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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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적극적 활동을 마비시키는 결과(백곰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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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2-06 ㅣ No.561

[레지오와 마음읽기] 적극적 활동을 마비시키는 결과(백곰효과)

 

 

“별일 없었어? 많이 힘들었구나! 말 안 해도 알아. 기분이 꿀꿀할 땐 기지개 한번 켜고 파란 하늘을 봐봐, 아니면 커피 한잔 어때?” “저도 모든 걸 놓고 싶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몸을 돌리고 마음을 열어보세요. 제 손을 잡으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의 생명은 국보보다 더 소중한 최고의 보물입니다.”

 

서울의 마포대교 난간에서 볼 수 있는 따스한 글귀들이다. 이 문구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여 주목받았고 실제로 세계광고제 등에서 여러 개의 상을 받기도 하였다. 이런 기획을 한 이유는 마포대교가 자살 1위 장소라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광고 이후 과연 마포대교는 그 오명에서 벗어났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캠페인을 시도한 2012년 이후 2년 동안의 통계에 의하면, 오히려 자살시도자가 16배나 증가하였다. 자살을 하지 말라는 이 문구들이 오히려 이곳이 자살하기 좋은 장소라고 홍보한 결과가 된 셈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 대니얼 웨그너는 그의 저서 ‘백곰과 다른 원치 않는 생각들’에서 ‘백곰효과’라는 현상을 설명하였다. 1987년 그는 피실험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A집단에게는 백곰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고, B집단에는 그런 지시를 내리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다시 명령어를 바꾸어 B집단에게 백곰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고 A집단에는 백곰 생각을 해도 된다고 하였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백곰을 “생각하지 마시오”라는 지시를 받은 집단이 백곰을 “생각해도 됩니다”라고 말한 집단보다, 더 자주 백곰을 떠올렸다. 또한 처음부터 백곰 생각을 금지 당했던 A그룹 사람들은 두 실험 모두에서 B집단보다 더 자주 백곰을 떠올렸고 나아가 백곰을 생각해도 된다고 했을 때 마치 보상을 받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더 자주 백곰을 떠올렸다. 이에 웨그너 교수는 ‘어떤 특정한 생각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그 생각에 집착하게 되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백곰효과’라고 명명하였다.

 

 

하지 말라고 할수록 더욱 그것에 집착하게 돼

 

이런 현상은 우리 일상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TV보지 마!’, ‘스마트 폰 만지지마!’ 등의 잇단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자녀들이 더 하고 싶어 하고, 어른들 또한 담배나 음식을 절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더욱 자주 그 생각이 떠올라 힘들어 하다가, 어떤 제재가 없어지면 그동안 금기를 보상이라도 하듯 무절제하게 충족시킨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생물학자 안셀 키즈의 실험에 의하면 석 달 간 엄격한 다이어트를 한 사람들에게 마음대로 먹도록 했을 때 많은 사람이 전보다 더 많은 음식을 먹었고, UCLA연구 결과 또한 다이어트로 살을 뺀 사람들 중 6개월 후에 체중이 예전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3분의 2나 되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처럼 특정한 생각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 그 생각에 집착하게 되는 현상을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라고 한다. 이는 사람이 금기를 의식하기 시작하면 의식이 부담을 받게 되고 자연스레 무의식적으로 이를 계속 떠올리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 이런 억압이 지나치게 되면 결국 집착이 되어 강박이 되기도 하니, 생각은 통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통제가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생각을 누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원하지 않는 생각이 든다 싶을 때는 차라리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초콜릿이 떠오를 때는 에펠탑을 생각하고 담배가 생각나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옛 애인이나 지나간 부끄러운 일이나 상처가 생각날 때는 그 애인과의 추억이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글로 써서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더 잘 잊는 방법이다.

 

또한 “성공은 기쁨이며 실패는 늦추어진 성공일 따름이다.”(교본 454쪽)는 말처럼,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며 그런 상황을 허락하신 하느님의 섭리를 찾아 의미부여를 하는 것 또한 신자의 특권일 수 있다. 그러므로 활동 중에 생겼던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자꾸 떠올라 괴로울 때는, 그것에 대해 단원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듣는 단원들은 위로나 충고로 잊게 하려하기보다 진심을 다해 잘 들어주고 그 단원의 어려운 심정을 잘 이해한대로 표현해 주어야 한다.

 

 

긍정적으로 지시할 때 단원들의 자발적 이행에 도움

 

단원들을 잘 격려하는 유능한 단장으로 알려져 있는 B자매는, 레지오가 군대이긴 하나 너무 딱딱하게 여겨지는 것이 다소 문제라고 한다. 실제로 그녀가 처음 레지오에 입단하였을 때 “지각하지 마세요.” “결석하지 마세요.” “소위 2차 주회 하지마세요” “비밀을 발설하지 마세요” 등 하지 말라는 것이 너무 많아 조심스럽고 답답한 느낌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끝을 맺는 성격이었기에 그 부정적 느낌을 견디어내기 위해 그렇게 지시하는 이유를 물었고, 그 이유를 알게 된 그녀는 레지오에 적응하기가 점차 수월해졌다.

 

그녀는 말한다. “사람들은 좋은 말을 들었을 때 더욱 적극적이고 활기 있게 되는 듯해요. 무언가를 하지 말라고 하면 저의 경우는 주눅이 들고 움츠려드는 느낌이어서, 지시사항이나 의무사항을 긍정적으로 표현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주회시간의 중요성과 특히 기도시간의 은총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설명하면, 의외로 단원들이 자발적으로 주회시간에 맞추려고 노력하여 저절로 지각과 결석이 줄어드는 것을 자주 경험했습니다. 그러니 레지오의 중요한 규율들은 그것들의 필요성과 좋은 점을 설명하면서,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단원들에게 활력을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레지오의 지시나 권유사항 등은 되도록 “~하지마라” “~ 해서는 안 된다”는 부정적 표현보다는 “~하라” “~하면 ~할 것이다”는 등의 긍정적 지시어로 표현하는 것이 단원들의 자발적 이행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백곰효과’라는 심리적 현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본에서도 “각자는 조직 안에서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기 보다는 오히려 장점에서 나오는 열정과 능력으로 조직에 이바지하기 때문이다.”(111쪽)라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그들의 말이 레지오의 적극적 활동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교본 482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2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한국 독서치료협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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