 가르멜 영성문화센터(이하 가르멜센터)가 있다. 가르멜센터는 예수의 데레사 성녀와 십자가의 요한 성인으로 대표되는 가르멜 영성을 나누며, 신자들의 영성 생활을 돕고자 2015년 문을 열었다.

 

가르멜센터에서는 가르멜 영성을 배우며 하느님과 깊은 친교의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르멜 영성 코스’, 순회강연 등의 영성 강좌와 초 공예반, 서예반, 숲 해설, 여름 청소년 도보 순례, ‘공부하며 순례를 준비하는 이들의 모임’(공순모) 등의 문화 강좌, 그리고 가르멜 성시간(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과 첫 토요 성모 신심 미사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다달이 첫 토요일 오후에 청년 신앙 피정(이하 청년 피정)이 열린다.

 

 

한 걸음 쉬어 가는 피정

 

청년 피정은 2015년 6월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청년들의 신앙을 심화시킬 수 있는 재교육 중심의 피정으로 기초 신앙 교리, 전례 영성, 고해성사 등이 주를 이루었다. 지난해 3월부터 청년 피정의 방향을 바꾼 이유를 박정오 프란치스코 신부가 설명한다. 

 

“지친 청년들이 맘 편히 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주려는 의도였어요. 늘 성공과 안정을 바라며 긴장과 경쟁 속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잘못된 틀 속에서 힘들게 살고 있어요. 그들에게 하느님 안에서 쉴 수 있는 내적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12월에는 서울 북한산 자락에 있는 봉쇄 수녀원인 서울가르멜여자수도원(수유동) 외부 쉼터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청년 피정을 진행했다. 수녀원의 기도 시간에 함께하고 고해성사와 미사로 끝나는 단순한(?) 일정이지만 청년들은 위로와 쉼을 얻었다고 소감을 밝힌다. 청년들은 “힘들지?”라는 한마디에 눈물을 글썽였고,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눈빛과 말 한마디에 여기저기서 눈물을 쏟아냈다.

 

“기도를 잘하려면 삶과 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그래서 꽉 짜인 봉쇄 수녀들의 기도 시간을 따르지만 기도 시간 외에는 자유롭게 강의와 친교, 산책도 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일찍 가거나, 좀 더 머무를 수도 있어요. 저는 프로그램의 줄기만 잡고 있을 뿐, 청년들이 원하는 대로 쉬거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올해 4월부터 청년 피정은 서울가르멜수녀원 외부 쉼터에서 주로 진행해오고 있으며, 가르멜센터를 사용하기도 한다. 1월과 8월에는 피정이 없다.

 

 

고속도로 휴게소 피정

 

“오늘날 많은 젊은이가 자기 자신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봐, 혼자 남겨질까 봐, 마음에 드는 직업을 찾지 못할까 봐, 꿈을 이루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프란치스코 교황, 제33차 세계 젊은이의 날 교황 담화).

 

학업과 시험에 전념하면서도 취업용 ‘스펙 쌓기’와 아르바이트에 한정된 시간을 쪼개야 하는 청년들, 취직한다 해도 직장에서 자리를 잡아 가는 현실에 마음은 지쳐 간다. 그래서 청년 피정의 핵심 주제는 ‘내적인 쉼’이다.

 

“청년들이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잠시 쉬는 ‘휴게소’처럼 쉼 없이 달리는 일상을 떠나 부담 없이 들러 쉴 수 있는 조용한 시간과 공간이 되어 주고자 합니다. 청년들이 주님의 품에서 조금이나마 편히 쉬다가 다시 그 길을 힘차게 달려갈 수 있도록 해 주려는 것이죠.” 그래서 가르멜센터의 청년 피정은 ‘고속도로 휴게소 피정’이라 불리기도 한다.

 

박 신부의 말처럼 청년 피정의 안내 글에는 “힘들지? 쉬었다 가!”, “고속도로를 달리다 힘들면 여기 와서 잠시 쉬었다 가요~”, “어디로 가고 있나요? 주님 품에서 잠시 쉬었다 가세요.” 등의 글귀가 등장한다.

 

 

삶과 기도가 균형을 맞춘 피정

 

지난 7월 7일 가르멜센터에서 열린 피정에 함께했다. 많은 홍보를 하지 않지만 언제부턴가 피정 참석자가 20명을 넘기곤 한다더니 이날도 24명이나 참가했다. 피정은 오후 3시부터 시작되지만, 오후 1시가 넘자 창경궁 앞에 도착했다는 ‘카톡’ 알림이 계속 울린다. 일찍 온 이들은 1시간 정도 고즈넉한 창경궁 산책을 함께했다.

 

산책을 마친 청년들은 센터로 돌아와 편안하게 차를 나누며 눈인사를 했다. 청년 피정에서는 자기소개 시간을 따로 갖지 않는다. 누군가와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기를 바라면서도 혼자 있기를 원하는 청년들의 마음을 읽은 것이리라.

 

소성당으로 옮겨 자리를 잡은 청년들에게 박 신부가 묵상 기도 하는 법을 안내한다. “묵상 기도가 어렵다고 하는 친구가 있어요. 친한 친구나 부모님을 찾아가듯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편안하게 내가 믿는 그분을 만나세요.”

 

성체 현시와 묵상 기도가 이루어지는 동안 면담과 고해성사가 이어졌다. 열린 마음으로 오가는 대화 속에 영적 위로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오후 6시 미사를 끝으로 청년들은 다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간다.

 

 

자주 찾게 되는 피정

 

“청년 신앙 피정으로 무언가 큰 깨달음을 준다거나 많은 정보를 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저 주님 품이 편안하니, 와서 잠시 쉬었다 갈 수 있기를 바라는 것뿐입니다.” 박 신부의 이런 마음이 전해졌는지 피정에 온 청년들은 한목소리로 감동적인 피정이었다고 말한다.

 

“세 번째 참석했어요. 마음도 편하고 혼자 생각할 시간을 많이 주는 피정이라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아는 사람이 없으니 저에게 더 깊이 집중할 수도 있고요”(심정보 토마스).

 

“냉담을 풀면서 한 첫 피정이었어요. 다섯 번 참석했고 이번에는 친구와 함께 왔어요. 혼자서 기도하고 묵상하는 시간이 피정의 좋은 점이에요. 바쁘게 살다가 힘들 때 쉬어 가는 느낌이랄까요. 집에 돌아오면 피정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요. 미사와는 다른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아 앞으로도 계속 참석할 거예요”(권은혜 아녜스).

 

“주님과 친구처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고광용 보니파시오).

 

“달마다 피정에 참석하면서 기도의 맛, 중요성을 배워 나가고 있어요. 가르멜 영성과 가르멜 성인들의 삶을 본받다 보면 물질적 정신적 소란함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 힘을 얻어 갈 거라 생각해요”(조현 가브리엘).

 

가르멜 영성문화센터의 청년 신앙 피정은 세상 속에서 하느님을 갈망하면서도 길을 찾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보화 같은 존재다. 각박한 사회생활을 견디어 낼 수 있는 심리적 위안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함께하심을 알면서도 거칠게 소용돌이치는 세상에서 청년 신앙인들은 힘들 때면 자꾸 되묻는다. “하느님, 당신은 도대체 어디에 계시나요?” “너무 힘들어요. 제 곁에 계시지요?”

 

이런 질문에 주님께서는 오늘도 말씀하신다. 그리고 그것은 가르멜센터의 소명이기도 하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문의 : 가르멜 영성문화센터 010-4149-1853

 

[경향잡지, 2018년 8월호, 글 사진 김민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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