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교의신학ㅣ교부학

[마리아]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과 마리아의 관계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4-10 ㅣ No.480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과 마리아의 관계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는 ‘마리아가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개에 종속되고 참여한다’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리에 따라 명백하고 깊은 언급을 담은 매우 풍성하고 가치 있는 신학을 성령과 연결하고 있다.

 

복되신 동정녀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모든 구원의 영향은 동정녀에게 내려오시어 그분 안에서 하느님의 모성이 시작되게 하였고, 동정녀가 당신 아들의 형제자매들과 연대성을 가지도록 끊임없이 도와주시는 성령에 의해 유지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과 마리아의 밀접한 관계를 살펴보고,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에 담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교회 일치 신학의 측면을 고찰하고자 한다.

 

 

성령의 거처가 되신 마리아

 

“동정 마리아께서는 천사의 예고로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과 몸에 받아들이시어 ‘생명’을 세상에 낳아 주셨으므로 천주의 성모로 또 구세주의 참 어머니로 인정받으시고 공경을 받으신다. 당신 아드님의 공로로 보아 뛰어난 방법으로 구원을 받으시고 아드님과 불가분의 긴밀한 유대로 결합되시어, 천주 성자의 모친이 되시고 따라서 성부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딸이 되시며 또한 성령의 궁전이 되시는 이 최고의 임무와 품위를 지니고 계신다. 이 뛰어난 은총의 선물로 마리아께서는 하늘과 땅의 다른 모든 피조물보다 훨씬 앞서 계신다.”(교회 헌장 53항)

 

마리아가 성령의 궁전이라는 표현은 마리아가 이 세상에 있게 된 그 첫 순간부터 성령과 함께 하는 거룩하신 분이심에 대한 고백이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이란 호칭은 결국 ‘성령으로 가득하신 마리아님’에 대한 고백이다. 마리아는 처음부터 생명의 원천이신 성령과 연결되어 있었으니, 그녀의 삶은 성령과 함께하는 삶이었다.

 

마리아는 당신의 ‘예’라는 응답과 동의와 협력으로 구원사업에 동참하셨는데, 이는 그 아들 예수와 성령의 활동을 통하여 이루어진 것이었다. 마리아 성성(聖性)의 원천은 성령이시지만 마리아의 성성은 결코 수동적으로, 그냥 주어진 그대로의 상태에서가 아니라 의식적으로 능동적으로 거룩한 삶을 사시고 성령과 함께하셨기에 나온 것이다.

 

성령께서는 마리아를 전 생애에 걸쳐, 특히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 인도하셨다. 먼저 마리아는 당신의 아들이 되실 그리스도의 구속 공로로 원죄의 유산으로부터 보호를 받으셨는데, 이는 “성령을 통해 지상 출산의 질서에 따라 당신 자신이 어머니로서 생명을 주신 그분으로부터 신성에 참여를 뜻하는 은총의 질서 안에서 생명을 받으신 것이다.”(17항) 그리고 마리아가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예수의 탄생 예고를 받으셨을 때 성령으로부터의 은총이 함께하였다. 마리아의 첫 이미지가 성령의 이미지, 곧 영보(領報)였고, 그것은 인류 최초의 성령강림이었던 것이다.

 

마리아는 친척 엘리사벳을 방문하였을 때, 성령의 영감을 받아 찬가(Magnificat)를 노래하였다. 이후 성령께서는 그 아들 예수가 성장할 때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 그 누구보다 더한 고통을 겪은 마리아와 함께하시지 않을 수가 없으셨다. 마리아는 성령 안에서 어머니로서의 자신의 본분을 다하셨고, 그 시간을 견뎌냈으며, 하느님께 “예”라는 응답을 드림으로써 만민의 어머니가 되었다.

 

성령께서 함께하신 마리아는 예수의 승천 후(성령강림 때) 다락방에서 아버지 하느님께 당신의 영을 보내달라고 12사도들과 함께 기도하였고, 이 세상살이를 마치시고 영혼과 육신이 함께 하늘로 들어 높임을 받았다. 이에 우리는 성령께서 마리아를 온전히 감싸 안으시고 변화시켜 주시고 활기를 불어넣어 주시어 그 육신이 썩지 않게 하셨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의 교부들과 작가들은 성령의 거처가 되셨던 “마리아의 마음을 가득 채웠던 믿음과 희망과 사랑, 하느님의 뜻을 수락한 힘 그리고 십자가 아래에서 고통을 참아낸 용기가 모두 성령께로부터 비롯한 것이다.”(마리아 공경 26항)라고 말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으리라. 마리아는 벌써 자신의 지상 생활에서 성령에 의해서 변화된 몸을 가지고 있었다.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는 특별히 거룩하셨던 분이시고, 성령의 현존으로 철저한 변화를 겪으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성령을 통해 그리스도를 세상에 내신 마리아

 

구원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명백하고 중요한 사건은 하느님께서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동정녀 마리아에게 하신 당신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한 약속이다. 우리의 구원이 시작되는 이 신적인 약속의 순간이 첫 번째 성령강림이니, 하느님 아들의 육화를 이루기 위해 성령께서 마리아에게 내려오신 것이다.

 

수에넨스 추기경은 구원사에서 마리아가 차지하는 위치를 보기 위하여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루카 1,35)라는 말씀만 있으면 족하다면서 마리아에 대한 성령의 인도하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였다.

 

“주님 탄생 예고의 순간에 말하자면 중개자로서의 그리스도의 고유한 사명과 육화의 첫새벽에 마리아는 하늘과 땅 사이의 교차점이었다. 성령께서는 우리에게까지 끝없이 뻗어오는 하느님의 사랑이시며, 아버지 하느님과 아들의 전권사절(全權使節)이시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성령께서 한낱 피조물인 마리아를 들어 올리시어 바로 당신을 만날 수 있게 해주셨다.”

 

‘예수께서 성령을 통해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셨다’는 신경의 고백처럼, 마리아에게 내려오시고 마리아를 감싸 안고 계시는 바로 그분은 생명을 주시는 성령이시다. 그분은 시초부터 하느님의 말씀을 역사 안에서 계시하신 분이시니, 이제 때가 차자 하느님의 아들이 성령의 힘으로 동정녀의 품에서 육신을 취하셨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루카 1,35) 교부들은 마리아가 하느님께 응답을 드렸을 때 성령을 받았는데, 이 성령께서는 마리아 안에서 하느님과 같은 인간을 형성하였다고 가르쳤다.

 

마리아 안에서 성부의 자비로운 계획을 실현하신 성령께서는 마리아 위에 내려오셨고, 마리아는 성령의 충실한 정배로서 하느님의 말씀에 대해 완전한 순종을 드러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께서 주신 계시에 자발적으로 동의함으로써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맡기셨고, 그리하여 세상에 구세주를 파견하시는 하느님의 계획에 협조하셨다.(26항)

 

하느님의 아들이 마리아에게서 육신을 취하신 것은 마리아와 성령 사이의 완벽한 상호 협력을 전제로 하는 일이었다. 마리아가 하느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순종함으로써 성령께서 친히 마리아를 전적으로 변화시키셨고, 마리아를 통해 그리고 마리아 안에서 조금의 저항도 없이 말씀이 현존하게 하셨던 것이다.

 

성령께서는 말씀을 역사 안으로 이끌어 들이시고, 가시적인 것을 비가시적인 것과 연결하셨으며, 이렇게 하여 모든 것을 그리스도 안에서 총괄하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영원한 계획이 이루어졌다. 성부 하느님께서는 마리아를 성령을 모신 분으로, 자신의 거처로 만드셨다.

 

마리아는 자신이 성령으로 가득 차서 전적으로 변화되셨기에 그리스도를 세상에 내셨다. “그러므로 거룩한 교부들 가운데에서, 성모 마리아를 온전히 거룩하신 분, 죄의 온갖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신 분으로, 이를테면 성령께서 빚어 만드신 새로운 인간이라고 부르던 관습이 널리 퍼졌다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교회 헌장 56항)

 

결국,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칭호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은 성령에 의해서이다. 구원의 역사 안에서의 그리스도의 선구자인 성령께서 마리아를 감싸심으로써 마리아가 하느님의 아드님을 낳게 되었다.

 

 

성령 안에서 교회의 어머니가 되신 마리아

 

교회는 신자들이 교회 안에서 태어나도록 사랑으로 협력하신 마리아를 ‘그리스도 지체들의 어머니’로 고백한다. “마리아께서는 교회의 가장 뛰어나고 유일무이한 지체로서 또 믿음과 사랑 안에서 교회의 가장 훌륭한 전형과 모범으로서 존경을 받으시며, 가톨릭교회는 성령의 가르침을 받아 자녀다운 효성으로 마리아를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로 받든다.”(교회 헌장 53항)

 

그리스도의 탄생 이후 복되신 동정녀는 복음 선포의 힘 안에, 곧 지속적인 성령강림의 상태 안에 계시니, 성령께서는 마리아를 계속해서 어머니가, 이제는 예수의 어머니가 아닌 그리스도의 몸, 곧 교회의 어머니가 되게 하신다.

 

마리아는 예수를 낳으심으로써 전 인류에게 생명을 선사하였다. 곧 예수는 당신 지상 생활의 첫 순간부터 자신 안에 전 인류를 감싸 안고 계셨다. 누구보다도 그분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살고, 죽는, 그리고 그분과 함께, 그분 안에서 부활하는 세례자들을 품고 계셨다.

 

그분은 존재했었고, 존재하고 있고, 또 존재하게 될 모든 사람을 자신 안에서 하나로 삼으신 것이다. 만일 동정녀 마리아가 성령을 통해 예수를 잉태하고 낳으셨다면, 또한 앞으로 있게 될 모든 사람을 잉태하고 낳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마리아가 낳으신 그리스도는 몸의 머리, 곧 교회의 머리이시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당신 십자가 아래에 서 계셨던 마리아를 당신께서 사랑하시던 제자 요한에게 어머니로 맡기시는 상징적인 행위를 통해 당신 교회의 어머니가 되신다. 사도들이 진리의 성령께서 오심을 기다리며 복음 전파의 사명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다락방에서 그들과 함께하신 마리아는 예수 그리스도의 유년기와 드러나지 않은 생활기간의 유일한 증인이 되신다.

 

그리고 승천하여 아들 곁으로 오르신 마리아는 교회 안에서 이 세상에 그리스도를 낳아주신다. 마리아는 승천하심으로써 그리스도를 교회의 구성원 안에 낳으실 수 있게 되셨는데, 이는 성령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리라.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마리아가 교회의 어머니라고, 성령 덕분에 마리아께서는 영원토록 모든 신자, 그리고 신비적인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낳으실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은총의 계획 안에 있는 이러한 마리아의 모성은 주님 탄생의 예고에 믿음으로 동의하시고 십자가 밑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간직하셨던 그 동의에서부터 모든 뽑힌 이들의 영원한 완성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지속한다. 실제로 하늘에 올림 받으신 성모님께서는 이 구원 임무를 그치지 않고 계속하시어 당신의 수많은 전구로 우리에게 영원한 구원의 은혜를 얻어 주신다. 당신의 모성애로 아직도 나그넷길을 걸으며 위험과 고통을 겪고 있는 당신 아드님의 형제들을 돌보시며 행복한 고향으로 이끌어 주신다. 그 때문에 복되신 동정녀께서는 교회 안에서 변호자, 원조자, 협조자, 중개자라는 칭호로 불리신다.”(교회 헌장 62항)

 

하느님의 은총을 입어 성령의 일에 동참하게 되신 마리아께서는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향하시며 사람들을 그분께로 인도하신다. 마리아의 모성, 하느님의 구원계획에서 마리아의 어머니로서의 역할은 모든 사람에게 다 미치는 것이다. 그리고 마리아의 이 역할은 동시대의 사람들에게만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도, 나에게도 미치는 것이며, 세상을 위한 그녀의 전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만인에게까지 확장된 마리아의 모성의 원천은 다시금 성령이시니, 구원의 질서 안에서는 모든 것이 그리스도의 공로에 의한 것이고, 그 모든 업적은 성령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령께서는 영원한 계약으로 마리아에게 주어졌으며, 그리스도 육화의 각 단계에 함께 계신다. 우리의 이해를 초월하는 깊이에서 마리아를 ‘그리스도화하신’ 분은 바로 이 영이시다.

 

마리아는 특히 뛰어난 그리스도인이며 그리스도의 영으로 가득 차서 흘러넘친다. 마리아 안에서 성령께서는 당신의 걸작을 빚어내셨다. 마리아는 성령의 자랑이며 영광이다. 그러므로 마리아와 교회는 성령의 깨우치심으로 인하여 하느님이 당신 백성에게 행하신 바를 선포하는 예언자적 증인이 된다.

 

 

성령의 도구이신 마리아

 

성령께서는 자신의 거룩하게 하는 힘을 ‘영화(靈化)된 인격’을 통하여, 곧 성령으로 변화된 그 어떤 사람을 통하여 퍼지게 하는 분이시니, 마리아는 성령의 도구로서 다른 이로 하여금 그 성령을 모시게 하는 ‘성령의 전달자’(Pneumatophorin)이시다. 벌써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을 최초의 성령강림으로 본 쟝 귀똥은 이렇게 말한다.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보고 주님의 어머니라고 인사했다. 마리아 안에 계신 주님은 그 순간에 활동하셨다. 엘리사벳의 태중에 있던 아기는 주님 앞에서 감격했다. 이미 예수께서는 성령의 도구인 마리아를 통해 성령을 전달하셨다. 그것은 성령이 강림하시는 첫 모습이었다.”

 

이렇게 마리아가 성령을 전달하는 분이기에, 그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인간의 변화’를 위해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곧 마리아는 인간이 ‘그리스도화’되는 데 도와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사람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마리아는 예수의 탄생은 물론이고 예수 교회의 출생에도 중심적 역할을 하는데, 이 두 경우는 모두 성령에 의한 것이다.

 

그러기에 마리아는 성령의 능력을 중재하는, 정확히 말해서 성령의 활동하심을 대신 간청하는 역할을 하신다.(교회 헌장 59항) 마리아의 이러한 중재는 그녀가 사도들과 함께 다락방에서 성령의 강림을 위해 기도하실 때 잘 드러난다.

 

영광 중에 계신 마리아는 지금도 우리 모두를 위해 기도하고 계신다. 그녀는 만인을 위한 중재자, 대신 기도하는 사람인 것이다. 이렇게 성령이 우리를 위하여 힘쓰는 분이시고, 우리의 보호자, 협조자, 그리고 위로자이시듯 마리아도 그러하다.

 

성령의 짝, 성령의 신부라고 할 수 있는 마리아는, 성부가 당신의 영을 교회에 계속 보내주실 수 있도록 애쓰시는 분이시고,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이 변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분이시다. 성령과 더불어 마리아는 “주님, 오소서”라고 말하며, 그녀의 자녀 중 마지막 자녀까지 성부의 집에 들게 되기를 기다리고 계신다.

 

그러나 마리아의 사명은 은총을 하사하는 서열에 있지 않다. 영만이 홀로 또한 언제나 아버지와 아들의 사자(使者)이시다. 마리아의 자리는 중재자로서가 아니다. 마리아의 역할은 우리의 대답과 관련된다. 마리아와 결합하여, 마리아의 발자취를 따라가면 우리는 성령을 받고 성령의 격려에 귀를 기울이는 데 도움을 받는다.

 

마리아를 지향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마리아와 결합하여 성령과의 통교를 체험하게 되고, 나아가 우리 안에 그리스도를 형성하고 계시는 성령께 우리의 시선을 완전히 고정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수에넨스 추기경은 “우리는 마리아를 들이쉬고 성령을 내쉰다. 전망의 끝은 언제나 같다. 예수를 세상에 주는 것이다”라고 하였고,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영의 비추심을 받아 성령의 은사로 새로워진 최초의 성령쇄신 운동가”로 표현하면서 다음의 말을 소개하였다.

 

“마리아를 체험함은 성령의 가장 고귀한 선물 중의 하나이다. 마리아는 인격으로 드러난 성령의 은사이다. 마리아로부터 나는 보다 순수하게 믿는 법을 배우고, 더욱 분명하게 영을 식별하는 법을, 말씀을 보다 주의 깊게 듣는 법을 또 주님이 오시는 시간을 보다 창조적으로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성령과 마리아 안에서 교회 일치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는 순례의 모범이신 마리아가 그리스도인들을 “유일한 주님께서 바라셨고 오늘날 ‘성령께서 여러 교회’에 하시는 말씀을 주의 깊게 듣는 사람들이(묵시 2,7; 11, 17) 그토록 갈망하는 일치로 이끄실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교회의 여정, 우리 시대의 교회 여정의 특징인 일치 운동이다.(30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에서 개혁 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이 강조하고 있는 신앙이란 테마에 진정한 신앙생활의 본질적인 내용을 성경 안에서 파헤쳐 그 참뜻을 밝혀줌으로써 갈라진 형제들과 가톨릭 그리스도인들과의 일치점이 있음을 명백하게 표명하고 있다. 그는 마리아의 십자가 발치의 현존을 언급하면서, 진정한 신앙의 초대를 역설한다.

 

“우리 모두는 마땅히 하느님의 가족의 일치를 위하여 기도하시며 성령의 힘에 의해 동정의 품 안에 잉태되셨던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한 분이신 주님께 대한 신앙의 증인들을 ‘앞서가시는’ 그분을 우리의 공동 어머니로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30항)

 

교황은 또한 교회 일치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지상의 나그네인 교회는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는 모든 사람의 일치를 재발견함으로써, 당신의 수난 전에 이 일치를 위하여 기도하셨던 주님에 대한 순종을 보여주고자 합니다.”(35항)

 

교황은 교회의 전승 안에서 다양하게 전해진 풍요로운 찬미가 중에 마리아의 노래(Magnificat)가 믿음의 순종과 기쁨을 일깨운다고 보았다. 또한, 한 분 그리스도의 구원과 하느님의 자비를 받는 그리스도인들이 믿음 안에서 이러한 노래를 부를 수 있을 때, 삼위이신 하느님과 그리스도 안에 일치를 이루는 마리아 믿음의 순종이 바로 일치의 척도가 됨을 언급한다.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의 교회 일치의 주요 관점은 교회를 위한 마리아의 영적 모성의 관점이었다. 마리아의 영적 모성은 물리적 모성을 초월한다. 하지만 영적 모성을 설명하면서 세 가지 부족함을 지적했다. 그 반론들은 성경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곧 마리아의 영적 모성은 성령의 작용을 대치하는 것이라는 비판과 죽은 이들의 잠(Dormitio)에 대한 이론이었으며, 그 외에는 그리스도교 종파 간의 마리아론적 대화에 있어서 교회와의 관련 문제도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회칙은 천상 교회와 나그네 교회와의 구원적 연대성을 고찰한다.

 

또한, 마리아의 구원적 통치와 연관하여 가톨릭 신자들은 마리아를 성령의 자리에 앉힌다는 비난을 자주 받는다. 가톨릭 신자들은 성령을 말해야 할 자리에서 마리아에 대해 말하고 ‘협조자’(Paraclitus)대신 위로자나 변호자에게 호소하며, 아버지와 예수의 영 대신 공동 구원자에 대해 말하거나 하느님의 ‘손가락’ 대신 중재자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리아 안에서 이루어진 것은 언제나 성령의 작용으로 여겨졌다. 이 점에 있어 “하느님의 성전이었지 성전의 하느님이 아니었다”(erat templum Dei, et non Deus templi)라는 성 암브로시우스의 확고한 개념 규정이 등한시된 경우는 거의 없었음을 지적할 수 있다. 영적 모성을 포함한 모든 측면에서 볼 때 성령과 마리아의 관계는 서로 대등한 뜻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지원한다는 뜻으로 알아들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관계는 성령에서 마리아로 나아가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라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또 마리아의 특질이 성령의 특질과 유사한 경우, 반사된 빛이 반사하는 빛과 관계를 맺고 결과가 원인과 관련되는 것처럼 전자는 후자를 가리킨다는 뜻으로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은 종속성을 고려한다면, 마리아에게 부여하는 모든 특질은 성령의 영광을 증가시킨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에서 마리아의 인격과 연결된 성경 신앙의 증거를 생생하게 지속시키고 옛날 동방 교회의 마리아 신심의 예를 들어 호소하여 영신적인 타당한 정점을 향한 신학적 대화를 하고 있다. 과거의 환경에서 교회는 마리아에 대한 기도와 생활에 젖어 있었다. 교황은 이러한 환경이 현대에 적게 적용되어 있는 곳에 더욱 깊은 신학적이고 영신적인 영감으로 재일치의 대화와 연구가 있게 되기를 희망하였다.

 

[성모기사, 2018년 4월호, 권정대 베드로(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신부, 로마유학)]



2,693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