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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환경] 하느님의 시간 137억년, 우리의 시간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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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2-06 ㅣ No.1471

[행동하는 양심 – 사회교리] 하느님의 시간 137억년, 우리의 시간 100년

 

 

지구를 지키는 착한 이웃 슈퍼맨은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 돈다고 합니다. 우리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며, 감동을 할 때 사실 그 별은 슈퍼맨처럼 빠른 엄청난 빛의 속도로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 천 년, 수 억 년 떨어진 곳에 존재합니다. 「경이로움 / 인간과 우주와의 경이로운 만남」(주디 카나토 저, 이정규 역)에 의하면 나선 모양의 우리 은하는 지름만 10만 광년이고, 두께는 1만 광년이며, 2천억~4천억개의 별들이 있다고 합니다. 오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우주의 중심으로 여겼던 태양마저도 2억년 주기로 우리 은하계를 공전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주에는 우리 은하만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은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은하에는 보통 10억에서 수천억 개의 별이 존재하고, 은하와 은하의 거리가 평균 100만~200만 광년이며, 은하단과 은하단의 거리는 1억~2억 광년 걸린다고 합니다. 인간으로서는 가늠해보거나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가 존재하는 것이 우주입니다.

 

현대 과학자들의 일반적인 이론에 근거하면 우주가 생성된 시기를 대폭발(BIG BANG)이 일어난 대략 137억년 이전이라고 합니다. 주디 카나토는 저서에서 거대한 별 하나가 생명을 마치고 소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빅뱅이 오히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새로운 별을 만들어낸 우주 생성의 신비를 이해하게 해준다고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빅뱅의 첫 순간부터 생명을 향한 충동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태초에 우주가 생성되는 속도가 1조의 1조 분의 1%라도 느렸다면 중력이 너무 커서 우주는 자기 안으로 붕괴되었거나, 반대로 1조의 1조분의 1%가 빨랐다면 중력이 너무 약해 사방으로 흩어져 우주가 생성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우주가 탄생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생명을 향한 의도성’이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이야기합니다.

 

신앙적으로 이해하면, 우주의 역사인 137억년은 생명을 창조하시는 하느님의 의도된 과정이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현재의 우리를 창조하시기까지 최소한 137억년의 시간을 필요로 하셨고, 그 시간을 지나 우리를 만나셨다는 것입니다. 아브라함 헤셀은 이것을 ‘한없는 경이로움’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마련하신 이 경이로운 우주에, 구체적으로는 우리가 사는 이 지구생태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우주 태동부터 137억년, 그 속에서 이 놀라운 ‘공동의 집’인 지구생태계가 현재에 오기까지 35억년, 현생 인류가 지구생태계에 출현한 것이 100만년 입니다. 그런데 지난 100만년 동안 지구생태계가 감당해온 자원과 오염물질의 총량보다, 최근 100년 동안 우리 인류가 사용한 자원과 배출한 오염물질이 더 많다는 사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가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문제가 심각한 이 시기에 탄소배출량으로 세계 7위권인 우리나라는 여전히 안전장치를 추가했다는 명분으로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맑은 하늘 오월은 성모님의 달’이라는 성가를 부르기 민망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그 어느 때 보다도 핵발전소와 핵폐기물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시점에 핵발전소 추가 건설을 ‘공론화’하는 허울 좋은 과정을 통해 선택한 우리 한국 사회의 모습은 인간이 얼마나 오만하고 어리석은지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였습니다. 한 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일으키는 것이 핵발전소 사고입니다. 인류가 문명을 이룬지가 2~3만년 이내 임에도 불구하고 10만년 이상 안전하게 격리 보관해야 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이 연간 700톤 이상 배출되고, 현재 1만톤 이상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핵발전소를 건설해서 사용하겠다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선택입니다. 이러한 모습과 상황들은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술적 패러다임’이라는 우상숭배에 빠진 결과입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인간이 절대적 지배자를 자처하면, 인간 삶의 기초가 붕괴된다’고 경고하십니다. 하느님이 준비하신 137억년을 묵상하며, 우리의 100년을 성찰해야 합니다. 우리가 초래한 문제를 우리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유일한 해결방식은 바로 창조주이시며 이 세상의 유일한 주인이신 하느님께 대한 올바른 신앙고백입니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 탈핵 등에 대처해야 합니다.

 

[외침, 2018년 1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양기석 신부(교구 환경위원장, 송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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