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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들여다보기: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치지는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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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8-19 ㅣ No.86

[교육, 들여다보기]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치지는 않았는가

 

 

김 군과 용돈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역의 학교에서 근무할 때였습니다. 흔히 말하는 ‘일진’이었던 김 군은 피시방에 가고 싶으면 친구들에게 돈을 빌렸습니다. 처음에는 빌리는 것이었으나 번번이 갚지 않자, 아이들은 뺏는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런 소문을 듣고 김 군과 면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피시 게임을 하고 싶은데, 가진 돈이 없어서요.”

 

병든 아버지와 학업을 중단한 고1 형, 6학년인 김 군, 유치원생 여동생이 반지하에 살고 있으며, 그나마 엄마가 파트타임(시간제 근무)을 하며 가정을 겨우 이끌어 간다는 사회 복지사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음 날, 억지로 불려 온 김 군에게 잔소리 대신 흰 봉투를 건넸습니다. 물끄러미 쳐다보는 김 군은 끝내 ‘왜, 도대체 왜 그러세요?’를 내뱉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 김 군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찾아왔습니다. 고개만 빼꼼히 내밀기도 하고, 때론 수다스럽게 떠들다 가기도 했습니다.

 

김 군은 한글을 제대로 해독하지 못했습니다. 그 때문에 모든 교과에서 부진이 생겨 공부를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그런 김 군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 대신, 고등학교만이라도 졸업하라고 당부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돈을 벌 수 있어. 취업을 하려면 최소 고등학교는 나와야 하거든.”

 

저는 고등학교는 꼭 졸업을 하라고만 단단히 일렀지 학교 다니는 동안 어떤 공부나 무슨 준비를 하라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미처 하지 못하였습니다.

 

 

유다인과 우리나라 사람의 경제 교육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의 월가를 지배하는 유다인은 자녀가 태어나면 그들만의 독특한 교육 방식으로 세상을 누릴 인물로 키워 냅니다. 유다인은 우리의 돌잔치와 비슷한 출생 1주년 파티를 여는데, 주위의 친·인척들이 모여서 축하해 주며 우리보다 열 배가량 많은 돈을 준다고 합니다.

 

유다인 자녀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합니다. 집안일, 동네 차량 세차, 심부름, 신문 배달,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면 햄버거나 피자 가게 같은 곳에서 배달이나 점원으로 일하며 자기의 용돈을 벌어 씁니다. 그러면서 사회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고 돈에 대한 개념과 ‘돈은 버는 것’이라는 중대한 개념을 스스로 깨우칩니다.

 

18세가 되면 그동안 부모의 펀드(자금)에 넣어 두었던 돈이 자녀에게 이전되는데, 18년 동안의 수익으로 불린 돈은 집 한 채를 살 수 있을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유다인은 중학생 때부터 이 돈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데, 부모는 이에 관여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게 도와주며 이를 존중해 줍니다.

 

그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에게 돈을 주면 버릇이 나빠진다거나 돈에 대해 일찍 눈을 뜨면 속물이 된다는 생각에 가급적 돈과는 거리를 두는 환경에서 키웁니다. 그리고 태어나면서부터 오로지 돈 쓰는 것만 배웁니다. 아이들은 좋은 옷과 음식, 좋은 곳을 여행시켜 주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돈을 버는 일보다는 쓰는 일에 더 익숙해집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취업을 해도 돈을 모으거나 재테크를 하기보다는 맛난 것을 먹으러, 예쁜 옷을 사러 다니는 등 소비 생활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력 있는 할아버지

 

자녀를 성공시키려면 삼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1순위가 엄마의 치맛바람, 2순위는 아버지의 무관심, 3순위는 할아버지의 경제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제가 형편이 어려운 곳에서 교편을 잡다가 서울 강남으로 전근온 지 얼마 안 되어서였습니다. 새 학기가 되어 아이들에게 자기가 가진 어느 것이나 자랑거리를 전제로 ‘자기소개’를 하도록 시켰습니다.

 

‘저는 보조개가 예뻐요. 저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요. 저는 글씨를 잘 써요. 저는 달리기를 잘해요. 저는 말을 빨리 해요.’와 같은 자랑이 이어질 때, 한 아이가 자신이 속한 가족을 자랑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어제 할아버지와 김제평야에 갔습니다.”

 

“오, 할아버지와 여행을 갔구나.”

 

“예. 그리고 거기에 넓은 땅이 할아버지 것이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아이들이 “오!” 하며 감탄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 아이들이 수군거렸습니다.

 

“야, 김제면 땅값이 비싸지 않잖아. 그거 얼마 안 해.”

 

입이 떡 벌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사해 보았습니다.

 

“아버지나 아버지와 같이 경제 공부를 하는 사람들 있니?”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자신이 받은 세뱃돈으로 아버지가 주식을 사 투자해 준다든지, 할아버지가 집이나 건물을 보러 가실 때 데리고 다닌다든지, 이사 가려고 부동산 중개업소에 알아보러 갈 때 같이 갔다는 등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유다인이 자립을 위해 경제를 배우는 것과 달리 우리는 아르바이트나 창업이 아닌 부동산 거래와 주식 투자를 먼저 배우는 실정입니다.

 

 

선진국 필수 과목, 생활 속 경제 교육

 

최근 어린이 경제 교육에 바람이 붑니다. ‘돈 많이 버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아이들도 ‘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기 경제 교육’의 바람이 일고 있습니다.

 

여러 선진국에서도 어린이의 필수 교육으로, 경제를 아는 아이는 모르는 아이보다 더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독일에서는 10-14세가 경제 교육을 받기에 가장 적합한 나이라고 설정하고, 그 시기에는 사회 경제의 흐름에 대해서 궁금증을 갖기 시작하며, 교과목에도 시장과 화폐 등 기본적인 경제 개념이 등장합니다.

 

경제를 아는 아이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 합리적인 판단 -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어느 것을 선택해야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상황이 되는지에 대해서 판단하는 안목이다.

 

· 자기 관리 능력 - ‘돈’을 최대한 활용하여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자기관리 능력이 생긴다. 돈을 사용해 무엇인가를 사고 싶지만, 경제 계획이 세워져 있는 아이는 참을 줄 안다.

 

· 부모와 자녀 사이의 원활한 의사소통 - 아이가 경제의 흐름을 알고, 부모님의 일이나 직업, 가정 형편을 알게 되면 부모와 자녀의 공감대가 깊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부분 ‘너는 어려서 몰라도 돼!’라며 차단시키곤 한다.

 

· 사회에 대한 폭넓은 이해 - 경제의 기본 지식이 있으면 사회의 흐름을 더욱 쉽고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눈이 생겨 대인 관계도 한층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경제 교육은 이렇게 시작해야

 

이제 어린이 경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누구나 공감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서 망설이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먼저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그리고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시키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아이와 이야기하세요.

 

- 생활 속에서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의 준말) 운동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주세요.

 

- 대형 상점을 활용해 보세요. 대형 상점에 가서 농수산물과 잡화 등 다양한 코너로 데리고 다니며 그 물건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 보세요.

 

- 장 보러 가기 전에 아이와 함께 구매 목록을 작성해 보세요.

 

- 아이가 직접 계산하게 해 주세요. 돈과 물건의 가치를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 용돈을 관리하게 해 주세요. 아이가 돈을 알면 버릇 나빠진다고 생각하는데, 어려서부터 자신의 용돈을 관리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해 주세요.

 

- 저축을 하게 해 주세요. 돈이 모이면 그 규모에 따라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것을 느끼게 해 주세요(세뱃돈을 모으면 결국 부모님이 가져간다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 밖에도 소꿉놀이나 경제 동화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돈에 대해 체험할 기회를 주세요.

 

“돈, 그거 나쁜 게 아니다”(Money is not a four-letter word). 윌리엄 앤더스 전미(全美)금융교육재단 회장이 한 말입니다. 돈은 가치 중립적인 것입니다. 돈을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한 것이지, 돈 자체는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닙니다. 돈과 그 주변을 둘러싼 산업과 경제를 인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이제, 우리도 경제 교육을 시작할 시기입니다.

 

* 김미자 유스티나 - 서울 반원초등학교 수석 교사로 서울시 교육청 학습상담심리지원단과 행복독서지원단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교육대학교에서 국어교육을,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했으며, 학부모와 교사 대상의 강의와 교육 컨설팅을 하며 다수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7년 8월호, 김미자 유스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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